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 Prismatic spring
옐로스톤 탐험을 마치고, 의기양양하게 캠핑장으로 갔다가 깜짝 놀랐다. 텐트위에 쳐놨던 천막이 벗겨지고 휘어져 캠핑장 한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작기나 한가? 잘못하면 옆차를 박았을 수도 있고, 다른쪽 캠프로 가서 기물을 부셨을 수도 있다. 캠핑장마다 울타리가 있어서 그나마 안전했던 것 같다. 옆 캠핑장의 프레드가 말을 붙여온다. 자신은 일찍 돌아왔는데, 우리 천막이 날아간 것을 자신이 수습해서, 고정해놨다 하였다. 프레드가 없었으면, 그야말로 더 큰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공원내에서 갑자기 바람불고 우박이 쏟아졌던 그순간, 이런 일이 일어났던 것 같다. 그전날 날씨가 좋아서 텐트위를 덮었던 천막을 제대로 고정하지 않아서 생긴 사고였다. 지지대가 휘어져 있어서 그걸 버리고 오느냐, 고민하다가 남편이 휜곳을 손보더니 괜찮은 것 같다고 일단 가져와서 결정하자고 했다.
그날 저녁은 막내 자리에 매트리스를 깔고 조금 단도리를 해주고, 바로 내옆에서 재웠다. 셋이 꼭 붙어자니, 그전날에 비해서 훨씬 낫다. 다음날 아침은 제대로 시작이 되는 것 같았다. 집에서 만들어온 누룽지를 끓이고, 김치와 밑반찬으로 해결했다. 그런 후에 정리하면서 보니, 남편이 차문을 열어놓고,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고 무언가를 해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아침에 차를 닦다가 핸들 옆 좌우신호와 와이퍼를 작동하는 조정장치(이름을 모르겠네)를 살짝 쳤는데 부러졌다는 것이다. 와이퍼의 속도를 지정하고, 좌회전 우회전 신호를 주는 그 장치인데 신호를 주는데는 문제가 없는데, 와이퍼를 작동할 수가 없었다. 떨어져나간 것을 다시 잘 들여밀고 했더니, 이번에 계속 와이퍼가 움직였다.
급한 김에 옆 캠퍼 프레드에게 한번 봐줄 것을 부탁했다. 그도 뾰족한 수가 있을 수 없었다. 남편이 손으로 핸들을 닦다가 쳐서 고장이 난 것이 틀림없었다. 이 차는 작년에 내가 트럭사고를 낸후, 차 한대로 살다가 남편이 그간 간절히 원하던 포드 150 트럭으로, 타고다니던 짚과 바꾼 차였다. 어느날 포드 딜러에 들렀다가, 싹싹한 세일즈맨을 만나서 전격적으로 결정을 했었다. 먼 거리를 여행하면서, 트럭의 공간과 엔진의 조용함등으로 나도 차차 좋아하게 되었다. 새차로 이 여행을 하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차문제가 생기진 않을 것, 이라는 게 우리들의 마음에 있었다.
그런데, 아직 여행의 절반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우선 근처의 포드 딜러에 전화를 했다. 그리고 차를 산 온타리오주 딜러샵에도 전화를 했다. 우리쪽 세일즈맨은 "북미주 전체 워런티"가 된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자신도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와이퍼가 작동이 안되면 비가 오거나 하면 큰 문제가 나고, 비가 오지 않는데 움직이는 와이퍼를 보며 차를 달리는 것도 정신사나운 일이다.
한군데에서는 부품이 없다며, 다른 곳을 추천해줬다. 서쪽 게이트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는 포드 딜러샵이었는데, 그 마을 이름은 Bozman이었다. 그곳에 전화하니, 우선 오라고 했다. 가능한지 어떤지 일단 가봐야 할 것 같았다.
몬태나주에 있는 보즈만은 캠핑장에서 2시간 차로 가야했다. 공원으로 들어가는 대신 반대편인 보즈만으로 달렸다. 예정에 없던 일이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온 여행자여서 서비스를 바로 해주기를 바란다는 말을 우리쪽 세일즈맨이 전화했다며 바로 담당자를 만나게 해줬다. 그런데 큰 딜러샵인데도 부품이 없다는 것이다. 부품이 오려면 5일이 걸린단다. 남편이 한참 들여다보고, 떨어진 그 부품을 잘 조절해보더니, 작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 딜러에서도 다른 방법이 없다며 테이프로 고정해주려고 나왔다. 우리는 쓸때만 끼어쓰기로 하고, 딜러를 나오면서 그나마 방법을 찾았음에 감사했다. 미국이든 캐나다든, 서비스받기가 너무 힘들다. 딜러샵 가는데만도 한나절, 그리고 바로 고쳐주는 것이 아니라, 5일을 기다려야 한다니, 앓느니 죽을 지경이다. 넓다는 것은 이렇게 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고, 참을성 시험을 다시한번 받는다.
