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스톤 공원의 매력
옐로스톤 동쪽 게이트로 들어섰다. 입구와 동네와의 거리가 상당하다더니, 꽤 오래 운전해야 했다. 가는 길에 아름다운 호수도 만나, 잠시 쉬기도 하면서 그렇게 입구에서 표를 끊었다. 차 한대당 35불이었고, 일주일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미리 예약한 사람들은 공원내에서 캠핑이나 모텔등에 머물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밖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야 한다. 우리는 공원 입구에서 가장 가깝다는 서쪽 게이트로 나가서 잘곳을 찾기로 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차가 거의 정체상태이다. 너무 많은 차들을 들여보내서 이렇게 길이 막히나, 두런거리며 차가 빠지기를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려 차가 막히는 이유를 알게 됐다. 바이슨(Bison)떼가 길가에 있어서 그걸 구경하느라 정체되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도 차를 한편에 빼고 그 광경을 쳐다봤다. 버팔로라고도 불리는 그 짐승은 못생긴 털복숭이 검은 황소를 보는 느낌이었달까? 바이슨을 처음 만난고로 우리는 그곳에서 한참을 지체하며 사진도 찍고 했다. 차를 세우지 않고 지나가는 차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자주 바이슨을 봤기 때문에 더이상 눈길을 주지 않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도 3일째에는 바이슨이 있어도, 차를 세우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바이슨도 위험한 동물이니 가까이 가지말라는 사인이 있었다. 그냥 보기에는 풀밭에 앉아노는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막내는 동물이 나타날 때마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걸 구경하는 것도 한재미했다. 그때부터 완전히 들판을 샅샅이 살피며 다녔고, 움직이는 것을 관찰하면, 서로 알려주고 차를 세우고 했다. 막내는 무스를 만나기를 그때부터 고대하기 시작했다. 뿔이 우아한 무스를 우린 과연 만났을까?
옐로스톤 공원의 큰 부분, 야생동물들을 만난다는 것, 그들의 주거지에 들어와 잠시 거쳐가는 인간으로 우리는 존재했다.
바이슨떼를 만나 한참 구경했고, 곰이 나오는 지역이라며 함께 모여서 하이킹할 것을 권고하는 구간을 우리 셋이 손뼉을 치며 걸었다. 설마 만나지는 않겠지, 하면서 산길, 호숫길을 걸었는데 나름 오싹하면서 즐거웠다.
이러다보니 점심시간을 넘어가기 시작했고, 나는 어디에서 점심을 먹어야 할지, 전전긍긍하게 됐다. 차를 주차하게 만들어놓은 곳만 보면, "저기서 먹을까?" "저기는 어때?" 계속 나의 손가락질은 계속되었다. 그는 들은체도 하지 않았다. 사실 무얼 먹기에는 좀 황량한 풍경이었다. 더 나은곳이 나올 것 같지 않아서, 간단히 먹고 가면 어떨까, 이사람이 왜 이러지 이렇게 마음에 의문이 계속 쌓여갔다. 대부분의 사인판을 내가 먼저 발견하는 편이었는데, 이번은 아니었다. 피크닉 테이블 사인을 따라가니, 숲속에 차를 대놓고 피크닉을 할수 있는 고적한 공간이 나타났다. 그때의 기쁨이란. 첫번째 긴 휴식터가 되기도 했던 옐로스톤 호숫가 그 쉼터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수영을 하고싶다는 딸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에 들어갔는데, 멀리보이는 빙산에서 녹은 물인지, 물의 차가움이 엄청났다. 남편은 수영을 포기했으나 딸은 덜덜 떨면서 강가 반대편으로 갔다가 왔다. 몇집이 그 호숫가에 있었는데, 먼곳 평원에서는 바이슨이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날 점심은 라면을 끓여먹었다. 라면은 어디서나 통하는 최고의 음식이 아닐수 없다.
나는 이날부터 "피크닉 테이블" 광신도가 되어, 피크닉 테이블 사인을 보면 한마디 꼭 하곤 했다. 저기서 쉬어도 되는데, 아직 쉴때는 아니지? 하면서. 피크닉 테이블만 덩그라니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편안하게 쉴수 있게 화장실도 함께 있는 곳이 많았고, 경치 또한 좋았다. 피크닉 테이블을 따라가면, 적어도 여행이 그렇게 피곤으로 점철되진 않고, 적당히 쉼을 얻게 된다는 것도 배웠다.
그렇게 바이슨을 만나고, 피크닉 테이블을 만나고, 이제 옐로스톤에서 유명한 가이저(geyser) 이야기를 할차례가 된듯싶다. 가이저는 간헐천이라고 번역된다. 물이 솟아오르는 곳, 계속적인 분출이 아니라 시간차로 솟아오른다. 옐로스톤의 가이저는 너무 뜨겁다는 것, 물이었다가 증기로 곧바로 변하는 것들이 많다. 땅이 끓다가 그 끓음이 심해질때 밖으로 품어나오는 현상이라고 보면 되겠다.
