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완벽한 타이밍

책방은 하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 나에게....

by 느린이

나의 꿈은 책방을 하는 것이다.

책방을 하고 싶은 이유는 맘껏, 편하게, 언제 까지든, '읽고' 싶기 때문이다.


조금 걱정되어서 말하는데, 나는 거짓말을 잘 못하고(장점이자 단점), 이야기가 시간순으로 진행하는 버릇이 있기(단점이자 말이 길다는 뜻)에 미리 이해를 바라며 시작한다.

이야기는 조금 오래전으로 올라가야 하고, 지역적으로는 많이 우리나라 남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나의 고향은 제주이고, 초등학교 시절(국민학교^^)까지 보냈던 제주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 중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책과의 시간, 읽는 시간이었다. 너무 판타지라고 느낄 수 있겠지만, 사실이었다. 6남매의 막내로 첫째와 16살 차이가 나는 어마어마한 가족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나의 어린 시절에 나에게는 가장 재밌는 것이 읽기였다. 제주의 작은 골목길 속, 달리기도 고무줄도 공기놀이도 도무지 노는 것이라고는 잘하는 게 없던 나는 8살이 되기 직전 한글을 읽게 되었다. 그 시절에 읽을 수 있는 것은 그저 교과서뿐이었는데 학교를 들어가기 전에는 2살 터울 위의 언니의 책을, 7살 위의 오빠의 책을 몰래 보는 것이 즐거움이자 행복이었다. 그마저도 글을 읽을 수 없던 때에는 그저 그림처럼 '들여다보기'만 했다. 텔레비전도 6시가 되어야 정규방송이 나오는 시절, 어떤 골목길에서도 뛰어놀지 못하는 5~7살의 나는 엄마가 닦다 놓아둔 걸레로 방을 닦고, 쌀을 씻는 흉내를 내어보고, 엄마의 옷장을 만지작 거리며 시간을 보내다 언니 오빠의 책을 몰래 들여다 보았다. 그러다 학교를 가기 전 글자를 가르쳐 주어서 모든 문자로 된 것을 읽어대기 시작했지만 안타깝게도 집에는 책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학교에 갔더니 열 반이 넘어서고 한 반에는 70명이 넘어서는 어마어마한 사람들 속에서, 작고도 작은, 잘 뛰지 못하던 나는 교실의 학급문고 앞을 떠나지 않는 아이였다.

국민학교를 졸업하기 전, 부산으로 이사를 하면서 청소년기를 부산에서 보내게 되었다. 학교에 도서관이 없던 시절이었고, 학급문고에 책 한 권 가져오는 것이 힘들었던 내 형편에 아이들 수만큼 있었던(아, 나 빼고) 학급문고를 읽고 읽고 또 읽던 시절이었다. 이때의 책들은 고전 소설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아마도 나의 고전독서는 거의 이때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때의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데미안'과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였다. 너무 1.4 후퇴 때 같은 회고인가? 어쩔 수 없다. 거짓말을 할 수는 없으니까!

고등학교에 진학을 했더니, 부산에는 책방골목이 있었고 남포동 시내에 '문우당서점'이란 곳을 알게 되었다. 버스를 타고 시내에 갈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책을 살 형편이 되지 못했던 작은 아이는 몇 시간씩 서점의 시 서가에 꽂힌 책들을 하나씩 읽어나가고는 했다. 그러면서, 저려오는 다리를 소리 없이 두드리며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점원의 눈치를 보면서 생각했다. '마음껏, 책 읽는 곳을 꼭 만들어야지!', '누구든 책을 읽고 싶다면 읽을 수 있도록 해줄 거야!', '내가 책방을 한다면... 그런 날이 올까?'

나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다.


살기에 바빴던 20대부터 30대 시절의 책이야기는 좀 나중으로 미루어 두겠다.(기대하시라~)

그런저런 이유로, 책에 집착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사실은 아직도 책이 좋다. 책만 보면 헤벌레~하는 나를 발견한다. 여전히 책이 좋고 책이라면 관심이 생기니 책방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책방을 할 것이다.


