쏟아지는 피드백들 사이 나에게 도움 되는 것은 무엇일까
회사에서 하반기 인사평가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인사평가 시즌이 되면 많은 사람들에게 평가를 하고, 그들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은 평가를 보고, 저 또한 평가를 받곤 합니다. 특히나 요즘은 내 직속 리더뿐 아니라 주변 동료들로부터도 피드백을 받는, 이른바 360도 평가가 많아지면서 여러 방향에서 피드백이 들어옵니다. 비단 회사에서 뿐 아니라 우리는 살면서 수도 없이 많은 피드백을 듣곤 합니다. "이렇게 해주세요", "아닙니다. 저렇게 해주세요"처럼 나의 행동 방식을 바꾸고자 하는 타인의 요구사항들은 모두 피드백이다.
피드백들을 보다 보면 간혹 혼란스러운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아니 사실 꽤 자주 생깁니다.
예를 들어, 디테일보다는 속도를 중시해야 한다고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속도보다는 꼼꼼하게 완성도를 높여야 된다고 조언하는 식이다. 마치 오른쪽으로도 가라는 사람과 왼쪽으로 가라는 사람 사이에 끼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느낌입니다. 심지어 가끔은 같은 사람이 피드백을 주는 것임에도 때로는 오른쪽으로, 때로는 왼쪽으로 가라고 합니다.
이미 잘못된 것을 수정하는 것이기에 피드백 하나를 제대로 수용하는 것도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여러 개의 피드백이 들어오고, 그마저도 그 방향이 제각각이라면 제대로 피드백을 수용해서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피드백을 잘 선별해야 합니다. 어떤 피드백을 우선순위에 두고 반영해야 하는지, 반대로 어떤 피드백은 상대적으로 덜 귀담아듣고 당장 개선할 필요는 없을지를 잘 결정해야 합니다.
일단 각자 개인들이 어떻게 피드백을 잘 선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는, 크리티컬 한 단점은 반드시 고쳐야 합니다. 단점보다 장점에 집중하라는 이야기는 개인별 특성을 존중하는 멋진 이야기이지만, 내 평가를 극단적으로 깎아먹을 수 있는 단점은 반드시 개선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역량에 대해 대다수 사람들의 평균 점수가 80점일 때 내 점수가 70점이라면, 단점 이긴 하지만 반드시 개선할 필요는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 점수가 30점이라면 반드시 개선해내야 합니다. 그 30점으로 인해 다른 영역에서 90점, 100점을 맞고 있는 것까지 모두 가져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커뮤니케이션이 지나치게 느리다, 숫자가 매번 틀린다, 매번 지각을 한다와 같은 피드백들은 너무 뼈 아픈 피드백입니다. 개선해내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피드백을 받는 강도와 빈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느끼겠지만, 더 자주 더 강하게 들어오는 피드백은 우선순위를 높여서 반드시 개선해내야 합니다. 특히나, 내 상급자 (특히 경영진이나 대표)로부터의 피드백은 더 빠르게 개선해내야 합니다. 반대로 스치듯 듣는 피드백들은 쓰윽 무시하고 지나가는 것이 내 정신 건강에도 좋고, 더 중요한 피드백에 집중하는 데에도 좋습니다.
위 두 가지가 어느 정도 되었다면, 그다음 세 번째로 "나" 자신, 특히 내 장점에 대한 메타인지가 잘 되어야 합니다. 나는 마라톤과 같은 장거리 전문인데 100미터 단거리 역량을 개선하라는 피드백을 받곤 합니다. 물론 100미터 단거리 실력도 개선하면 좋겠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장거리 전문 선수라면 그런 피드백은 후순위로 미뤄두어도 괜찮겠습니다. 해당 피드백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크리티컬 하거나 자주 강하게 들어오는 피드백이 아니라면 말이죠.
사실 이 글에서 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은 항목은 '스스로 잘 선별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통해서 잘 선별하기'입니다.
제가 경험한 일화를 하나 소개드립니다. 1년쯤 전에 저희 회사의 어떤 구성원이 고민이 있다면서 티타임을 신청하였습니다. 저랑 나이나 쌓아온 경험치도 비슷한데, 분야는 전혀 달라서 제가 뭐라고 그분에게 조언을 할 만한 처지는 아니었습니다. 업무나 조직구조 상으로도 저와는 꽤 떨어져 있었고, 그전에 개인적인 라포가 있는 것도 사실 아니었습니다. 일단 만나보자는 마음으로 티타임을 갔는데 프린트를 해온 5~6장 정도의 문서를 보여주시더군요. 본인 성과평가에서 받은 피드백들을 그대로 뽑아오시고 이에 대한 본인의 생각과 고민들을 정리해서 오신 것입니다. 얼마나 성장하고 싶으셨으면, 얼마나 잘하고 싶으셨으면 저에게까지 오셔서 조언을 구하셨을까요? 그 마음과 태도가 너무 멋졌습니다. 이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에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조언을 해드렸습니다. 티타임이 끝난 이후 아무래도 그분을 관심 있게 지켜보게 되었는데, 제가 조언드린 것을 실천하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1년의 시간이 흘러서 몇 주 전이었습니다. 그분께서 1년 만에 또 티타임을 요청하시더군요. 이번에도 잘 정리한 문서를 꺼내놓으시면서, 제가 드린 조언들을 어떻게 실천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성장과 배움이 있었는지, 그리고 현재는 어떤 고민이 있고 어떤 방향의 조언을 듣고 싶은지를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당연하게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조언을 해드렸고요.
'아, 이 사람 앞으로 계속 성장하겠구나' 싶은 확신이 들더군요.