이 사건이 터지면서 나는 남편이 적잖이 쇼크를 받았음을 옆에서 느꼈다. 할말을 잃은 그옆에서 내가 목소리를 높이며, 이쪽 저쪽 딜러에게 우리는 여행자인데 사정을 봐줘야 하지 않느냐고 소리쳤다. 이제 한달도 안된 새차 냄새가 가득한 트럭이 그렇게 쉽게 장치가 부러졌으니 속이 많이 상한듯싶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마지막날로 생각했던 옐로스톤 탐험의 오전 시간이 이일로써 지나가고 있었다. 이날은 남편의 모닝 센스티브가 발현된 날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에게는 조금 쉼이 필요했다. 다시 피크닉 사인판을 찾기 시작했다. 그럴싸한 곳을 만나 점심식사를 하고, 나와 막내는 수영을 했다. 그동안 만났던 모든 물중에서 이곳이 가장 수영할만했다. 핫스프링이 곳곳이고, 뜨거운 물을 뿜어내는 곳이 널렸는데, 미지근한 물은 왜 만날 수 없는 건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런 다음에 사슴떼들을 만났던가? 두 사슴이 싸우는 것인지, 사랑하기 위한 접근인지, 그런 광경도 멀리 보인다. 나는 동물보다도 그들을 좋아하는 딸을 보는 것이 더 즐겁다. 나의 동물사랑은 평균이하이다. 막내는 정성을 다해 작은 동물들을 키우고 있다. 현재는 5마리 기니픽을 돌보고있다.
나는 간헐천이 있는 곳마다 "그것"을 찾아 휘번덕였다. 이곳에 그 스프링이 있는가, 그 스프링이란 "Grand Prismatic spring"(처음엔 이름도 잘몰랐다)을 말한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전날 지나친 Midway Geyser Basin에 있음을 알았을텐데, 지금에서야 후회한다. 옐로스톤 입구에서 주는 한장의 지도에 의지해서 돌아다녔는데, 그 스프링의 이름이 지도에 없었다. 나는 우연이라도 그것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했지 잘 찾아볼 생각을 하지못했다.
이날은 노리스 간헐천에 들린 다음에 옐로스톤에서 꼭 봐야할 곳으로 꼽히는 Mammoth Hot Spring으로 가는 길이었다.
막내가 저곳에 뭐가 있네, 해서 들어갔다. 바람부는 언덕에 차를 주차해놓고, 트레일을 따라 돌았다. 트레일이 계속 이어져있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끊겨져있었다. 그런 다음 조금 달리니, 북쪽 입구에서 들어오면 만나게 되는 Mammoth Hot Spring이 나타났다. 대단한 광경이었다. 계단식으로 된 이곳을 한번 올라가보고싶은 느낌이 든다. 물론 절대로 가능하지는 않지만. 용암이 흘러나오다 굳어진 것이기도 하고, 오랜 세월 형성된 특별한 지형이다. 그 과학적 성분을 알 수는 없지만, 지금도 변화하는 상태인 것이 틀림없다. 옐로스톤 공원 안내 글에 의하면, 매머드 핫 스프링은 마치 동굴의 내부가 밖으로 드러난 모양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옛날에는 이 계단에 물이 흐르고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몇몇 군데에서는 물이 고여있고, 흐르고 있었다. 이곳은 밖에서 볼수 있는 곳이어서 사람들이 스쳐 지나갈 수가 없는 좋은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북쪽 입구가 홍수로 닫혀있다고 하더니, 아예 입구로 가는 사인판을 뒤집어놓았다. 온천을 할수 있다는 보일러 강은 길을 막아놓아 갈수 없는 것 같았다. 매모쓰 핫 스프링에 있는 큰 호텔도 운영을 하지않고 있었다. 삼일간 헤메다 보면 온천을 만나리라고 했던 것도 하지못했고, 열심히 움직인 것 같은데 자꾸 미련이 남았다.
