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남자 사람과 떠나는 그림이야기

드라마 '남자친구'의 그림이야기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by 잭슨파이브

안녕하세요, 무려 9년 만에 다시 팬을 잡은 잭슨파이브입니다. 9년이란 시간 동안 저에게는 많은 일들이 생겼습니다. 눈으로만 보던 그림을 찾아 유럽을 직접 다녀오기도 하였으며, 또 멋진 그림과 같은 인생의 반려자를 맞이하는 등 말이죠. 제게 있어 인생이 항상 르누아르의 멋진 ""의 향연처럼 아름답지는 않겠지만, 비뚤지언정 어둠 속에서 빛나는 소신만큼은 지키고자 했던 램브란트의 한줄기 그 ''을 담고 살아가려고 합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한동안 팬을 들지 못함을 저만의 진한 생존의 시간이라 여기며 정말 오래간만에 글 하나를 써보려 합니다. 이 글은, 몇 년 전 드라마 '남자친구'를 보다가 디씨인사이드 갤러리에 작가 본인이 적은 글을 Brunch로 이사 온 글입니다. 혹시, 어디서 본 글이라고 생각하셨다면 그때 읽으셨던 글 일 겁니다. 디씨에도 본인 계정의 블로그로 옮김을 양해드렸습니다. 몇 년 만에 쓰는 글이 고작 본인 글을 옮겨 적는 것이라니! 이 당당함은 예전에 적었던 글을 소개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럴 것이라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드라마 '남자친구' 중 함께 그림을 보는 장면>


Romance Drama


제게 있어 로맨스 드라마는 마음의 떨림을 확인하는 어떤 지표이기도 합니다. 그 떨림으로 1주일을 버티며 다음화가 나오기만 하면 급하게 찾기도 합니다. 그 로맨스 드라마와 그림을 만났다면? 그리고 어느 한 그림의 주제가 관통하게 된다면?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야기의 생생함이 뿌려진 그 드라마를 계속 볼 수밖에 없었겠죠.


자 이제 그림의 이야기로 넘어오고자 합니다. 드라마 '남자친구'에서 몇 회에 걸쳐 한 그림에 대해 소개하고 있었고 사실 이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스토리의 시작이 이 그림일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김환기 화백님 (1970년 작)

우선, 그림이 주는 방향성을 알기 위해서는, 작가에 대해 간단하게 알고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그림에는 작가의 삶이 녹아있는 법이기 때문에, 작가가 의도하고자 하는 것을 정확히 발맞춰 갈 수 있지 않을까요?

1. 김환기 화백님에 대해서
- 워낙 유명하신 분이라, 따로 설명드릴 필요는 없을듯하지만, 신문에서 한국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 언급된다면 이따금씩 작가님의 성함은 듣곤 할 겁니다. 김환기 화백님께서는 한국 모더니즘의 원조격에 위치하신 분으로 그림스타일은 서양풍이지만, 그림에 담긴 느낌들은 매우 한국적이라서 '한국적인 정서를 서양의 기법으로 표현하시는 분'이라고 평가를 받고 계십니다. 다만 드라마에 나왔던 그림은 추상화로 말년에는 계속 이런 추상화를 점선면으로 표현하는 연작 시리즈로 내놓으셨습니다. (이 말은 즉슨,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도 연작 시리즈가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2. 김환기 화백님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1970년작
- 그렇다면, 김환기 화백님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앞서 말했듯이 후기의 김환기 화백님은 점선면으로 표현되는 추상화로 그림들을 표현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이는 화백님의 현실적인 부분들이 맞닿아 있습니다. 끊임없이 예술적 감성을 위해 해외를 돌아다니셨는데 1970년 이 작품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뉴욕에서 작업 중이시다 보니, 내내 사람, 나라, 음식 등 그리움을 겪으셨습니다. 결국,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에 표현된 수많은 점들은 그리움이 생길 때마다 하나씩 새겨나간 그리움의 점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저는 추상화의 단점은 명확하게 어떤 것을 표현하는가에 대해 관객에게 불친절하다는 점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만큼은 다른 추상화와 달리 맘에 와닿는 건 김환기 화백님의 그리움의 시간들이 자로 잰 듯이 똑바로 새겨져 있기보다는 오히려 이렇게 질서성을 이탈한 점들의 모습이 인간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 점들을 새겨나간 작업의 시간은 김환기 화백님에게 있어서 외로움을 달래는 정신적 수양의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 작품은 한국 대상전에 출품된 작품이고 작품명은 알다시피 김광섭의 '저녁에'라는 시에서 미지막 구절을 따서 작품명을 짓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의 구절들은 그림 캔버스 뒷면에 적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시 그림에서 드라마로 넘어오고자 합니다.


3. 드라마 남자친구에 있어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작품의 의미 - '돌고 돌아 내 인생의 마지막 인연 그대'
- 아마도 작가는 이 그림을 놓고 스토리를 이미 결정했으리라 생각됩니다. 관계의 시작과 함께 이 그림이 나왔으며, 16회에서는 관계의 완성과 함께 이 그림 뒷면에 적힌 시를 읊으며 엔딩을 맞이하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는 5회에 이미 나오기도 함).

따라서 그림과 시는 드라마 내내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습니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느냐고. 그리고 수현과 진혁 이 둘에게 있어 수 많았던 질문의 끝은 평생 함께 하겠다는 답이 될 듯합니다.. 그림과 시가 물음만 줄 뿐 답은 없었던 그 물음에 대해 드라마의 엔딩은 실질적인 답변을 보여준 격입니다.

결국 진정한 해피엔딩으로 수현과 진혁의 모습을 통해 답하고 싶었던 '남자친구'다운 엔딩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작품은 줄곧 이들의 관계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남자친구'라는 답을 얻게 됩니다. 물론 결말에서는 더 진전된 그들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랜만의 복귀 마무리는 시로 해보려 합니다.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저녁에>, 김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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