그런데, 책방을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굳이 책방 산업과 책 읽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 (나는 방금까지 몇 년 전 방영했던 EBS다큐멘터리 책맹인류를 시청했다!)

몇 년 전 나는 북카페를 창업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꿈꾸었던 책방을 만들기 위했던 창업은 아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양평은 농촌지역이고, 문화적 기반시설이나 청소년들이 쉬거나 안전하게 있을 공간이 필요해서 그런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를 제안하고자 시작했던 창업이었다. '북카페 서유와 청소년휴카페 망고'였다. 왜 북카페였냐고 물으신다면, 제일 편하고 좋아하는 것이 책이었기 때문이다. 2년의 북카페를 운영하면서 카페 운영과 간식거리를 만들어 판매했고, 양육자들과 아이들에게 새롭거나 흥미로운 수업을 만들면서 안전하고 흥미로운 공간을 운영하였다. 그림책 저자를 초대하여 강연을 듣기도 하고, 그림책 기획자이를 초대하여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업사이클링 강사와 비경쟁토론 수업과 그림책 수업 등을 하며 운영을 하였다. 감사하게도 지자체에서 관심을 갖고 청소년시설(청소년휴카페)을 만드는 것을 지원하였고, 그곳을 운영(봉사단체 활동)하고 양평의 유사한 청소년활동가들과 사회적협동조합을 구성하여 위탁기관을 운영, 근무하면서 몇 년을 보내었다.

책방에서 갑자기 청소년 휴카페라니, 너무 어이없는 이야기의 흐름이겠지만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나는 거짓말을 잘 못하고, 이야기가 시간순으로 진행하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니 조금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이제 곧 책방 이야기가 나올지도...)

그렇게 북카페와 휴카페를 운영하는 동안 나는 청소년활동가가 되었고, 청소년지도사가 되고, 퍼실리테이터가 되고, 강사활동도 하게 되었다. 6~7여 년의 활동이 내 생애 50여 년의 그 어떤 때보다 많은 사람을 만났고, 새로운 일을 도전하고, 사람들 앞에 나섰던 것 같다. 결혼 전 직장을 그만두고 경력이 단절되었던 나에게 자원활동가, 북카페 창업과 청소년지도사로의 시간들은 그야말로 대단한 시간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4대 보험이 있는 월급자가 되었으니 말이다. 재직시절에 제일 신나던 때를 말해보라고 한다면 남편에게 '회사 때려치워! 내가 먹여 살릴게!~'하고 큰소리쳤던 때였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렇게 새로운 도전과 의지로 보람되는 시간을 보내었지만 나는 3년을 조금 앞두고 퇴사를 결정했다. 퇴사하는 과정까지 많은 이야기가 있겠지만 퇴사 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 묻는 사람들의 답변에 나는 한결같이 '책방을 할 거예요!'라고 답을 해왔다. 책이 좋고, 맘껏 책을 읽을 수 있는 책방을 만드는 것이 꿈이기도 한데, 나는 아직 책방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런 걸까?

(이 대답을 찾느라 꽤 시간이 걸렸다)

너무 완벽한 타이밍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생에 완벽한 순간이 과연 몇 번이나 올까? 누구도 흔쾌하게 말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나는 완벽한 타이밍을 찾느라 아직 책방을 차리고 있지 못하고 있다. 핑계가 아니라, 두렵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책방을 차리고자 하는 나의 의지가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 글의 중요한 요지이다.

그래서, 오늘 나는 나를 다시 독촉해보려 한다.

'헤이헤이헤이!!! 완벽한 타이밍은 없을지도 몰라.

아직 생각만 해도 두근대는 꿈이 있다는 것,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이 중요해! 숨 한번 참고, 한 발씩, 걸어보자!'


조금만 기다려보자.

내일은 책방을 만드는 '타이밍'에 가까워 질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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