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키르기스스탄 여행-라첵 산장

다채로운 향나무 알라아르차 국립공원

by 날아라풀

2025-08-31

알라아르차 국립공원

다채로운 향나무라는 뜻의 국립공원에 한 시간을 달려 드디어 입구에 도착.

알라아르차 국립공원

키르기스스탄에 국빈이 오면 꼭 들르는 곳이 이 국립공원이란다.

한눈에 봐도 멋진 산과 나무들.

공원 주변 풍경

여기도 산세(?)가 좋은 곳은 부자들의 독차지인 모양.

부유해 보이는 집들이 곳곳을 차지하고 있다.

좋은 건 어느 나라나 다 똑같겠지.

차에서 짐을 내리자 기다리고 있던 포터들이 몰려온다.

이 나라 포터들은 자신이 가져온 배낭에 카고백 짐을 나눠서 짊어진다고 한다.

한 사람이 짊어지는 무게는 20kg로 제한되어 있었는데 그걸 반드시 지키지는 않나 보다.

예약한 사람보다 적은 인원의 포터들이 모여 있다.

내려놓은 카고백을 하나씩 풀어헤쳐 각자 짊어질 수 있는 만큼 본인의 배낭으로 옮긴다.

석봉 형님이 이러면 안 된다고.

개인 프라이버시가 있는데 이건 좀 고쳐야 한다고 가이드에게 이야기를 했을 정도로 언짢았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라첵 산장을 운영하는 러시아 여행사만 독점으로 포터를 쓸 수 있어 가이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란다.

간단하게 기념 촬영을 하고 산으로 향한다.

우리가 걸었던 길에는 그 이름이 무색하게 향나무 군락이 눈에 많이 띄지는 않았다.

먼 산에는 벌써 가을 단풍이 내려오고 있었다.

여느 휴양지와 다름없이 깔끔하게 정돈된 길.

빙하수가 흐르는 공원은 다음에 쉬러 오고 싶을 정도로 매연 없이 깨끗하다.

이곳은 공기부터가 다르네.

한참 리조트 공사를 하는지 공사 차량이 바쁘게 움직인다.

하루에 올려야 할 고도가 1천 미터.

서두르면 고소증세가 나타날까 겁나고.

고소가 나타날 정도로 빨리 걷지를 못하니 다행(?)이지만 늦으면 어두워질까 조심스러웠다.

그럼에도 설산이 가까이 나타나니 발걸음이 자주 멈춰진다.

이국적인 풍경

척박한 이곳에도 꽃은 피어 이름 모를 어여쁜 꽃들을 지나간다.

꽃이 있어주니 고맙다

라첵산장까지는 외길이라 길 잃을 염려는 없어서 사람들과 떨어져 있어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내가 짊어진 배낭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러 힘들어 쉬고 있는데

그 옆을 빠르게 스쳐가는 포터들이 대단해 보인다.

쉬다 걷다를 반복하며 느리게 걷는다.

다들 잘 오른다.

발이 불편한 언니는 최대한 조심스레 걷고 있다.

고산 경험이 있는 언니라 그런지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스스로 잘 아는 듯하다.

천천히 숨 쉬며 걷는 언니를 지켜보며 걷는다.

3400미터 고도의 라첵산장까지 갈 길이 멀다.

현지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브로큰 하트에서 잠시 쉬었다.

프러포즈하는 연인이 있었다는데 나는 보지를 못하고 지나쳤다.

한참을 걸어 악사이 폭포 근처에서 점심으로 싸 온 도시락을 먹었다.

잘 먹어야지 하며 끝까지 먹었는데 진희는 좀처럼 입에 대지를 못한다.

희성이는 고소가 걱정이 되지도 않는지 연신 담배를 피운다.

너 참 대단하다.

구박을 한 차례하고 볼일을 보고 난 후 나도 출발.

이때까지만 해도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다들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진석 형님은 늘 그렇듯이 아침부터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저 멀리 앞장서 갔다.

나도 느리게 걸으며 끝없이 위로 펼쳐진 길을 걸었다.

부서질 것 같은 바위 벽이 양 옆으로 널따랗게 펼쳐져 있고.

때론 낭떠러지가 온통 흙과 바위뿐인 산 뒤로 설산이 보인다.

낙석이 많아 해빙기에는 정말 조심해야 할 곳임이 틀림없다.

떨어진 돌들이 길 옆으로 쌓여 있는 게 상당하다.

돌산을 내내 보며 걷는 길

잘 만들어놓은 돌길이 있는 걸 보니 산장이 가까워졌나 보다.

거기에서부터 산장까지는 컨디션 탓인지 한참이나 멀어 보였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때에는 이 멀리까지 텐트를 치는지

철문 밖으로는 무료로 야영을 하고 그 안으로는 돈을 내야 한다.

라첵산장이 머지 않았다.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컨디션이 괜찮네 했는데

차를 끓여야지 하면서 서둘렀더니 아니나 다를까 고소증세가 바로 나타났다.

머리가 아프더니 기운이 쭈욱 빠지면서 맥이 풀려버린다.

제대로 고소증세가 나왔다.


사람들이 모두 모인 해질 무렵 산신령을 향한 제를 지냈다.

한국에서 소주를 챙겨 온 회장님.

나는 이런 걸 준비할 생각을 못했는데 역시.

다음 원정에는 내가 먼저 챙겨야겠다.

각자의 소지품을 꺼내고 음식을 조금씩 올려 예를 갖춘다.

모두들 하나 된 마음으로 무사 안전 산행을 기도했으리라.

어지러워 제대로 절을 하기가 어려웠는데 겨우 제를 마친다.

산신령님.

잘 부탁합니다.

집에서 출발해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가길 기도했다

제가 끝난 후 찬진 형님이랑 남자 대원들이 저녁 식사로 끓여준 라면이 도저히 들어가지를 않는다.

겨우 세 숟가락을 뜨고 수저를 내려놓았다.

먹성 좋은 내가 못 먹는다는 것은 비상사태다.

이러면 안 되는데...

기운이 쭉 빠져 남들을 돌보기는커녕 도움을 받을 처지가 되어 미안했다.

멀리 설산을 뒤로하고 바로 산장 VIP이라는 곳으로 들어가 드러누워 버렸다.

제발 내일은 괜찮아지길.

제대로 못 먹은 산장에서 첫 끼니


keyword
작가의 이전글키르기스스탄 여행-국립역사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