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 듯 말 듯 무너지는 쪽이 더 뜨거웠다.
그것은 아주 사소한 농담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어깨와 등이 아파 안마하는 곳은 내부 수리 중이어서 잠시 휴업 중인데 꼭 이런 날엔 몸이 더 쑤셔온단 말이지
그녀의 말을 듣던 그가 그럼 내가 이번엔 너의 안마사가 되어줄게
그녀와 그의 스치는 농담은 길에서 만난 타인처럼 서로를 빗겨나갔다.
그녀가 방안에 우두커니 서 있던 그의 품으로 무너지듯 안겨 왔다
그는 그녀를 가만히 안으며 먼저 그녀의 어깨를 엄지와 검지로 조금 강한 압력으로 어루만지며 어깨가 많이 굳었다고 속삭였다 그녀는 입 안에 머금었던 물을 입가로 흘려보내듯 한숨을 쉬었다 그가 그녀의 외투를 벗겨 옷걸이에 걸 동안 벽에 등지고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는 단조로운 손놀림으로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어 부드러운 외피를 벗겨냈고 다시 천천히 흘러내린 바지 사이에서 그녀의 양말을 벗겨내고 그녀의 바지 속에서 그녀의 맨발을 건져 냈다 그녀는 그저 개울을 건너듯 사뿐히 옷이라는 강을 건너 다시 그의 어깨에 가만히 기댔다.
그가 그녀의 엉덩이를 살짝 두드려 그녀의 걸음을 재촉했고 그녀는 말을 잘 듣는 어린 계집아이처럼 침대를 기어올라 침대 가운데 엎드렸다
그가 가만히 어깨를 천천히 주무르자 통증이 누그러지는 묘한 기분에 휩싸이는 동안 그는 입을 굳게 다문 입가를 보며 손을 뻗어 그의 손을 만지려 하자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아직…. 안돼
그 저지의 말이 그녀의 승모근 쪽에 작은 불씨를 튕기며 따끔거렸다 그리곤 그의 손길마다 적은 불꽃을 일으켰다.
그의 침묵은 흰 와이셔츠에 검은 슈트처럼 섹시하다고 느낀 건 그 순간이었다 그가 팔목을 길게 어깨뼈 쪽으로 늘어뜨리더니 각도를 조금씩 줄여가자 누르는 힘은 약해지며 누르는 지점이 팔꿈치 쪽에 다다르며 그녀 입안에서 이제 막 마른 날개를 펼치는 신음소리처럼 새어 나왔다
그녀의 등에 닿은 그의 손길은 어느 순간부터 힘을 풀기 시작했다. 압력이 사라지자 대신 온기가 번져 들었고, 그 온기는 마치 오래된 겨울 방 안에서 천천히 데워지는 공기처럼 그녀의 척추를 따라 고요하게 번져갔다.
방 안의 조명은 높낮이를 잃은 그림자를 침대 위에 흘려놓았고, 그 그림자들은 두 사람의 호흡에 맞춰 길어졌다가 다시 짧아졌다. 몸의 긴장이 거의 사라졌다는 것을 그는 손끝으로 먼저 알아챈 듯했다. 손바닥을 가볍게 포갠 채 그녀의 등을 지나갈 때마다, 피부 아래의 근육들은 마치 오랫동안 닫혀 있던 창문을 서서히 여는 듯한 조용한 떨림을 보였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그의 손이 만들어내는 리듬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눌림과 이완 사이를 오가는 그 묵묵한 흐름이 방 안의 공기까지 다른 결로 바꾸어놓는 것 같았다. 그의 손끝이 방향을 틀 때마다, 그녀의 호흡은 아주 조금씩 뒤따라 변화했고, 침대의 하얀 시트는 두 사람의 체온을 받아 천천히 따뜻해졌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의 부재는 낯선 침묵이 아니었다. 오히려, 설명되지 않은 순간들로 방을 채우는 또 다른 언어처럼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그녀는 그 침묵 속에서 미묘한 안도감을 느끼며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은 채 고요에 몸을 맡겼다.
