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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ble May 08. 2018

러시아 여행 - 크라스나야르스크.14

이야기를 싣고 온 발걸음


12시 15분.


 다시 시내로 돌아왔다. 정오를 넘겨 하늘 꼭대기를 등반한 태양은 빠르게도 반대편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버스를 타기 위해 출발했던 시계탑 앞에서 다시 내렸기에, 주변의 건물들은 어느 정도 눈에 익은 모습들이었다. 하지만 빛이 비친다는 그 하나만으로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달았다. 동이 트기 전, 가장 어두울 그 때 보았던 주청사는 마치 축제를 하듯 형형색색의 네온등으로 밝혀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 세상에서 가장 밝은 조명 아래 보이는 건물의 모습은 언제나 보았던 러시아의 그것이었다.


  마지막 남은 시간은 따로 계획을 잡지 않고 돌아다니기로 하였다. 조금 더 자연스러운, 크라스나야르스크스러운 모습을 느껴보기로 하였다. 언제나 여행을 할 때는 꼭 해야 할 것들이 한 두가지 정도는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댐을 구경하는 것이 그러했고, 지도로 확인하여 계획했던 예배당도 그 범주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도 이 곳에 갔다’ 라고 말하는 것 보다, ‘나는 이런 곳도 갔다’ 라는 표현이 더 낫다고 생각했기에, 짧지 않은 남은 시간을 시내 골목을 쏘다니는 데 투자하기로 하였다. 마음이 가는 곳이 나오면 그 곳에 멈추기 위해.







 먼저 눈 앞에 보이는 주청사 앞쪽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혁명 광장’ 이라고 불리는 주청사 앞의 공원에는 수많은 조형물들이 있었다. 정중앙에 서 있는 러시아 혁명의 주역인 레닌 동상을 위시하여, 각양각색의 동상들이 눈밭 가운데 서 있었다.



 광장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앞자리로 돌아오니, 처음에 왔을 때는 어두워서, 그리고 다시 버스를 타고 왔을 때는 주청사의 모습에 정신이 팔려 간과하고 있던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버스정류장 바로 옆이 이곳의 중앙공원이었다는 사실이었다. 마치 테마파크처럼, 엄청나게 큰 글씨로 ‘중앙 공원’이라고 써져 있는 입구가 그제서야 내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사람은 한 곳에 정신이 팔리면 다른 건 보이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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