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작 유 Oct 09. 2021

리더의 세 가지 자질

3의 법칙 - 열 세 번째 이야기 

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 화학공학과로 대학에 입학했다. 나는 여러 과학 분야 중에서 화학이 좋았고 화학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그런데 사실 나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인문계 친구들이 내심 부러웠다. 경영학을 전공하면, 전 세계 유명 기업 조직의 성공 사례를 누구보다 잘 알게 되고, 성공적인 CEO의 탁월한 리더십를 두루 두루 갖춰 언젠가 회사의 CEO 또는 회사의 중역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경영학을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도서관에 있는 경영학 관련 책들을 모조리 읽고자 노력했다. 대학교 때 내가 과학, 공학 관련 읽은 책들의 수보다도 경영학 관련 읽은 책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돌이켜보면, 이 때 읽은 책들은 내가 작가가 되는데 도움을 좀 준 것 같다). 대학 졸업 후에도 지금까지 나는 계속해서 경영학 관련 좋은 책들을 읽어왔다. 그러면서 줄곧 나는 내가 추구하는 경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답을 찾고자 노력했다. 피터 드러커, 잭 웰치, 해럴드 쿤츠, 허버트 사이먼과 같은 수많은 경영학의 구루들은 경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각기 다른 관점에서 정의했지만 나는 경영의 본질은 매우 단순하며 이 본질은 경영에 대한 다양한 정의들 속에 공통적으로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내가 생각하는 경영의 본질은 다음과 같다. 


‘경영 (經營)’이란 말을 파자하면, 경은 실 사(糸)와 물줄기 경 (巠)이 합쳐진 말로, 실과, 물줄기의 방향성을 의미한다. 영은 집 궁 (宮) 위에 불 화(火) 두 개가 합쳐진 말로, 군대의 진영에 불을 환하게 밝히며 방법을 궁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경영이란 방향과 방법 이 두 가지 잘 세우는 일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경영을 수행하는 리더는 혼자서 일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구성원들과 함께 일을 성취하는 것이기에 리더가 아무리 방향과 방법을 잘 세워도 조직의 구성원들과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소통을 해내지 못한다면 경영에 실패하게 된다. 따라서 내가 생각하는 경영의 본질이란 세 가지 방향성, 방법론, 메시지이며 이 세 가지는 바로 경영을 수행하는 자 곧 리더의 자질인 셈이다. 리더의 세 가지 자질, 방향성, 방법론, 메시지에 탁월해지는 법에 대해서 각각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방향성: 목표를 숫자로 파악하라

내가 일하는 회사에는 반도체인의 신조라는 것이 있다. 인터넷에 검색만해도 열 가지 신조가 나온다. 일하는데 도움될 만한 좋은 말들을 다 모아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반도체의 열 가지 신조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무엇이든 숫자로 파악하라’는 것. 나는 이 말이 리더의 첫 번째 자질인 ‘방향성’을 키우는 것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자동차를 운전해서 여행의 목적지에 간다고 하자. 당신은 여러 고속도로와 수많은 국도를 지나게 될 것이다. 북쪽길로 가다가 동쪽길로 그러다 동남쪽길을 타다가 다시 동쪽길로, 북동쪽길로 가다가 북서쪽길로… 이렇게 당신은 시시각각 방향이 바뀌는 복잡한 길들을 지날 것이지만 결국 당신이 원하는 여행 목적지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당신의 네비에 여행 목적지를 정확하게 입력했기 때문이다. 나는 리더의 ‘방향성’이 바로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리더의 방향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목표를 분명하게 세워야 한다. 몰입 전도사, 서울대 공과대학 황농문 교수는 뚜렷하고 강한 목표를 가지고 있을 때, 성공에 대한 긍정적인 보상이 커지고 목적을 향한 신체의 노력이 극대화되어 몰입도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황농문 교수는 목표를 가지고 일을 수행할 때, 우리의 신체와 뇌는 목표 달성을 성공하기 위해 비상사태에 돌입한다고 한다. 바로 이 상태에서 집중도가 극대화되고 최대의 능력과 성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과 같이 스포츠분야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선수들은 마지막 단 한번의 승부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가지고 승리했다. 우리나라 역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25%를 인터뷰한 김도윤 작가는 올림픽금메달리스트들의 공통점은 분명한 자기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대한민국 IOC 위원인 유승민 선수는 목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단 자기가 목표를 정하면 마음가짐, 체력, 생활방식, 운동량 등 그 모든 것이 새롭게 설정이 된다.” 예를 들어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하는 선수는 금메달을 따기 위한 정신수련, 체력훈련, 생활방식 및 루틴 형성, 매일 운동량 세팅 등 그 모든 것이 금메달에 초점을 두어 설정된다. 즉 모든 노력과 계획은 목표 중심으로 구성되며 바로 목표가 있을 때 놀라운 집중력을 가지고 성공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목표를 분명하게 세우고 이를 달성 하기 위해서 가장 강력한 방법은 바로 목표를 숫자로 파악해 내는 것 곧 목표를 KPI (핵심 성과 지표, Key Performance Index)로 나타내는 것이다. KPI를 가지고 목표를 달성하는 삼 단계 과정에 대해서 알아보자. 


