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농교실 4기 10회-당근, 양배추 심기/밭돌보기
2025-07-26
뙤약볕이 심해도 너무 더운 시간에 수업을 시작해 걱정이 다소 앞섰다.
그 마음을 알았는지 고맙게도 민들레가 오늘은 카페로 집결하자고 알려왔다.
밭에서만 보던 사람들을 카페에서 만나려니 뭔가 어색한 느낌이다.
이내 카페를 꽉 채운 우리.
시원한 빙수를 먹으며 상반기 농사를 마무리하는 소회를 듣고 있으니 어색함이 얼음 녹듯 사라진다.
각자만의 방식으로 수업을 들으며 느낀 바를 이야기한다.
일굴 땅이 있는 사람들이 듣는 수업과 귀농귀촌을 앞둔 사람들이 느끼는 수업.
나처럼 무지렁이가 경험하는 수업의 결이 퍽 다르게 와닿나 보다.
이런 시간이 없었다면 아쉬울 정도로 저마다 수다가 쏟아진다.
남은 시간에 심어야 할 작물이 없었다면 늦도록 이야기의 장을 펼쳐질 텐데...
더운데 무슨 밭이야 이런 마음이 더 컸을지도 모르지만.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 이 순간이 참 좋았다.
다음은 강풀의 작물 수업.
입추는 여름의 절정이다.
입추까지는 버티는 것!
"가을농사는 순식간이다.
제때 안 하면 안 된다.
매뉴얼에 나와 있는 날짜를 지켜라"
밑줄 쫘악
가을 시금치, 가을 아욱, 쪽파, 무 가을 당근은 조금 선선해지면 싹을 올린다.
쪽파 심고 보름이면 싹이 올라와야 하는데 선선하지 않으면 싹 안 나온다.
경험에서 나오는 말에서 언어의 힘이 있을 수 있다.
경험이라는 것이 중요한데 최근에는 '이 경험이 안 맞으면 어떡하지'하는 불안감이 있으나 때에 맞춰 심어라.
당근
양배추
8월 중순 쪽파
배추가 들어가면 마지막 가을농사고 김장농사다.
고랑에 풀을 배서 덮는다.
풀 많은 밭에서 풀을 베어 다하면 좋다.
뭔가를 심을 때는 결과를 생각한다.
양배추는 여물려고 하면 순식간에 여문다.
모든 모종 키울 때 일주일 전부터 말린다.
양배추를 심을 때 물을 주면 안 된다.
풀을 헤퍼서 물을 준다.
땅이 물을 다 먹도록 천천히 기다린다.
간격 호미 두 개 사이 띄우고 심고
물 다 먹으면 한번 더 붓는다.
두 번째 물 주었는지를 구분하는 방법은 물구멍에 하얀 거품 나는 걸로 확인한다.
그러고 나서 "이제 잘 크면 돼"
못난 모종을 보고도 그래 잘 키우면 되라고 생각하라.
양배추는 상토가 보일락 말락 심고 꼭 누르지 말고 살짝 심어라.
당근은 씨 뿌리고 호미로 꾹 누르고 난 뒤 물을 뿌리고 풀로 덮는다.
풀을 잘라서 덮으면 좋다.
무더운 날씨 탓에 오늘 수업은 이렇게 끝.
이 기록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 확신이 서지는 않지만.
그래도 언젠가 들춰보는 날이 오리라 믿으며 남겨본다.
어서 선선한 날이 왔으면 좋겠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주르륵 쏟아져 농사의 고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이 땅의 농부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또 한 번 깨닫게 해주는 더위다.
흙을 만지며 기후 재앙 시대의 농사가 나아갈 길에 대한 고민을 잠시 했다.
궁극적으로 농사를 짓지 않는 것이 목표라던 최성현 선생님의 말씀은 그래서 나를 더욱 숙연하게 만든다.
인간이 지구와 더불어 살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하는 이 땅의 농부들에게
더위에 져버린 여름 한가운데서 존경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