이제는 구경을 대충 접고, 공원밖으로 나갈 생각을 해야할 시간이 왔다. 글로 옮기다보니, 하는일 없이 하루해가 간듯이 보인다. 매머드 핫 스프링에서 많은 시간을 소비했던 것 같다. 어퍼 테라스와 로우 테라스 두곳을 다 들렀는데 큰 산 전체가 수많은 분화구와 스프링이 있었고, 그것들이 만들어놓은 특별한 지형들이었다. 너무 멀어서 볼수 없는 곳은 줌렌즈를 당겨가며 모양이라도 찍을 수 있었다.
가지못했던 북쪽 길을 달리려고 했는데, 시간에 쫓기어 패스하기로 했다. 남쪽과 북쪽 모두 제대로 보지못한 곳이 많다. 한군데에서 다른 데로 가려면 1시간 이상씩 운전해야 하니, 어둡기 전에 나가려면 서둘러야 할 시간이었다. 가끔씩 동물이 지나가는 통에 차가 정체된 광경을 인터넷에서 보는데, 우리차 곁으로도 바이슨이 지나갔다.
가는 길에 많은 사람들이 웅성이며 서있는 언덕이 보였다. 차를 길옆에 대고 딸과 올라갔다. 언덕 아래로 숲과 넓다란 평지가 보인다. 대단한 사진기 장비들이 눈에 띄인다. 야생동물을 찍는 전문적인 사진작가들이 다 모여있다. 사진은 "기다림의 예술"이라고 했던가? 잘 기다리는 자만이 제대로된 사진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올라갔을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서 늑대 13마리와 회색곰과 아기곰을 보았노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 언덕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던 것이다. 공원이 조성될때 늑대는 처음에는 소탕작전을 했었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생태계가 깨져서 오히려 늑대를 다시 캐나다에서 사서 다시 집어넣었다는 설명문을 읽은 생각이 났다. 그렇게 해서 종족보존이 된 늑대들이 어두워지니, 나타나는가보다.
막내는 이곳에서 자신이 보고싶은 "무스"에 대한 정보를 들었는데, "무스 강"이 있어서 그곳에 가면 무스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무스강은 남쪽으로 내려가다보면 있다고 하였다. 동물들은 못봤지만, 해지는 저녁이라 풍경이 눈길을 잡았다. 산과 초원, 동물이 뛰노는 곳에 흐르는 강과 해질녘 하늘까지, 그리고 이 광경을 함께보는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까지. 언덕에 올라갔던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었다.
우리는 일단 동쪽문으로 나가서 잘곳을 구하고, 내일 떠나기전에 다시한번 오자고 서로 약속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무스를 만나지 못하고 갈 수는 없지않겠는가.
그런데 그날 동쪽문으로 가는 길이, 정말 너무 멀었다. 가다보면 쉽게 만나겠지, 했지만, 날은 어두워지는데 아직도 40마일 이상을 가야한다는 사인이 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무사히 동쪽문으로 나왔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곳으로부터 사람사는 동네까지 가는데, 아무리 가도 인적이 나오지 않는다. 그야말로 완전히 어두워져서, 남편은 구비구비 휘어도는 낭떠러지같은 길을 동물들이 튀어나올까 염려하면서 운전했다. 하도 운전을 많이 해서 100km는 아무런 것도 아니었는데, 깜깜한 밤 산길, 오고가는 차가 없는 길을 달리다보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밤에는 운전을 하지않았었는데, 이날 호되게 걸린 것이다.
Cody라는 마을까지 멀다는 걸 알았지만, 동문을 향해 들어올 때는 빅혼 마운틴을 뚫고 들어오면서 그 풍광에 취해, 이토록 험하고 먼길을 운전해왔는지는 모두 잊어버렸었다. 간신히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코디에 다다르지는 않았지만, 이미 10시가 넘어있었으므로 그곳에서 하루를 자면 좋을 것 같았다. 인적없는 그 모텔에 가니, 10시 이후에는 전화를 하라고 했다. 산중에 있는 모텔에 간신히 여장을 풀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다시 들어가서, 무스를 만나고 가자는 이야기는 없던 일로 하자고, 우리 모두 동의했다. 그렇게 수월하게 들락날락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옐로스톤을 갔다왔지만, 너무 허술히 본것만 같다. 정말 1주일을 완벽히 소비해도, 아쉬움이 남을 것만 같다. 어떤 사람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하루에 끝낸 사람도 있다고 들었는데, 8자 거리 곳곳에 있는 포인트가 그리 속찬 볼거리를 갖고 있다는 것, 내가 보지못한 그것들이 눈에 삼삼하다. 새벽에 가면 더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었을 것만 같고, 많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