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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이는 언제 죽어?

원이의 인권과 엄마의 인생

by 지호
“엄마, 원이는 언제 죽어?”


원이는 몇 살까지 살지? 원이는 언제 죽을까. 나와 둘째는 비슷한 생각을 하나보다. 엄마한테도 똑같은 질문을 했다가 둘이 꼭 같은 걸 물어본다고 한 소리를 들었다.


“얘네는 무슨 똑같은 질문을 해? 원이 듣고있는 데에서!”


경악스러울 수도 있지만 원이가 몇 살까지 살 지 화두를 꺼낸 건 우리 가족에게 비로소 최근의 일이다. 나와 동생은 원이가 특별하다는건 알았지만 사춘기 때는 그런 이야기가 금기인줄만 알았고, 부모님은 건강한 아이들에게 이 문제에 대한 설명을 해 줄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 둘 다 나름 원이 문제에 대해 능청스럽게 대할 수 있어질 나이가 되자 돌직구를 던져서 엄마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하는건 나쁜게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당연히 원이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하기에 천연덕스럽게 원이의 귀를 두손으로 막은 뒤 말해보기도 한다. “야, 원이! 너 하늘나라 언제 가냐구~”


원이가 입원했을 때 병원에 입원한 여럿 아이들을 보면서 부모가 없는 애들은 누가 돌봐줄까 라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그 중 정말로 부모가 한번도 찾아오지 않고 간병인만이 작은 아이를 지키는 침대도 있었다. 모든 아이들이 길러줄 부모가 있는건 아니다. 원이가 다니는 복지관에 원이와 비슷한 아이들은 전부 엄마가 등하교를 시켜주고 주말에 같이 있어주며 밤에 잠을 재운다. 엄마가 아이를 평생 책임지고 버틴다지만 모든 장애 아이가 살아있을 동안 부모도 살아있는 건 아닐거다. 장애아동을 둔 엄마들의 소원은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사는 것' 이라고 한다. 모든 장애 자식을 둔 부모는 그런 맘일까.


“원이 걱정 말고 너네는 결혼도 하고, 하고 싶은거 해라”


부모가 나이 들거나 죽으면 장애아이는 남은 형제들이 책임져야 된다는게 신경 쓰였는지 엄마는 나랑 동생에게 종종 말한다. 복지관에는 사고로 하늘나라에 간 아이도 있다. 엄마들끼리는 이제 그 아이의 엄마가 ‘새 인생’ 을 산다고 표현한다. 그 엄마는 이제 혼자 여행도 가고 배우고 싶은 것도 배우고 그러고 지낸다더라.


오랜 병간호에 지쳐 가족이 함께 목숨을 끊는 일은 너무도 많고 사회에 충격을 준다. 나와 동생은 엄마가 죽으면 원이는 누가보지? 라는 주제로 꽤 자주 이야기하며 아빠는 당연히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고 비극적인 뉴스를 보며 미래에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심장이 철렁 가라앉아 한다. 국가에서? 라는 생각은 곧 무기력으로 빠지고 지금은 엄마가 있잖아. 하며 회피한다.


2년만 해도 사람 둘이 미쳐버린다는 육아를 엄마는 홀로 22년을 해왔다. 말하자면 엄마는 원이를 위한 삶을 22년간 살았다. 열다섯 해를 못 넘긴다던 원이는 지금 스물 두해를 넘게 살고 있다. 셋째인 원이를 낳았을 때 내 나이 또래였던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리지만 슬픔은 언제나 오만한 감정이다. 엄마는 오늘도 눈앞에 누워있는 원이를 돌보고 기도하고 노래한다.


엄마가 원이를 어떻게 해버려도 우리는 엄마편이 될거야. 그런데 과연 세상이 우리 편이 되어줄까? 가야할 먼 길을 상상하긴 너무나 어렵다. 단지 오늘도 가까이에서 보지 않은 삶은 판단하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머리 관리하기 어려운데 짧게 밀면 어때?”


원이의 머리를 빡빡 밀라는 아빠의 말에 엄마는 불같이 화를 냈다. 잠을 너무 안자는데 수면제를 먹이는건 어떠냐는 나의 말에도 엄마는 같은 반응이었다. 복지관에서 한 부모 인권 교육에서 엄마는 부모점수 백점을 맞았다고 했다. 그럴 만도 하다. 언니들은 만날 때마다 원이를 빤히 보며 “원이 하늘나라 갈 때 됐는데.“ 라고 말하고 엄마는 "얘도 다 알아들어!" 하며 원이 귀를 막아준다.


“우리 원이 엄마랑 천천히 더 살다 가자.”




나는 사랑스러운 막내 원이 옆에 가만히 누워 원이 얼굴을 바라보며 죽음을 기도한다. 건강해 보이고 통통했던 어릴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살이 쪽 빠져 혈색이 없고 큰 병까지 앓은걸 보니 문자 그대로 하늘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원이는 죄가 없지 않은가? 사실 '이 세상에 태어난 원이가 무슨 죄가 있어서' 라는 건 아무 의미 없는 말이고 그런 생각은 해본적도 없다. 원이는 하늘나라에서 온 천사라 걷지 못하고 날지도 못한다는게 우리 가족의 지론이었으니까. 원이는 무조건적으로 사랑스럽고 원이가 없다는데 마음의 준비가 된 적은 없지만 나는 항상 원이가 편안하길 바라왔다. 원이보다 하루만 더 사는게 소원인 엄마에 비해서 감히 나의 소원을 말해보자면 두 가지가 있다. 원이가 건강하게 우리 곁에 오래 있어주는 것. 원이가 행복하게 하늘나라에 가서 엄마와 언니들을 기다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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