그의 손길이 어깨뼈 부근에서 잠시 멈췄다. 멈춤은 망설임이 아니었다. 더 깊은 층의 긴장을 읽어내기 위해 숨을 고르는 동작처럼 보였다. 이후 이어진 동작은 한층 더 부드러웠고, 그녀의 몸은 그 부드러움 아래에서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창밖 어딘가에서 바람이 스쳐 가며 유리창을 두드렸고, 마른 음색이 순간적으로 방 안의 고요를 건드렸다. 하지만 그마저도 곧 그의 호흡 사이에 흡수되었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시야의 가장자리에서 그가 몸을 조금 기울여 그녀의 목덜미 쪽으로 손을 뻗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의 표정은 이전처럼 굳게 닫혀 있었지만, 닫힌 얼굴 아래 흐르는 기류는 분명 달라져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말없이 느꼈다. 그의 손길과 침묵 사이에서 변화한 것은 단지 근육의 이완만이 아니었다.
마치, 방 안의 온도가 한 계절만큼 미세하게 바뀌어버린 듯했다.
방 안의 공기가 조금 무거워졌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챈 것은 그였다. 손끝을 그녀의 목덜미 아래, 척추가 가장 가늘게 움푹 들어간 지점에 머물게 하자 그녀의 숨이 아주 느리게,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얇게 흔들렸다. 그는 그 미세한 파동을 따라 손바닥을 넓게 펴 그녀의 등을 한 번 쓸어내렸다. 그 동작은 마치 오래 묵은 책장을 넘기듯 조심스러웠고, 그녀의 몸은 그 한 번의 움직임만으로도 다시 내밀어두었던 감각들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그녀의 어깨는 조금 전보다 훨씬 부드럽게 가라앉아 있었고, 손가락 사이로 느껴지는 온도는 따뜻함을 넘어 은근한 열기를 품고 있었다. 그는 그 열기를 천천히 따라가며 허리 곡선을 타고 내려가다가, 손바닥을 멈추지 않은 채 양손으로 그녀의 골반 위 가장 단단하게 잠겨 있던 지점을 아주 천천히 눌러 내렸다. 그 순간, 그녀의 등 아래쪽에서 작은 떨림이 파문처럼 번져 나왔고, 얇은 신음에 가까운 숨이 침대 매트리스 사이로 미끄러지며 사라졌다.
그녀는 얼굴을 베개 깊숙이 묻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손끝이 움직일 때마다, 마치 그 움직임을 예측하듯 호흡은 그를 향해 느리게 열렸다. 그는 그 조용한 반응을 듣고, 잠시 손을 멈춘 뒤 손바닥을 다시 천천히 들어 올렸다. 이번에는 손가락 하나하나를 그녀의 척추 양옆에 나란히 두고 아주 얇은 선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선 위에서 그녀의 숨은 한 번 더 부서졌고, 그 깨진 호흡이 다시 이어지며 방 안의 공기는 더욱 은밀한 결을 띠었다.
그가 다시 몸을 기울이자, 그림자가 그녀의 등 위로 길게 떨어졌다. 어둠이 천천히 그녀의 어깨 아래쪽으로 미끄러질 때, 그녀는 눈꺼풀 안쪽에서 일렁이는 어떤 빛을 느꼈다. 그것은 통증과 안도 사이, 안도와 욕망 사이에서 조용히 태어나는 미세한 열에 가까웠다. 그는 그 열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는 것을 손가락 관절로 알아챈 듯했다. 손을 떼지 않은 채 허리선을 따라 한 번 더 천천히 올라오며, 아주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은 필요하지 않았다. 대신 몸이 먼저 대답했는데, 그 대답은 어깨뼈 아래쪽에서 아주 작은 떨림으로, 그리고 골반 근처에서 한 번 더 깊게 울리는 숨으로 드러났다.
그는 그 반응을 기다렸다는 듯 아주 조심스레 그녀의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쓸어 넘겼다.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머릿결은 조용하고 부드러웠다. 그 부드러움이 목 뒤의 민감한 피부를 스치자 그녀의 등이 천천히 활 모양으로 긴장했다가 다시 내려앉았다.
그녀가 얼굴을 조금만 돌리자, 그가 침대 가장자리 가까이 몸을 낮추며 그녀의 귀 뒤쪽 가까이에 머물렀다. 숨과 숨이 닿을 듯 말 듯, 그의 음성이 다시 한번 낮게 흘렀다.
아직… 풀린 게 아니야.
그 말은 명령이 아니었지만, 그녀의 등에 먹먹하게 내려앉아 새로운 파동을 만들었다.
그 파동은 척추를 따라 천천히 올라오며, 그녀의 입술 안쪽에서 아주 얇은 숨을 깨워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손길이 다시 어깨 위에 얹어졌을 때,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이 밤의 온도는.
이제 되돌아갈 수 없는 지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사진 출처>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