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용기

by 하티

바쁘지 않으면 불안했다.

해야 할 일을 다 끝내고도

괜히 뭔가 빠뜨린 것 같아

서둘러 또 다른 일을 찾아 헤맸다.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기면

'이 시간을 낭비하는 건 아닐까?'

'지금도 누군가는 앞서가고 있을 텐데'

스스로를 몰아세웠다.


가만히 있는 나를

게으르다고, 부족하다고,

자꾸 작아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두려워서였다.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빈 공간엔 쓸모없는 감정이 차오를 것 같고,

혼자 있는 시간에 마주한 마음이

감당되지 않을까 봐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어느 날은 진심으로 지쳤다.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아닌데

그냥 '해야 할 것 같아서' 하고 있는 나를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은 왜 없을까?'




그때부터 조금씩

쉼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몸을 눕히는 게 아니라

마음을 내려놓는 시간.

계획도, 성과도 없이

그저 나를 쉬게 하는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비로소 숨을 고를 수 있다는 걸

조금은 알게 되었다.




멈춘다고 해서

삶이 멈추는 건 아니었다.

쉬는 시간은 도망이 아니라

자신을 회복시키는 시간이었고,

비워낸 자리엔

다시 시작할 용기가 자라났다.


그저 흘러가는 하루처럼 보여도

그 안에서 조금씩 다시 채워지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건

아무 의미도 없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믿는다는 뜻이다.


멈춰 있어도 괜찮다고,

지금 이 순간에도 충분하다고

나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시간이다.


그래서 이제,

잠시 멈춰있는 나를 다그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이렇게 말한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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