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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다원 Jan 20. 2018

'고생' 해야만 '가치' 있는 여행인가요?

세계여행 300일, 반드시 마주했어야 할 숙명과도 같았던  고민의 흔적


세계여행 초반에 터키 여행이 한창이었지만

머릿속에서는 '여행'의 가치관에 대한 고민이

멈추지 않았다. 짧은 시간 내에 결론을 지어야만

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조급해할 필요는 없었다.

다양한 여행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그들과

여행하며 조금 천천히 그러나 오랜 시간 깊이

있게 고민하고 여행이 중후반을 지날때쯤

지금의 생각과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궁금했다.


최근에 여행에 대한 나의 고민과 생각을 글로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어디서부터 어떤 이야기로 글을 시작해야 할지,

그리고 끝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스스로 계속해서 되물어 고민에 고민을 더했다.


일기장을 처음부터 다시 읽으며 9개월간 메모해

두었던 고민의 흔적을 되짚어 보았다. 장소와

공간은 바뀌지만 결국 고민의 핵심은 한 가지

이야기를 향하고 있었다. 퍼즐 같았던 9개월간의

고민을 순차적으로 나열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아야겠다.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또 주관적인 여행에

대한 나의 피드백이며 어쩌면 숙명처럼 여행중

당연히 마주해야만 했던 고민이었으리라.



세계 여행하는 사람이 거 너무 말끔한 거 아니오?


내가 9개월간 세계를 여행하며 3번이나 들었던

이야기다. 마치 어제 도착한 사람처럼 뽀송뽀송

하다는게 그 이유다. 그들에겐 악의가 없음을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에 나로서는 상태(?)가

좋아 보인다는 말이니 당연히 좋은 말로 받아

들이는 게 맞다


지금쯤 정돈되지 않은 수염이 덥수룩하고

머리는 수개월째 자르지 못해 귀를 덮어 눈을

가릴정도로 지저분하고 피부는 탄 건지 안 씻은

건지 혼란스러운 몰골이 되어 있어야 하는 게

무의식 속 인식되어 온 세계 여행자의 모습이

아닐까?


한 달의 두 번씩 머리를 정돈하던 직업병과 같은

습관이 아직 남아있어  머리가 조금만 길어도

답답함을 쉽게 느꼈다. 그래서 조금 오래 머물게

되는 도시에서 머리를 망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득안고 현지 미용실을 찾아 손발을

총동원해 나의 니즈(Needs)를 전달하려 최선

을 다했다.(알바니아에서는 정말 한마디도 말이

통하지 안았다.)


누추한 나의 모습과 자연그대로의 모습이 그동안

나의 여행의 흔적을 대변해주는 것 같은 것도

이해가 되지만 나는 적당히 깔끔하고 정돈되어

있을때 무시 받지 않고 적절한 대우를 받는게

당연하다라고 믿는 주의다. (아직 한번도 인종

차별을 당하지 않은 이유라고 혼자 믿고있다.)



'고생' 해야만 '가치'있는 여행일까?

요즘은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세계 여행자들의

실감 나는 여행 이야기를 접하기가 어렵지 않다.

미지의 장소, 색다른 경험에 대한 이야기는 간접

적이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여행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내가 보고 읽었던 대부분의 여행기와 세계 여행

자의 이야기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공식과도

같은 패러다임이 존재한다.


번듯한 직장을 때려치운다.

-

세계여행을 떠난다.

-

경비가 떨어지거나 극한 상황에 처한다

-

개고생 한다.

-

고비를 넘기며 성장하고 성숙해진다.


어느 순간 공간과 장소에 대한 피드백이나

정보보다 궁핍, 고생, 극복에 대한 이야기가

과중하게 실려 더 많은 분량을 채울 때가 있다.

최소한의 경비로 전전긍긍 소위 개고생하며

자급자족해 처한 난관을 극복해내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응원과

격려를 받게 된다. 깊은 인상을 남김과 동시에

세계 여행자에 대한 프레임이 함께 자리잡기

시작한다.


"너무 쉽게 여행하는 거 아니야?"

"이 정도 고생은 해야 세계 여행자 아니야?"


여행 중 많은 변수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변수는

내가 원하지 않는다고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언제 어디서 마주할지 모르기 때문에 변수

라고 한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리고 공간에

따라 우발적으로 예기치 못한 곳에서 발생되는

변수를 극복하고 이겨냈을 때 얻는 뿌듯함과

자신감등은 여행 중 경험해 볼 수 있는 짜릿하고

기분 좋은 특별한 순간이기도 하다.


