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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사진관 Jan 15. 2018

혼자면 어때, 그래도 파리잖아!

막연하게 가고 싶은 곳을 물으면 으레 “파리에 가고 싶어요!”라고 말을 했다.

고철덩어리인 에펠탑이 왜 그렇게 낭만스러워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파리라는 도시는 나에게 낭만 그 자체의 도시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입버릇처럼 사랑하는 사람이랑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하 나이 서른이 되자 친구들이 “이제 그만 파리 다녀와 그러다 노인정에서 단체여행으로 가는거아냐이?” 라며 놀리기 시작했다. 

그래… 다리가 떨리기전에 혼자 다녀오자!


여전히 어려운 것, 연애

띠링- ‘85년 3월 23일생’ 엄마에게 문자가 왔다. 10번의 잔소리가 듣기 무서워 나는또 어려운 연락을 한다. 때론 남들에게 쉬운데 나에게 어려운 것이 있다. 연애와 연애의 연장선인 결혼이 아닐까 싶다. 취업을하고 20대 후반, 그리고30대초반이 되면 자연스럽게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건 뭐 등 떠밀려 생각하는 수준인 것 같다. 결혼이 어렵다고들하지만 매주 결혼식장은 꽉꽉 스케줄로 차있다.’이럴 때면 뉴스에서 보는 거랑 너무 현실이 다른가?’라고 하지만 뉴스는 현실의 문제점을 꼬집어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정작 중요한 건 ‘결혼할생각이 아직 없다.’ (부모님이이 글을 보시면 안 될 텐데……) 연애세포가 다 죽었나싶기도 하고, 현실적인 외부상황과 내부적인 나 스스로 보았을 때 결혼에 대한 제도를 받아드리기에 미성숙한존재다.   

비 내리는 오후 파리, 비를 피해 들어간 카페에서 누군가 첫눈에 만나 반할 모습을 상상해

분명 외로운데, 분명 뭘까? 

여전히 어렵지만 이 문제는 부모님과 타인이 해결해줄문제가 아닌, 오롯이 내가 해결해야 할 마음의 숙제다. 

“엄마 나 근데 이남자한테 뭘 물어보면 좋을까?”

“가족끼리 치킨 시켜먹는지물어봐!”

그래 이번에는 스스로벽을 두고 있지 말자 다짐해본다.


꿈꿔왔던 도시로 여행을 가는 두근거림

백야인 상트페트부르크는 새벽 4시가 되면 밝아지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까지 일어나서 택시를 탔다. 콜택시를 예약한 게 3시 30분인줄 알았는데 3시였다. 택시기사는 20분정도 나를 기다렸는데 화가 잔뜩난 모습이었다. 공항에 도착해 팁으로 남은 루블을 탈탈 털어 택시 기사에게 줬다. 비행기 탑승 넉 다운. 러시아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을 하면 박수를 친다. 나도 모르게 열심히 박수를 쳤다.

날씨가 변해서 너무 추움 딱히 목적지 없이 무작정 걸었다. 비가 쏟아졌다. 그쳤다를 반복해서 그런지 어깨가 축축 쳐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파리에 왔잖아!” 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는지 모른다. 

에펠탑 야경을 보며 반짝반짝 거리는 불 빛 속에 눈물이 흘렀다.

수고했다, 여기까지 온다고!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순간엔 눈물이 핑 돌죠,

너무 오고 싶었던 파리였지만, 

내리는 비와 5월이지만 너무 추웠다. 

걸어 걸어서 파리에서 가장 높다는 몽마르뜨 언덕에 도착했다.

몽마르뜨 언덕에 올라가자 어디선가 ‘Thinking out loud’ 노래가 들려온다.

청승맞지만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다’라는 말을 누군가 해준 것 같았다. 

하지만 이 가수들은 내가 몽마르뜨 언덕 있는 내내 ‘thinking out loud’만 불렀다. 

돌아가기전에 날시 좋은 파리를 볼 수 있을까?
남은 돈 20유로 

전날 숙소에 문제가 생겨 급하게 한인민박으로 옮겨야했다. 사실 한인민박은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이 유럽배낭여행을 하면서 숙박이와 한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이들 찾는 숙소이기도 하다. 숙소의 환경은 열악했지만 여행자들의 눈 만큼은 초롱초롱했다. 장기 여행으로 이른 아침부터 빨래를하는 친구, 느긋하게 늦잠을 자는친구, 일찍일어나 오늘은 어디로 여행을 갈지 계획을짜는 친구 등등  요즘 또래들이 배낭을 하나메고 여행을 다니는게 대견스럽기도 했다.

내게 남은 돈 20유로. 여유 있게 환전해 갔고, 혼자 있으면 그닥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기 때문에 20유로가 남았다. 대학교 2학년때 터키 여행을 갔을때 5만원이 없어 카파도키아에서 열기구투어를 친구와 같이 하지 못했던게 생각 났다. 사실 5만원을 빌리면 되는 것이기도 했는데 왜 그땐 그게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같이 방을 쓴 동생들에게 남은 20유로를 건냈다.


"맛있는 커피 사드세요" 동생들은 당황했다.

"제가 7년 전에 터키 여행을 갔을때 5만원이 없어 친한 친구와 하고 싶었던걸 못했어요.그때는 터키에 다시오면 되겠지 했는데 그 한번이 그렇게 힘들더라구요, 여행할때 물론 돈이 부족할 시점도 있겠지만 원 없이 즐기세요. 전 오늘 한국으로 가요"

금액을 떠나 두 친구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파리를 기억하면 좋겠다.

무엇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

그래서 늘 여유가 없었던 나의 20대 시절에게 가끔은 미안함을 전하며,

 많은 것에 의미를 두지 않기

특별하게 파리를 여행할것 같았지만 생각해보니 가이드 북에서 본 일정과 동일하게 여행을 하고 있었다. 파리여행 중 진짜 딱 20분 해가 떴다. 날씨가 좋았다면 이 우울했던 기분이괜찮아졌을까? 날씨는 우울 했지만소셜미디어에는 여행을 가면 밝고, 즐거운 나의 모습만 넘쳐난다. 어쩌면 파리는 기대보다 별로 였지만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알고 있다. 가보고 싶다고 했던 곳을 가면

그 곳에 기억은 쭈윽- 지워지고 또 다른 곳을 가고 싶다는 병이 생긴다는 사실을 

많은 것에 의미를두지 말자, 

지금도 에펠탑에 대한 낭만을 누구는 간직한 채 파리로 떠나고 있겠지.

다음번에는 사랑하는 사람이랑 꼭 가고 싶다.

혼자면 어때,

그래도 파리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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