간헐천 근방에서 노는 바이슨이 사람들 눈길을 끌었다.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바이슨인 것 같다. 그런데 울타리에 막혀 갈바를 몰라 서 있었는지도. 간헐천 근처에서 사람들의 모델이 되어주던 바이슨 안전하겠지, 지금도 걱정하는 막내딸.
간헐천 주변에는 뜨거운 물이 담긴 웅덩이도 있었는데, 이것 또한 펄펄 끓는 물이어서 밖에서 볼때는 아름다우나, 사실은 대단히 위험하다. 천연 온천에 대한 향수를 갖고있는데, 사람이 목욕할 수 있는 온천수가 되려면 땅속 마그마가 30km 아래에 있어야 한다고 말해진다. 그런데 옐로스톤의 마그마는 지층 2km 정도 아래에 있기 때문에 사람이 범접할 수 없다. 옐로스톤에는 숱한 사건 사고부터 떠돌아다니는 흉칙한 루머까지, 대부분 열탕에 사람이 죽은 사건들이다. 그래서 경로를 이탈하지 마십시오라는 사인이 곳곳에 붙어있다. 지반자체가 굳어있지 않기 때문에 위험하다.
나는 간헐천보다는 pool 혹은 spring 이라고 불리는 고운 색의 물들을 보는 게 더 흥미로왔다. 지금도 아쉬운 일은 옐로우스톤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불리는 grand prismatic spring을 보지 못하고 왔다는 점이다. 너무나 볼 거리가 많기 때문에, 샅샅이 돌아다니며 찾지않는한, 중요한 것들을 지나치기가 쉽다. 너무 차가 많아서 주차장을 빙빙돌다, 다음에 오지 하면서 빠져나왔던 Midway Geyser Basin에 그 스프링이 있었다. 그 스프링이 그안에 있는줄 알았다면, 조금 더 노력했으련만. 그래도 Norris Geyser basin과 그밖에 것들을 많이 보고 왔기에 섭섭하다 할수는 없다. 본격적인 가이저는 다음편에 소개하기로 하자.
폭포가 있다는 곳에 정차해서 폭포를 보러 가는 길에, 사람들의 잰 벌걸음이 산속으로 향하는 것을 봤다. 몇몇은 손에 입을 대며, 가지 말라고 하면서 차로 돌아가기도 했다. 무언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세명이 따로 떨어져 있어서, 혹 큰일이 나면 안되지만, 용기를 내어 산으로 올라갔다. 소근거리는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곰이 있다는 것이다. 많은 차가 주차된 곳 산속에 곰이 풀과 나무안에 숨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엔 귀만 보이다가, 잠시 얼굴을 볼수 있었다. 곰도 사람이 무서운가 보다. 사람들은 호기심반, 무서움반 소리를 죽이며 다가가고, 한장씩 사진들을 건져냈다. 동물곁에 다가갈 때 옐로스톤 방문객들의 불문율이 있다. 소리를 지르지 말것. 그러면 동물들이 놀라서 도망가거나, 달려들거나 하므로.
놓친 것이 아쉽지만, 사실은 보고 온 것도 지금 생각하면, 너무 감사한 것들이 많다. 여기에 들어가볼까? 이렇게 누군가 이야기해서 들렀던 곳에서 만나는 광경이라니. 사인 하나, 화살표 하나에 담겨진 그 많은 이야기들은 들어가지 않았으면 만나지 못했을 것들이었다. 인연이 있는 풍경들과의 조우에 만족해야한다.
옐로스톤 공원은 그야말로 거대한 면적이고, 볼거리가 이곳저곳 흝어져있어서 전체를 빼놓지 않고 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공원 한바퀴를 차로 도는 데만도 3시간 이상이 걸리고, 그 안에 내려 트레일로 만들어진 곳들을 다니며 간헐천도 만나고, 스프링도 만나게 된다. 하이킹 코스도 있다. 곰이 있고 늑대가 있는 그산을 하이킹하는 사람들도 있다니 대단하다.
한군데 가이저만 들러도 곳곳에 스프링과 간헐천이 넓게 퍼져있어, 다 걸어서 보려면 꽤 시간을 들여야 한다. 우리도 뒤쪽으로까지 걸어가지는 않았다. 폭포와 호수가 지천으로 있고, 동물들이 주로 나오는 지역도 있고. 늦기전에 공원에서 나와야, 잘곳을 찾고 다음날을 준비할 수가 있으니 제시간에 공원에서 나오는 것도 일이었다. 늦으면 동물들이 자주 출몰, 운전중에 마주칠 수가 있으니 그 또한 위험하고. 오싹한 즐거움은 내가 추구하는 바는 아닌데, 옐로스톤은 바로 그런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