그러한 경험들이 또 다른 변수에 부딪혔을 때

조금 더 유연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끔 성장 시켜주기는 하지만 변수가 없다 하여

그여행의 '가치'를 평가하거나 판단할 필요가

없다. 근본적으론 변수가 없다는 것은 좋은

것이고 그만큼 여행을 잘 준비했다는 뜻이다.

어느새 많은 사람들은 변수를 경험하고 성장

해야만 한다는 비공식적 여행 공식의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변수와 고생을 타인의 여행을

판단하는 저울로 사용하고 있다.



여행의 가치는 높낮이가 없다.


영희와 철수는 목적지는 같지만 서로 다른

방법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철수는 모두가

시도하는 방법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새로운

경로를 개척해 목적지에 도착했고 느끼는

만족감과 희열이 굉장했다.


영희는 출발하기 전 사전에 얻은 정보들을 잘

종합해 큰 어려움 없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영희는 자신이 스스로 그곳까지 별일 없이 잘

도착한 것 자체가 감격스럽고 대견했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철수 같은 성향의 여행자는

'극한'을 강조하며 자극 없는(고생) 여행은

재미가 없다며 여행의 의미까지 들먹인다.

허세와 나잘났음으로 중무장한 그들은 누가 더

어렵고 힘들게 여행했나 자랑하기를 밤을 새워

이야기해도 끝이없다. (여행 중에 실제로 여러번

목격했고 쉽게 만날 수 있는 타입이다. 근처에

꼭 있다.)


두 사람이 느낀 성취감과 만족감 그리고 누구의

경험이 더 가치 있었는가를 수치화할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방식과

방법으로 얻은 결과에 대해 누구보다 만족스럽고

행복 했기 때문이다.



다양해지는 여행 욕구


'우리는 왜 여행이 하고 싶을까? '


모두가 각기 다른 개성을 갖고 사는 것처럼

여행의 이유도 무궁무진할 것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

-나에게 주는 선물(보상)

-경험하고 싶어 하는 욕구

-'나'를 아는 사람이 없다는 해방감과 자유로움


나도 이야기해본 적이 있고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흔한 이유들이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여행이 갖는 의미도

모두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여행에 가는곳에 목적과 컨셉이 무조건 따른다.

나의 경우에는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것이 즐겁다.

-다양한 카페 문화를 접하는게 재밌다.

-도전하고 경험하는 것이 삶의 원동력인데

 여행은 매일매일이 도전과 경험의 연속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여행을 통해 내가 행복해

지는게 여행을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불행해지기 위해서 여행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만나본 적이 없다. 모두 크고 작은 이유와 목적을

갖고 있지만 결국은 행복을 위해 여행을 선택하

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나만의 행복한 하루를 시작하는 공식이

있다. (비밀이지만 공개한다.) 숙면을 취하고

일어나 부스스한 채로 아침을 먹는다. 아침을

먹을 때 반드시 아메리카노를 한잔 마셔야

30분 내로 화장실을 갈 수 있다. 옛것은 버리고

새 부대에 새로운 것을 담기 위한 준비가 끝났다.

무슨 의식처럼 보이겠지만 그렇게 차질 없이

일이 진행되면 그날 하루가 기대되고 힘찬

시작이 가능하다.


 

여행자는 여행 속에 있는 나의 행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다. 여행을 통해 어떠한

결과물을 꼭 얻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도 필요

없다. 해외에 나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아무것도 보지 안았다고 불안해할 필요 없고

눈치 볼 필요도 없다. 아무 생각하지 않고

늘어지게 늦잠 자는 게 본인 최고의 행복이라면

그것 또한  자신만의 행복을 위해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여행은 오로지 나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여행이 행복으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

고 우연히 마주친 다른 이의 여행 또한 다른이의

자신을 위한 여행임을 알고 서로의 여행을 존중

하고 응원 하고 격려해주면 되지 않을까.


여행욕구와 가치관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자신의

프레임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게 되어 모두의

소중한 여행이 존중받고 행복한 여행이 되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조금더 욕심을 내보자면

세계여행을 준비하며 방문 국가와 일정, 여행

컨셉에 대한 깊은 고민중에 있는 예비 여행자들

에게 이글이 그들에게 마음의 자유로움을 선물로

받아들여지길 소망한다.



- 17년 12월 따듯한 태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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