첫번째 단계는 KPI 수립하는 것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숫자가 KPI가 되려면 기본 세 가지 조건, 측정가능성, 모니터링 가능성, 대표성을 만족시켜야 한다. 측정가능성이란 말그대로 측정해서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모니터링 가능성은 일회성이 아닌 정기적인 측정을 통해 KPI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대표성은 모니터링된 KPI가 당신이 원하는 목표의 달성 과정을 정확하게 대변해주는 것이다. 쉬운 예를 들어서 피트니스 운동을 한다고 하자. 당신의 목표는 TV 속 연예인들처럼 멋진 몸매를 가지는 것 즉, 몸짱이 되는 것이다. 이 목표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KPI는 체지방률 (%, 체중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체지방률은 인바디를 통해서 측정가능하며, 매 운동을 할 때마다 정기적으로 측정해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그리고 열심히 운동하면 할 수록 체중에서 지방은 타 없어지고 근육량은 증가함에 따라 체지방률은 낮아지게 되며, 따라서 체지방률은 몸짱이 되는 목표를 잘 대변해준다. 보통 몸관리 잘하는 연예인들이나 모델의 체지방률은 10~12%로 알려져 있으며 피트니스 선수들의 체지방률은 8% 이하라고 한다. 


두번째 단계는 KPI 달성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다. 영화 배우 덴젤 워싱턴은 이런 말을 했다. “목표가 없는 꿈은 그냥 꿈일 뿐이다!” 그 동안 회사에서 여러 경험들을 하면서 많이 후회했던 것 중에 하나가 목표가 없이 열심히 일을 했던 것이다. 나는 근면 성실의 미덕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열심히 일을 하면 분명 좀 더 많은 것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내가 목표가 없이 열심히 일을 했을 때, 내가 들인 노력은 헛수고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과거에 나는 제품 품질 체력을 끌어올린다는 명목으로 제품 양산 설비 및 공정의 불합리를 모조리 찾아서 하나 하나 불합리를 개선했던 적이 있었다. 나는 그동안 잘 보고되지 않았던 불합리를 파악하는 등 정말로 열심히 일을 했다. 문제는 목표와 KPI가 없었던 것이다. 나중에 업무 복기를 했을 때, 목표가 없었기에 개인적으로는 열심히 일을 했을 지라도 조직 전체적으로는 크게 가치가 없는 일을 해낸 셈이 되었고, KPI가 없었기에 열심히 일해 얻은 성과를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나는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일을 했는가 생각하며 내가 일한 방식에 대해 크게 후회를 했다. 만약 내가 이 업무를 조직의 리더로서 수행했다면 나는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방향성이 없어) 우왕좌왕 하게 만드는 리더가 되었을 것이다. 이 경험 이후 나는 중요한 업무를 할 때 반드시 KPI와 KPI 달성 목표 설정에 대해서 신중하게 준비를 한 뒤 업무를 추진하고자 노력했다. 목표가 없는 일은 그냥 일일 뿐이다. 하지만 목표가 있는 일은 특별한 성과가 된다. 