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한인 운영 게스트하우스
2025-08-30
게스트하우스로 숙소를 옮기기 위해 짐을 꾸려 밴에 탑승한다.
오늘은 짬을 내어 국립역사박물관을 가기로 한 날.
키르기스스탄은 소련의 지배를 받아 키르기스어와 러시아어를 혼용해서 사용한다고 한다.
거리 곳곳에 소련 시절의 오래된 건물이 즐비하다.
멀리 보이는 국립역사박물관 앞에 마나스 동상이 훤하다.
그 너머로 설산이 보이는데 우리가 가야 할 알라 아르차 국립공원이 저곳이란다.
매연으로 뿌한 풍경이 아쉽지만 그래도 날이 맑아서 그런지 설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나스는 키르기스스탄의 전설 속 국민 영웅.
50 만행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구술 서사시의 주인공.
영웅 마나스의 모험담과 민족 통합을 향한 투쟁을 다룬 이야기인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예전에 다큐멘터리로 이 내용을 듣고는 궁금했는데 이걸 구술로 전하는 사람 또한 칭송받는다고 하니 놀라운 문화가 아닐 수 없다.
기회가 된다면 직접 들어본다면 졸리려나?
문득 궁금하다.
바크트가 층별로 지나가며 이런저런 키르기스스탄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는 크게 기록으로 정확하게 남겨진 것이 많지 않다는 것.
현재 대통령이 그나마 국민들에게 환영을 받는 사람이며 국가 발전을 위해 도로 등 다양한 국가 산업을 중국의 힘이 아닌 자력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물론 박물관에 본인의 공적을 기록해 놓는 것까지 빼놓지 않았지만.
다들 현재 대통령의 기록을 박물관에 있던가 갸웃하며 쳐다본 기억이 난다.
오늘은 움직일 동선이 길어 서둘러 박물관을 빠져나왔다.
비싼 이소 가스를 사러 아웃도어 매장에 들르고 시장에 가 어제 봐둔 먹거리를 사고는 서둘러 숨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길이 많이 막힐 것을 염려한 가이드가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했다.
거리에 차들은 유리창이 깨져도 고치거나 하지 않고 타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신호등이 없어도 잘 굴러간다.
고깔 모양을 단 차는 운전 연수 차량으로 모든 차량이 예외 없이 양보를 해주어야 한다는 규칙을 알려준다.
우리나라는 서로 지나가려고 아우성인데 이런 점은 참 본받을만하구나.
멀리 산을 봐도 황량한 민둥산이라 삭막한 것이 키르기스스탄의 특징인가 보다.
가이드가 한국에서 4년간 일했을 때 느꼈던 중에 한국은 산에 나무가 많다는 것이 인상적일 수밖에 없는 풍경이었다.
건조함이 지나쳐 코가 아플 지경인데 이 나라 사람들은 괜찮은지 모르겠다.
강수량은 200-500ml 정도로 그나마도 봄여름에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가을로 넘어가려는 지금.
먼지 풀풀 날리는 거리에 차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게 기억난다.
그 길을 두어 시간 달려 도착한 키르기스스탄의 부자 동네(?)에 위치한 솜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한국분이 운영하는 숙소라 그런지 한인 신문이며 팔고 있는 음식이 반갑다.
김밥과 라면.
오늘 저녁은 나가지 않고 이걸로 대신하기로 한다.
느끼한 음식이 아니니 다들 반가운 눈치다.
타지에 여행 왔다가 이곳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사장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수박, 멜론이 너무 비싸져서 못 사 먹는다.
꿀이 싸서 한국에서 비싸게 팔면 돈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이미 다른 사람들이 해 본 거니 그럴 생각을 말라는 둥.
여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시간 개념이 크지 않아서 늦거나 이런 것을 개의치 않아서 힘들다.
혹시 게스트하우스 할 생각이면 팔테니 사라는 이야기까지.
처음 본 우리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전해주는데 타국에서 이렇게 큰 게스트하우스를 하려면
얼마의 돈이 있어야 하나 생각하며 내심 부러워하던 나를 깨우쳐 준다.
속이 뻥 뚫리는 기분으로 라면 국물에 김치, 김밥을 먹으며 본대가 오기를 기다린다.
먼 길 오느라 힘들었을 사람들.
진희는 감기에 걸려 마스크를 쓴 채로 들어오는 것이 안쓰럽다.
새벽 1시가 넘어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과 안전, 즐거운 여정이 되기를 기원하며 각자 숙소로 돌아가 취침.
내일은 알라아르차 국립공원으로 오전 7시 출발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