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사진가 김진석 작가의 <걷다보면>
'길 위의 사진가' 김진석 님이 쓴 책 『걷다 보면』을 한달음에 읽었다. 다 읽고 나니 수면 아래로 잠시 유보하고 내려 놓은 나의 오랜 꿈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에 대한 로망이 다시 스멀스멀 되살아난다.
이 책에 추천사를 쓴 서명숙 제주 올레 이사장에 따르면, 김진석 작가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걷기를 지독히 싫어하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제주 올레길에서 처음 '걷기교'에 입문하여 올레길 완주를 하더니 완전히 '개종'하고 급기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히말라야까지 다녀오는 '걷기 전도사'로 변신했다고 한다. 이 책 『걷다 보면』에는 김진석 사진작가의 생생한 사진과 뭉클한 글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직업이 사진작가인지라 그는 배낭을 짊어지고 제 한 몸 건사하면서 걷기도 버거운데, 무거운 카메라까지 둘러메고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완주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만난 풍경, 사람, 생각을 책 속에 담백하게 담아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작가와 함께 산티아고를 함께 걷는 느낌이 들었다. 당장 산티아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제주 올레길부터 걷고 싶게 만든다. 그야말로 걷기를 추동하는 책, 『걷다 보면』이었다.
카메라에 담긴 순례자들 중에는 나이 지긋한 분들이 제법 많았다. 젊은 사람도 완주하기 힘든 긴 여정을 무거운 베낭을 메고 묵묵히 걷는 그들의 모습은 보기만해도 숙연해진다.
사진 속 인물들의 표정이 생생하다. 김진석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나는 사람을 찍고 싶고, 그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찍고 싶다. 그렇다고 아주 거창하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다. 부턱에서 밥을 짓는 모습일 수도 있고, 각자의 일에 몰두하는 모습일 수 도 있다. 버스에서 생각에 빠진 모습일 수도 있고 묵묵히 길을 걷는 모습일 수도 있다. 그런 자연스러운 모습이 바로 '진실'이고 아름다움이 아닐까."
"걷는 속도로 생을 늦추고서야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