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와 초콜릿공장 #기회의 독점 #과도 경쟁 #결혼 출산 포기
요즘은 정말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언어(유행어)들이 나타나며 그것을 모르고 있으면 대화에서 맥락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나만 뒤쳐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최근 들어 새롭게 알게 된 용어는 바로 <황금 티켓 증후군>이며 이것이 나의 매거진 '초등 눈높이로 알려주는 사회 이야기' 첫번째 이야기 꼭지이다. 혹시 나처럼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작성하는 글인 동시에 역시 이 글을 작성함으로써 나 또한 많은 공부와 성찰이 되고 있음을 고백한다.
처음에 '황금티켓 증후군'이란 말을 들었을 때 든 생각은 '황금티켓'이라는 귀한 것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가 싶었고 거기에서 더 이상 생각이 발전하지 않았었다. 왜 황금 티켓에 '증후군(syndorom)'이란 단어가 따라붙는지 궁금했고 보통의 경우 이런 증후군이란 말은 부정적인 사회 현상을 지칭할 때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뭔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문제점을 지칭하는 것일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만 했었다.(물론 어느 정도는 맞았다) 그리고 나중에 이 용어의 배경과 뜻, 그리고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알고 나서는 알기 전의 그 꽉 막혔던 생각이 술술 뚫리듯 이해되기 시작했다.
자, 혹시도 아직 이 용어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을 위하여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직업적 잇점을 활용하여 최대한 쉽게 설명을 드리고자 한다.
황금티켓이라 함은 정말 귀하고 희소한 기회를 뜻함을 한눈에 보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가지고 싶어하는 귀하디 귀한 기회나 특혜가 될 수 있겠다. 이 말이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사실 최근이며 그 계기가 되는 사건은 OECD의 <2022 Korea Economic Survey> 에서 비롯된다. 이 보고서에서 한국 청년들이 소수의 안정 즉 우대 직장(대기업‧공공기관)을 둘러싼 과도한 경쟁에 몰리는 현상을 “Golden Ticket Syndrome”으로 지칭하였고, 이를 통해 청년 취업률 저하, 출산 지연, 삶의 만족도 저하 등 부정적 영향을 분석했다고 한다.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가난한 소년 찰리 버켓이 세계에서 최고로 사랑받는 '윌리 웡카 초콜릿 공장'을 견학하며 벌어지는 모험을 그린 영화인데 공장 주인 윌리 웡카는 초콜릿 바에 숨겨진 5장의 황금 티켓을 가진 어린이를 초대하겠다고 공표한다. 당연히 많은 어린이(with 그 부모)들이 5장의 황금 티켓을 얻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데 부모들은 자녀에게 그 티켓을 선물하기 위해 초콜릿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티켓을 얻으려고 하거나, 심지어 직원(알바)을 시켜서 더 많은 초콜릿 포장지를 벗겨 티켓을 구하려고 한다. 가정 형편 상 몇 개의 초콜릿 바만 구입할 수 있는 아이들과 어마어마한 양의 초콜릿 바를 구입할 수 있는 부유층 아이들은 처음부터 비교할 수 없는 선상에 서 있는 셈이다. 즉 출발부터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지만 결국 불공평이나 불공정을 묘사하는 사회를 빗댄 이야기인 것 같다.
영화에서는 5장의 티켓 주인이 차례대로 등장하고 그 중엔 부유한 부모 덕에 티켓을 손쉽게 얻은 아이도 나온다. 5장의 티켓이 다 팔렸음을 알게 된 주인공 찰리는 당연히 실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행운이 따랐는지 길에서 눈에 파묻힌 지폐를 발견해 그것으로 초콜릿을 구입한다. 그리고 그때 갑자기 뉴스에 나오길 러시아에서 나왔던 마지막 5번째 티켓이 가짜(위조)로 판명되고 찰리가 구입한 초콜릿에서 5번째 티켓이 나오면서 찰리는 드디어 초콜릿 공장을 견학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영화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빌리겠다. 그 다음은 조금 다르게 펼쳐지니까...
어쨌든 이런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명문대 입학 및 졸업,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입사 등의 몇 안 되는 황금 티켓은 우리 사회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황금 티켓을 쥔 이들은 선민사상-나는 성공한 특별한 사람이며 이런 티켓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낙오자임에 틀림없다-에 빠지게 되어 우리 사회의 편가르기 및 갈등을 야기하게 된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소위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에 빠져서 중소기업 등에는 아예 취직하지 않으려 하거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결혼이나 출산 등을 포기하게 된다. 당연히 삶에 대한 만족도 또한 바닥을 치게 되니 역시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갈등 요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시쳇말로 '좆소기업'이란 말이 있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의 열악한 상황(연봉, 유명도, 복지, 전망 등)을 비하하여 만든 말인데 대기업만 희망하고 중소기업을 비하하는 요즘 세태, 어찌저찌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하더라도 자신의 현 상황에 대한 불만과 힘듦을 이런 말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매우 씁쓸하다.
흔히 말하는 인서울(약 30여개의, 서울 지역 4년제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비율은 매년 대입수험생 수(약 45-50만 명) 대비 약 9-10% 즉 5만명 정도이다. 그리고 소위 대기업-매출 기준 상위 300대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비율 또한 전체 신규취업자 수 150만 명 대비 3.3%에 한하는 약 5-6만 명뿐이다. 모두들 쉽게 '인서울'과 '대기업'을 말하지만 사실 그 2가지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사람들은 지극히 소수인 것이다. 물론 이들의 노력을 비하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꿈의 초콜릿 공장을 견학하고 싶어하는 전세계 어린이들 중 단 5명에게만 주어지는 황금 티켓보다 그 비율은 좀 높지만 정말 쉽게 얻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므로 당연히 탈락자가 나올 수밖에 없고 영화 속 이야기처럼 티켓을 거머쥐려면 엄청난 스펙과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 알다시피 그 스펙과 능력에는 개인의 실력-이 실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경제적 배경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이 필요하고 운, 인맥 등 우리가 부정할 수 없는 여러가지 변수가 작용한다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여러가지 상황을 놓고 볼 때 황금 티켓을 향한 엄청난 경쟁과 그 결과가 몰고오는 여러가지 여파 등이 고스란히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황금 티켓 증후군'이라고 명명할 수 있겠다.
자, 여기까지 읽고 나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하다. 나의 경우, 황금 티켓을 얻는 사람이 되기를 당연히 바라겠지만 그걸 얻는 경우 티켓을 얻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 과연 긍정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그리고 만약 그 티켓을 얻지 못한다면 내가 이렇게밖에 안되는 이유를 고민하고 갈등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불안하다. 지금은 어느 정도 인생을 살아본 50대라서 여유를 가지게 되었지만 2-30대라면 이야기가 달라지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내 자녀들이 그 황금 티켓을 얻지 못한다면 부모로서 뒷받침을 잘 해주지 못한 건 아닐지에 대한 죄책감이 들거나 자녀 교육이 실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 등 별로 건강하지 못한 생각의 쳇바퀴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왜 이런 황금 티켓 증후군이란 말이 우리 대한민국에서 유행어가 되고 사회적 문제가 되는지 그 배경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만큼 황금 티켓을 얻기 힘든 사회라는 점, 그리고 갈라치기 문화가 팽배하여 소위 성공과 실패를 무 자르듯 자르고 그에 따라 급을 나눈다는 점, 마지막으로 이런 상황에 따른 여러 갈등들이 우리 사회를 힘들게 한다는 점이 바로 이 황금 티켓 증후군을 낳는 토대가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