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내 속도의 가치를 잊지 않기

by 하티

남보다 느리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깎아내린 적이 있다.


조금만 더 빨리 갔더라면,


조금만 더 부지런했더라면,


뭔가를 이뤘을 것 같았다.




그렇게 자꾸 스스로를 다그쳤다.


비교는 무기처럼 날카로웠고,


속도는 기준처럼 작용했다.




그런데, 그 빠름이 정말 ‘나’였을까?






빠른 사람을 보면


불안해졌다.


뒤처지는 건 아닐까,


난 왜 아직 여기에 머물러 있을까.




하지만 이제는 알게 됐다.


속도는 나를 증명해주지 않는다.


진짜 중요한 건


가는 방향과


그 길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다.






느리게 간다고 해서


도착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천천히 걷는 시간 속에서


내 안의 깊은 이야기들을 만났다.




빨리 지나쳤으면 놓쳤을 문장들,


무심코 지나쳤을 감정들.


내 속도는


그 모든 걸 내게 가르쳐줬다.






속도를 낼 수 없는 자신이


처음엔 미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 느림조차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 느림 안에는


조급함을 이겨내려는 용기,


자꾸 흔들리는 나를 다시 세우는 시간이 있었다.






더 이상


누구와도 속도를 비교하지 않는다.


그걸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내가 보였다.




나의 속도,


나의 리듬,


나의 길.




그게


나답게 만들어주는 것임을


이제는 의심하지 않는다.






결국 나를 완성하는 건


세상이 말하는 정답이 아니라,


내가 걸어온


하루하루의 조용한 시간이었다.




빠르게 가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도


나만의 속도로,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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