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사람을 향한 '얼'이 있는 곳
1981년, 한국등산학교 졸업생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청맥산악회.
어느새 44주년이 되었다.
유난히 시끌벅적하고 흥했던 행사였다.
축제처럼 서로 어울려 한바탕 잔치를 치렀다.
이것저것 신경 쓰며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고생한 유진 총무님.
전국에 사회 보는 회장은 본인밖에 없을 거라며 마이크를 놓지 않고 좌중을 휘어잡은 진석 회장님.
어찌나 준비한 선물이 많은지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아크릴 조명을 만들어온 맥가이버 태범 형님.
눈에 안 보이면 내 눈에도 가시 돋을 석봉형님과 의현 형님.
멀리서 큰 행사 때면 언제나 찾아와 후배들을 격려해 주는 성휘 형님.
회장님이 진행한 이벤트에서 저작권(?)이 있으니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유의하라는 엄명이 있어
그 재미난 일을 세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이번 44주년 행사 때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큰 웃음을 안겨준 원형언니와 진이언니.
늦잠 자는 희성이를 위해 해장하라며 후배에게 손수 라면을 끓여주던 훈훈했던 영준 형님.
차력쇼에서 재치 있는 연기를 펼쳐준 시규 형님.
행사 때면 두 팔 걷어올리고 설거지를 자처하는 건호 형님.
먼 길인데도 늦은 시간에라도 꼭 참석하는 의리의 영근 형님.
먹고 싶은 거 있냐며 묻길래 눈치 없이 이것저것 말했더니 구시렁구시렁거리지만 턱 하니 큰 보따리를 풀어놓은 오영 형님.
밭에 자란 채소들을 뽑아가라며 이것저것 일러주는 기혁 형님.
모처럼 참석해 얼굴 볼 수 있어 너무 반가웠던 춘식 형님.
힘자랑하며 푸시업을 하던 입담 좋은 영길.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번개처럼 번개 케이크를 선사한 건영 형님.
무진장 맛난 찌개를 한 솥 끓여준 현숙 언니.
산악회에서 이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서운한 찬진형님.
싱싱한 쌈채소를 한 아름 들고 오신 상영 형님.
조만간 청맥 술꾼으로 왕관자리를 노리는 태옥씨.
회장님의 끼를 물려받을 자질이 충분한 차력쇼 시범자, 인배.
함께 차를 타고 오며 이런저런 수다를 풀어주던 정다운 혜경언니.
희성아.
나는 네가 때굴때굴 구를 때 재미 었다.
다음에도 종종 웃겨다오.
뭔가 청맥인이 된다는 것이 눈물이 그렁할 수도 있구나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어준 열정의 도형 형님.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밥벌이를 재하.(다음번엔 밥 사달라고 졸라야겠다.)
손님으로 참여해 행사 참여까지 하느라 아득했을 윤지까지.
이렇게 모두 한데 어울려 토요일 저녁 내내 배꼽 빠지게 웃었다.
이 재미난 창립기념일 행사를 우리만 이렇게 즐긴다는 게 아까울 정도로 웃다가 시간이 다 지나갔다.
그날을 더욱 찬란하게 만들어준 태범형님의 아크릴 조명은 그야말로 작품이었다.
인수봉, 설악산, 청맥.
뭐든 나눠주고 싶다던 형님의 마음이 아로새겨진 환한 조명.
그 놀라운 정성의 산물을 여기에 남겨둔다.
똥손인 나는 지금도 볼 때마다 감탄과 감동을 동시에 한다.
가진 것을 어떡하든지 나누려는 선배님들의 마음과
그 마음의 고마움을 간직하며 산악회가 가진 정신과 뜻을 이어가려는 후배들의 마음들이 모여
산악회가 오늘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을게다.
밤늦도록 후배들이 모여 산악회의 앞날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이렇게 산악회를 바라보는 각자의 고민들이 모여 산악회의 내일을 이어주리라.
웃고 떠드는 것이 다가 아닌 마음을 울리게 만드는 산과 사람을 향한 '얼'이 있는 산악회.
그것이 바로 '청맥산악회'다.
욕심부려 100년을 축하하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