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의 후예들.
입술이 맞닿자, 그는 모든 걸 잊었다. 세상, 시간, 아까 먹은 라면, 심지어 어제의 기억까지. 존재의 경계는 혀끝에서 사라졌다. 그녀의 입술 틈으로 스며드는 혀끝, 그 안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미묘한 끈적임, 살짝 스며드는 피의 냄새가 그의 신경을 파고들었다.
금속 냄새가 달콤함과 섞여 혀끝에서 번졌다. 상처는 상처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와 그를 연결하는 비밀의 문이었고, 피는 그 문을 따라 흐르는 은밀한 강물처럼 입안을 채웠다. 그는 살아있음과 죽음 사이, 극한의 긴장 속에서 심장이 요동치는 걸 느꼈다. 순간, 그는 깨달았다. 살과 피, 욕망과 공포가 단일한 감각 속에서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 흥분은 조율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몸을 살짝 움찔했다. 그녀는 상처가 난지도 몰랐다. 입술을 스치며 전해지는 미세한 떨림, 숨결 속에서 스며드는 체온의 변화가 그의 신경을 장악했다. 그의 손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목과 등선을 따라 움직이자, 그녀는 몸으로 답했다. 눈빛이 스쳤다. 그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순간, 의식과 감각이 한 점에서 터졌다. 경계가 사라진 그녀의 눈 속에서 그는 완전히 내맡겨졌다.
혀끝이 입술에 스칠 때, 그는 피가 단순한 피가 아님을 알았다. 녹슨 금속 냄새와 오래 묵은 달콤함, 체온의 밀도와 숨결의 떨림이 층층이 쌓였다. 입술의 압력, 혀의 압착감, 살짝 스치는 상처의 열기가 그의 신경을 완전히 침범했다. 작은 숨결 하나, 미세한 몸짓 하나에도 심장이 흔들렸다. 키스는 단순한 접촉이 아니었다. 그것은 전쟁이자 연습이자, 예술이었다.
그녀는 그의 피를 입안에 머금었다. 삼키고, 다시 삼켰다. 혀끝과 입술이 스칠 때마다 체온과 떨림, 피의 따뜻함과 금속 냄새가 뒤섞였다. 그는 그녀의 삼키는 소리조차 쾌락처럼 들렸다. 순간은 늘어났다. 시간은 뒤틀렸다. 공간은 입안과 몸 안에서만 존재했다. 그의 의식은 그녀 안에서 흔들렸다. 그는 알았다. 이건 단순한 사랑이 아니라, 혈통처럼 이어지는 힘,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 사이의 경계에 속한 것이라는 걸.
손길이 목과 턱, 가슴을 따라 흐를 때, 혀와 입술, 피가 얽히는 감각은 점점 더 강렬했다. 혀끝이 상처를 스치며 느껴지는 따스함, 살짝 스치는 압력, 체액이 섞이는 미세한 떨림. 그녀가 가볍게 문고는 움직임, 숨결의 차이, 입술 사이의 진동까지. 그는 모든 순간을 기록했다. 그것은 몸과 신경의 역사였다. 육체와 의식의 경계가 사라졌다. 그는 그녀 속에서, 그녀는 그 안에서, 서로의 혈류와 욕망이 뒤엉켰다.
혀끝의 움직임, 입술의 압력, 피와 체액의 섞임, 숨결의 변화까지 완전히 느꼈다. 살짝 떨리는 몸짓 하나에도 심장이 요동쳤다. 순간의 밀도는 극한으로 치달았다. 그는 키스 속에서 살아있음과 죽음, 공포와 쾌락이 동시에 존재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녀의 혀끝이 상처를 스치며 느껴지는 달콤함과 금속 냄새, 숨결과 체온의 혼합. 그의 모든 감각은 그것을 따라 흔들렸다. 그것이 혈통의 후예만 아는 쾌락과 공포라는 것을, 그는 이제야 이해했다.
그녀가 몸을 더 가까이 붙였다. 혀끝과 입술, 입안의 열기, 피의 단맛이 겹겹이 쌓여 신경을 찌르는 듯했다. 살짝 스치는 턱과 입술, 그녀의 숨결, 모든 감각이 현재로 집중되었다. 그는 순간 안으로 흘러들었다. 몸과 입술, 혀와 피, 체온과 떨림, 숨결이 얽혀 그의 의식은 완전히 잠식됐다. 그는 알아차렸다. 살아있는 자의 혈관 속과 죽은 자의 피가 한 점에서 만나 쾌락을 만든다는 것을. 그것이 뱀파이어의 후예가 느끼는 순간이라는 것을.
시간은 의미 없었다. 입술이 닿고, 혀가 스치고, 피와 체액이 섞이고, 숨이 교차했다. 그는 모든 걸 느꼈다. 살아있음, 죽음, 욕망, 공포, 쾌락. 다섯 가지가 한꺼번에 그의 몸과 정신을 잠식했다. 순간이 영원처럼 늘어났다. 그는 그걸 그대로 받아들였다.
입술과 혀, 피와 체액, 숨결과 체온, 작은 떨림과 강렬한 압력, 모든 감각이 뒤엉켜 완벽한 혼돈을 이루었다. 그는 이제 알았다. 후예라는 것은, 선택된 자만이 맛볼 수 있는 감각의 무게라는 것을. 살아있음과 죽음의 경계, 공포와 쾌락의 교차점에서, 그는 자신이 태어난 이유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입술이 잠시 떨어졌다. 그는 아직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녀의 입술과 혀의 잔향, 피의 냄새, 체온의 잔물결이 입안과 온몸을 채우고 있었다. 순간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의식은 그녀 안에서, 그녀는 그 안에서 끝없이 확장되고 있었다. 그들은 이제 혈통의 후예였다. 피로 이어진, 죽음과 삶을 동시에 느끼는 존재. 그리고 그 사실이, 끊임없는 떨림과 쾌락으로.
가벼운 두통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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