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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들려온 제자의 소식

by 이소망 Jan 25. 2025

중국에서 잠시 한국에 돌아와 오랜만에 전에 같이 근무했던 선생님들을 만났습니다. 중국 소식도 전해주고 한국 소식도 들으면서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선생님들의 이야기들은 으레 그렇듯 일상생활로 시작해서 학생들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가르쳤던 제자들, 가르치고 있는 제자들, 잘 살고 있는 아이들, 못살고 있는 아이들. 다양한 학생들이 등장하며 추억과 현재를 공유합니다.

그중에 한 학생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5년 전쯤 가르쳤던 학생으로 매우 문제가 많은 학생이었습니다. 학교에서 거의 왕으로 살며 거칠 것이 없이 지냈습니다. 학교폭력도 있었고 선도교육도 받았습니다. 나름 제가 통제를 하기도 했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같이 만난 선생님께서 정말 물심양면으로 노력하셔서 중학교 졸업을 시키고 고등학교로 잘 진학시켰습니다. 고등학교 가서는 나름 마음 잡고 공부를 하려고도 했었고요.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아우디를 끌고 엄청 뚱뚱해져서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아우디를 탔기에 성공했다고 평가할 순 없었습니다. 우리가 영상매체에서 많이 보았던 그런 분위기의 성인이 되어있었기 때문이지요. 살이 많이 찌고 금목걸이를 차고 오른손에는 일수가방을 들고 있는 그런 사람. 그리고 선생님과 살고 있던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선생님 학교 애들은 마약 안 하죠?"


사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질문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제자는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돌아갔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이 여러 갈래로 찢어졌습니다. 결국 그렇게 된 제자. 학생들에게까지 마약이 유통되고 있는 현재 사회. 좋은 것보다 안 좋은 것이 더 많아 보이는 상황들. 그중에서도 이 제자에 대한 연민이 조금 더 컸습니다. 

아마 고등학교 가서 이 학생은 한번 열심히 공부해보려고 했을 겁니다. 노력해 주신 선생님을 생각해서 마음 잡고 한번 살아보려고 했을 겁니다. 때때로 유혹과 핍박이 있었겠지만 잘 참아가면서 정해진 길, 올바른 길, 좋은 길을 가보려고 노력해 봤을 겁니다. 하지만 현실이, 상황이, 가정이, 친구들이, 선후배들이 이 학생들을 가만히 두지 않았겠죠. 결국 그렇게 이 학생은 예상했던 결말을 맞이했습니다. 교육의 무게가 더없이 무겁게 혹은 더없이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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