목표가 분명할 때 조직은 방향성을 가지고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을 집중함으로써 큰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세번째 단계는 목표 납기를 정하는 것이다. KPI를 수립했고 KPI 목표를 정했다고 끝이 아니다. 언제까지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납기가 있어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납기가 없는 목표는 달성하지 않겠다는 목표라고 여긴다. 따라서 내가 진행하는 회의에서 액션 아이템이 논의될 때마다 나는 항상 묻는다. “이것 언제까지 할 수 있나요?” 또는 “이것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사람들 중에는 “언젠가는 해결되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납기 없이 편하게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경우 거의 대부분, 허송세월 하면서 시간을 소비하거나 대충 일을 한 결과 허술한 결과가 만들어진다. 만약 당신이 여러 사람들과 협업을 추진하는 데 납기 없이 일을 하는 경우, 당신의 업무는 반복적으로 미뤄질 것이고 이로 인해 밀접하게 얽혀 있는 다른 사람들의 업무들 또한 모두 밀리게 되는 나쁜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조직 생활에 있어서, 납기를 준수하지 않음은 자신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물론 납기를 정할 때 한 달 동안에 할 수 있는 일을 며칠 만에 하겠다는 식으로 말도 안되는 납기를 정하면 안 된다. 이것은 당신과 당신과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사기와 의욕을 완전히 꺾어버리는 미친 짓이다. 반대로 한 달 동안에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을 일년 안에 하겠다는 식으로 지나치게 풀어진 납기를 정하면 안된다. 이 경우 사람들은 전혀 긴장하지 않고 일을 대충하거나 일을 계속해서 미룰 것이다. 납기를 정하는 최고의 기준은 ‘충분히 도전적인가’의 여부이다. 기존 이력이 있는 납기보다 좀 더 빠르게, 현 시점에서 예상되는 때보다 좀 더 빠르게와 같이 충분히 가능하고 도전적인 납기를 선정하라. 



방법론: 목표를 분절화하라

라틴어로 ‘지식, 앎’을 뜻하는 말은 ‘시엔치아 (scientia)’로 그 어원은 라틴어 ‘시 (sci)’이며 이는 ‘쪼개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고대 로마 사람들은 지식 또는 안다는 것이란 ‘쪼개어 아는 것’ 즉, 한 가지 대상에 대해 세밀하게 분절화하여 깊이 있게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쪼개어 알 때, 당신은 한 가지에 대해서 정말로 깊이 있는 이해를 얻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리더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얻기 위해 정말로 중요한 것은 목표를 쪼개는 것 곧, 목표를 분절화하는 것이다. 목표를 분절화할 때 목표를 잘 이해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각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해낼 수 있는 방법론이 태동한다. 