앞 단락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스스로 피드백을 잘 선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쉽진 않습니다. 아무래도 스스로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내가 가진 경험과 생각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잘 활용하여 피드백을 선별하는 것이 좋습니다.
꼭 따라가고 싶은 사람을 정해보시고 조언을 구하고 그 사람으로부터의 피드백은 최대한 수용해 보세요.
굳이 '멘토', '존경'처럼 거창한 단어가 붙을 필요는 없습니다. 내 분야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이면 물론 더 좋겠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내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나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또 때로는 객관적으로 바라봐줄 수 있는 사람이면 됩니다. 내 주변을 돌아보고 내가 피드백을 받을 만한 사람 중 제일 괜찮아 보이는 사람 1명만 딱 정해봅시다.
"당신은 당신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다섯 사람의 평균이다"
제가 자주 인용하는 짐 론 (Jim Ron)의 말입니다. 좋은 사람을 찾고 그 사람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 자연스럽게 나 또한 더 좋은 사람이 될 것입니다. 이런저런 피드백을 듣는 과정에서 혼란이 생겼다면 그 사람에게 조언을 구해보세요. 내가 받은 피드백뿐 아니라 이런저런 고민들을 상담해 보거나 그 사람의 인사이트를 얻어보세요.
현재 내 회사 안에서 여러분의 리더 중에 위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정말 복 받으신 분입니다. 그분을 따라가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꼭 내 리더가 아니더라도, 우리 조직 안에 혹은 다른 인연으로 얽힌 사람 중에 내 성장에 도움을 줄만한 훌륭한 사람은 반드시 있습니다. 용기를 내어서 그 사람에게 조언을 구해보세요. 더 성장하고 싶어서, 더 잘하고 싶어서 조언을 구한다고 하면 그 누가 거절할까요? 적극적으로 주변을 찾아보시고 용기 내어 보시기를 꼭 권해드립니다.
(여담 1) 나와 나이나 경험이 비슷하거나 한 단계 정도 차이가 나는 사람들보다는 오히려 2~3단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내 시야를 벗어나서 좀 더 객관적이고 넓은 시야에서 조언을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여담 2) 좋은 사람을 찾아서 그 사람으로부터의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려는 노력의 반대로, 좋지 못한 사람들로부터의 피드백을 적절히 차단하는 스킬 또한 탑재되면 좋겠습니다. 주변에서 그다지 좋은 평가를 못 받는 사람, 내가 딱히 인정하고 존경할 구석이 없는 사람으로부터의 피드백을 적절히 무시하고 차단하는 것이 내 성장에도 도움이 되고, 내 정신건강에도 좋습니다.
개인들이 좋은 사람을 찾아서 그 사람으로부터 피드백을 받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처럼, 모름지기 좋은 리더라면 나의 구성원들에게 좋은 피드백을 주고 그 사람이 받은 피드백을 잘 선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보통 회사에서 인사 평가를 받게 되면 칭찬과 비난, 장점과 개선점 등이 뒤섞인 피드백 덩어리를 전달받게 됩니다. 리더는 피드백을 읽어주고 해석해 주는 과외 선생님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합니다.
"A, B, C에 대하여 개선했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이 있는데, 이 중에서 A가 가장 중요하니 A를 개선하는데 집중하면 좋겠습니다. A보다는 덜 중요하지만 가능하다면 B도 염두에 두고 개선하면 좋겠고, C는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겠습니다."
"개선할 점에 대하여 피드백이 많지만, XX님이 장점은 이런 방향인 것 같아요. 단점의 개선도 좋지만
일단 장점을 더 살리는 방향으로 성장했으면 합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단점 보완보다는 장점을 더 뾰족한
게 만드는 것이 좋겠습니다."
비단 인사평과 과정뿐 아니라 일반적인 업무의 과정에서도 피드백을 선별해 주는 과정은 리더의 중요한 덕목입니다. 예를 들어, 구성원 X가 준비한 기획서가 대표로부터 A / B / C / D / E의 피드백을 받았고, 다른 구성원들로부터도 이런저런 피드백을 받았을 때 구성원 X는 멘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때 리더는 피드백을 선별해주어야 합니다.
"3일 뒤까지 A / B / C까지 반영해서 디벨롭해 보자. 일단 그렇게 3일 뒤 보고를 하고 D는 향후에 반영하
자. E는 내가 봤을 때는 덜 중요하고 잘못된 피드백이니 걸러들어도 좋다. 내가 디펜스 해보겠다."
좋은 리더의 사례를 적다 보니, 제가 얼마 전에 구성원들과 했던 성과평가 면담이나 업무에 대한 피드백 미팅들에 대하여 새삼 반성이 되고 부끄럽습니다. 제가 잘하지 못하는 것과 별개로, 좋은 리더들은 위와 같이 피드백을 선별해 주는 역할을 해내야 합니다. 그것이 모든 리더들의 지향점이라고 생각하며, 저 또한 반성하고 또 반성하고 더 성장하고 발전해야겠습니다.
제 딸이 얼마 전에 한 살이 되었습니다. 벌써부터 이건 이래라, 저건 하면 안 된다 말을 하게 되더군요. 피드백을 주고 또 받는 것은 꼭 인사 평가나 업무뿐 아니라 어찌 보면 평생, 그리고 항상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피드백'이라는 주제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적어보았습니다. 여러 차례에 걸쳐 제각각으로 자라난 아이디어들이라 하나의 글로 엮는다는 것이 조금은 어색한 점이 있지 않아 싶기도 합니다. 엉성하고 부족한 글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커버 사진: Unsplash의 Towfiqu barbhui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