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슬픔을 쪼개주는 이 있었으면 좋겠다.

by 임세규

➡️ 이 시는 치유 불가능해 보이는 덩어리진 슬픔을 '7cm 흉터에 재발한 3cm 혹'처럼 비유하며, 그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을 쪼개고 나누어 다발로 묶어주는 '분업 방식'의 재주 많은 이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표현합니다.


화자는 '생사의 폭발'이나 '슬픔의 블랙홀' 같은 거대한 고통을 잔치국수, 알약, 육개장 속 쇠고기처럼 쉽게 다루고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찢어주는 손 빠른 이'에 대한 절박한 소망을 담고 있습니다.



슬픔을 쪼개주는 이 있었으면 좋겠다 / 김선아

이를테면 가슴 혹 떼어내고 봉합한 7㎝ 흉터에
다시 재발한 3㎝ 혹 같은
넝쿨성 슬픔을 지고 가야 하나 안고 가야 하나

참으로 기막힌 말문들
쪼개고 나누고 다발로 묶어내는
분업 방식을 고안해 낸 재주 많은 이 있었으면 좋겠다

대학병원이 있고
고별, 고독, 고통이 있고
그 앞 앞마다 화환 즐비하지만

이를테면 생사의 폭발이나
슬픔의 블랙홀을
잔치국수처럼 가늘게 뽑아 누구나 한 젓가락씩 먹기 좋게
알약을 꽃향기처럼 흡입하기 쉽게
육개장 속 쇠고기만 하게

슬픔을 찢어주는 손 빠른 이 있었으면 좋겠다.




' 슬픔을 쪼개주는 이 있었으면 좋겠다 ' 마음 아픈 사람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한 김선아 시인의 시입니다. 경험이 바탕이 된 시적화자의 독백이라 그런지 암이 재발한 상황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슴 혹 떼어내고 봉합한 7㎝ 흉터에 다시 재발한 3㎝ 혹 같은 넝쿨성 슬픔이라는 비유를 통해 시인이 감당해야 할 마음을 표현합니다. 흉터는 이미 치유된 상처이지만, 다시 나타난 3㎝ 혹은 넝쿨처럼 끊임없이 슬픔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슬픔을 쪼개주는 이 라는 시어는 화자의 소망을 말합니다. 또다시 반복된 슬픔을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을 까요.. 마지막 행에서는 슬픔을 쪼개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도움으로 슬픔에서 벗어나 좀 더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나타냅니다.

이 시는 슬픔에 시달리는 사람의 고통과 희망을 간결하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흉터와 넝쿨성 슬픔이라는 비유는 슬픔의 끈기와 힘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 슬픔을 쪼개주는 이 '라는 소망은 극복을 위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슬픔 앞에 놓인 사람들의 마음을 잘 나타냄으로써 많은 공감을 주는 시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책속의 명시 / 박노해 좋은시 한계선 외 10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