당신이 목표를 어떻게 분절화하느냐에 따라서 일의 범위, 목적, 마감일 등 일의 속성과 격이 달라진다. 목표를 분절화하는 것은 곧 업무를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목표 분절화를 위해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이 있는데 바로 ‘MECE (미씨)’이다. MECE란 Mutually Exclusive Collectly Exhaustive라는 말의 앞글자에서 따온 것이고, 직역하자면 ‘서로 배타적이면서 동시에 합하면 전체를 차지하도록’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좀 더 직관적으로 MECE를 의역하자면 ‘중복되지도 않게, 누락되지도 않게 모든 경우의 수 (시나리오)로 쪼개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인구를 60세 이상과 60세 미만으로 쪼개는 것, 축구 경기를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쪼개는 것, 부동산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쪼개는 것, 영업부를 국내 영업부와 해외 영업부로 쪼개는 것, 하루를 24시간으로 쪼개는 것, 골프 코스를 파3, 파4, 파5로 쪼개는 것 등이 MECE 기준으로 쪼갠 것이다. MECE 사고법의 대표적인 사례로 맥도날드의 맥모닝 개발이 있다. 매출 증가를 목표로 방법을 모색한 맥도날드는 MECE 기준으로 영업 시간을 쪼개어 보았다. 그 결과 맥도날드는 그들이 점심 때 문을 열어 점심과 저녁 메뉴만을 고객들에게 서비스했다는 것을 자각했다. 바로 아침 메뉴가 빠진 것이다. 이에 맥도날드는 출근 전 밥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2006년 맥모닝을 개발했고 이는 큰 성공을 만들어 냈다. 이와 같이 당신의 목표를 MECE 기준으로 분절화해보자. 예를 들어, 당신이 스마트 TV 제조 공장에서 생산 수율을 책임지는 팀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하자. 팀의 금년 목표는 제조 수율을 92%에서 95%로 끌어올려 3,000억의 경영 성과를 창출해내는 것이고 당신이 일하는 부서는 TV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패턴 불량률을 줄이는 것이다. 최종 생산 시 불량 TV 제품을 전수 분석한 끝에 패턴 불량률은 전체 불량률 8% (=100%-92%) 중에서 3%를 차지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이 3% 중에서 1%는 소재기인 불량이고 1%는 입자기인 불량 그리고 나머지 1%는 TV 제조 공정 산포 기인 불량이었다. 이에 당신이 맡고 있는 분과는 입자기인불량률 1%에서 0.5%로 줄여 500억 경영 기여하는 목표를 세웠고, 입자 기인 불량률 1%를 추가로 분절화한 결과, 공정 기인 입자가 0.5%, 설비 노화 기인 입자가 0.3%, 부품 세정 기인 입자가 0.2%로 분석이 되었다. 이에 당신은 분과를 공정 담당, 설비 담당, 부품 담당,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누었고 공정 담당은 공정 불합리 개선 및 공정 최적화, 설비 담당은 설비 경시 변화 최적화, 부품 담당은 부품 세정 방식 최적화 및 부품 세정 주기 수립화라는 방법론을 세워서 업무를 열심히 추진했다. 



메시지: 분명하게 말하라

[수술 Scene 1 - 슬기로운 의사생활 2.  2화] 

송화: 튜머 (종양)가 어드히젼 (협착)이 심한데. 

         아, 다이섹션 (정상조직에서 떼어내는 것)이 힘드네.

석민: 제가 튜머 이쪽 부분 리트렉터 (수술부를 넓게 벌리는 기구) 로 당겨보고 있을까요?

송화: 어, 그래. 

송화: 마취과 선생님 피가 많이 나네요. 혈압 어때요?

마취과선생님: 혈압 떨어집니다. 90에 70입니다. 

송화: 우리 피 준비된 것 있으면 빨리 주세요.

간호사: 네.

송화: 종양 잘 제거된 거 보이지? 

선빈: 네, 교수님. 

송화: 이제 마이크로 빼주세요. 

간호사: 네. 

송화: BP (혈압) 얼마인가요? 피 잘 들어가나요?

마취과 의사: 예 잘 들어가고 있습니다. 

송화: 아우 힘들었다. 

석민: 듀라 (뇌를 싸고 있는 막)부턴 저희가 닫겠습니다. 

송화: 어, CSF  (뇌 척수액) 안 새게, 듀라 꼼꼼하게 닫아주고 블리딩 컨트롤 잘하고 마무리 잘해줘. 


[수술 Scene 2 - 슬기로운 의사생활 2.  2화] 

준환 : 심장 쓸 데 없이 건들지 마!

 피브릴레이션 (심실세동) 오잖아.

 페리카디움 텐팅 (심냥 텐팅) 할 것 주세요.

준환 : 거의 된 것 같은데 

전공의: 네, 교수님 예쁘게 잘 붙었는데요?

창민: 심장이 잘 뛰고 있습니다, 교수님.

준환: 가슴도 닫고 에크모도 안달아도 되겠다.

        마무리 잘하자. 

