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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북극성을 향해 걸어볼까.

브런치와 함께 걸어간 작가의 꿈



다시 걸어볼까. 북극성 따라서.



2017년


‘육아’와 ‘이민’이라는 인생의 큰 강을 만났다.

눈앞에서 세차게 몰아치는 강을 바라보며 길게 호흡을 내쉬었다. 두려움이 호흡을 따라 밖으로 사라질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후우-이제 건널 준비됐지? 그럼 건너보자!‘


첫 발이 강에 닿자 차가우면서 신비로웠다.

강을 건넌다는 현실이 뭔가 큰 일을 해내는 것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몇 주만에 물이 깊어졌고, 물살 역시 세졌다. 검게 보이는 강에 혹여나 발이 땅에 닿지 않을까 두려움도 생겼다. 영어도, 운전도, 동네도 낯선 곳에서 아이 둘 키우는 것도 처음이었던 ‘초보, 이민자, 엄마.‘


바닥은 보이지 않고, 물살은 세지면서 미끄러지고 넘어지기 시작했다. 입고 있던 옷이 물에 젖어가고, 찢어져도 아이 둘을 데리고 시작한 강을 건너가야만 했다. 남편이 지치면 내가, 내가 지치면 남편이 선두를 서야 했다. 그러다 향수병이 찾아왔고, 육아 우울증을 만났다.


강의 한가운데 서서 앞으로 가지도, 뒤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눈물만 흘리던 5년이라는 긴 시간. 그 시간을 이겨낼 힘이 필요했다.



2023년


그 힘이 될까 싶어 제안했던 브런치스토리의 작가, 당선 메일을 받았다. 나를 거세게 밀던 물길이 조금 잦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강을 건너며 느꼈던 외로움, 무게감, 그리고 상처까지 마음속 모든 것을 모으고 모아 글로 적기내기 시작했다. 그곳은 나의 유일한 소통 통로였고, 대나무 숲이었다.


2025년


강의 끝자락쯤일까.

아이들이 자라 학교에 들어가고 나도 새롭던 나라에 익숙해지자 다시 나만의 북극성을 따라가고 싶다는 갈망이 생겼다. 여러 번의 도전 끝에 파트타임, 풀타임을 찾아 일해봤지만 내 길은 보이지 않았다. 강의 높이만 조금 낮아졌을 뿐, 여전히 캄캄하고 차가웠다.


그러던 어느 날, 눈에 띈 내 스토리의 숫자.

글 216. 작품 15.

이미 나는 2년간 글을 쓰고 브런치북 여러 권을 만든 ‘작가’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200여 개의 글을 연습해 온 작가…‘

매주 적어 내려간 일상과 그때마다 느꼈던 감정들이 에세이라는 이름으로 저장되어 서랍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많지는 않았지만 나를 ‘작가님’이라고 부르며 응원해 주는 독자도 생겼다.


그때부터였다. 북극성의 방향을 찾은 그날부터 나는 어릴 적 꿈 많은 소녀로 돌아갔다.


그 북극성을 향해 첫 발을 내디딘 글이 아마존 KDP의 첫 전자책으로 발간됐다. 단편 소설 [Missing Code X] 영어버전과 [실종 코드 X] 한글버전(현재 진행 중)이 쌍둥이 북으로 나온다.

그리고 내 글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에세이 [9년째 책 육아 중입니다]가 2025년 개편되면서 두 번째 전자책[10년의 책육아 다이어리]으로 출간됐다.


글 쓰는 일을 통해 스레드에서 580명의 친구들을 만났고, 카카오톡에서 작가들의 모임에도 참여하게 됐다. 또한 영국,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 전 세계에서 나처럼 글을 쓰는 작가들과도 연결됐다.


이제 나는 '전 세계를 다니며 내 글과 작품을 소개하고 전시'하는 내 꿈을 조금씩 이루어 나가고 있다.


강 가운데에 서서 거센 물살에 포기하지 않겠노라 이를 악물며 버텼더니 마침내 강의 끝자락을 만나게 됐다. 강 밖으로 나와 옷에 가득 고인 물기를 짜냈다. 아이들도 스스로 물기를 짜낼 줄 알게 됐다.


눈앞에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초록의 싱그러운 초원 위에 양들이 뛰놀고, 말이 풀을 뜯어먹는다. 반짝이는 햇살을 받으며 초원 따라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 이제야 나에게 맞는 길을 찾은 것 같아 마음이 놓이고, 미소가 떠오른다.


브런치스토리는 힘들게 강을 건너는 나에게 버틸 수 있는 힘을 주었다. 그리고 푸릇푸릇한 초원을 만나게 해 주었다.


이제 저 멀리 북극성이 보인다.

저 북극성 따라 걷다 보면 언젠가 내 꿈 앞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그 현실에서 눈을 뜨는 날 아침, 혼자서 조용히 속삭일 거다.

’ 브런치스토리,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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