전공의: 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수술 장면 대사이다. 이와 같이 긴급한 수술 상황에서는 의사와 간호사 간에 분명하고 정확한 의사 소통이 필요하며 절대로 허술하고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의사 소통 해서는 안된다. 의사와 간호사가 분명하게 소통하지 않으면 환자는 죽거나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나는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수술실의 의사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더는 일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고 일의 방향과 일의 방법에 관하여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은 필요 이상으로 비효율적이고 서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하게 된다. 리더의 입을 통해서 흘러나오는 불분명한 메시지, 모호한 메시지, 롤러코스터와 같은 일관성 없는 메시지, 진부한 메시지는 리더가 이끄는 조직을 혼란에 빠뜨리고 손해를 끼치며, 쉬운 문제를 어려운 난제로 만든다. 한 예로, 한 때 휴렛패커드 (HP)의 기대 받는 CEO였지만 회사에 엄청난 경영 손실을 일으켜 이사회로부터 축출당한 칼리 피오리나의 이야기를 들고자 한다. 1999년 휴렛패커드로부터 CEO로 전격 영입된 후 피오리나는 대대적인 상하 조직 문화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직 사장단 교체, 조직 개편, 해고 및 실직에 대한 분명한 플랜을 수립하기 전이었지만 피오리나는 고위 사장단 임원들을 소집해서 자신의 조직 개편에 대한 생각을 조심스럽게 전달했다. 피오리나의 첫 메시지 이후, 사람들은 분명하지 않지만 곧 닥치게 될 조직 개편에 대한 두려움으로 극도의 긴장 속에서 일을 해야 했다. 피오리나는 공식적으로 조직 개편안을 첫 메시지로부터 두 달 뒤에 발표했는데, 그 동안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어 두려움에 빠진 직원들은 업무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고 업무가 느려지거나 중단되었다. 중간 관리자들은 방향성을 잃었고 동기와 사기가 곤두박질쳤다. 조직 개편 후 누가 어느 부서를 관리하게 될 지 아무도 몰랐기 때문에 계약자들은 해고되었다. 결국 휴렛패커드는 두 달 간의 시간 그리고 새로운 조직개편안에 적용할 한 달의 시간, 이렇게 세 달 간의 소중한 시간, 한 분기의 시간을 손해보게 되었다.  만약 피오리나가 조직 개편에 대한 플랜을 구체적으로 세운 뒤, 그녀의 비전과 함께 조직 개편안을 분명하게 제시했다면 어땠을까?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방향성과 전략에 대해 탁월해야하며 이에 버금가게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할 줄 알아야 한다. “신의 가호 아래 이 땅에 새로운 자유가 탄생할 것을,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지구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을 굳게 다짐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던 에이브러햄 링컨과 “절대로 포기하지 마시오. 절대로 포기하지 마시오. 절대, 절대, 절대, 절대로! 엄청난 일이건 작은 일이건, 크건 하찮건 상관 말고, 명예로움과 분별에 대한 강한 확신이 있는 경우들이 아니라면, 절대 포기하지 마시오!”라고 말했던 위스턴 처칠, 그리고 “네 소원(所願)이 무엇이냐 하고 하느님이 내게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대한 독립(大韓獨立)이오.’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 소원은 무엇이냐 하면, 나는 또 ‘우리 나라의 독립이오.’할 것이요, 또 그 다음 소원이 무엇이냐 하는 세 번째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를 높여서, ‘나의 소원은 우리 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 독립(自主獨立)이오.’하고 대답할 것이다.”라고 말했던 김구처럼 시대 속 위대한 리더들의 공통점은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어떻게 분명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나는 분명한 메시지를 위한 세 가지 C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번째 C는 명확하게 말하기 (Clear)이고 두번째는 C는 간결하게 말하기 (Concise)이며, 세번째 C는 일관성있게 말하기 (Consistent)이다. 



명확하게 전달하라 (Clear) 

메시지를 전달할 때 명확하게 말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리더는 없을 것이라 생각을 한다. 그런데 리더마다 차이가 나는 부분은 명확성의 기준을 누구에게 두는가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명확성의 기준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리더 자신이 아니라 메시지를 듣는 사람들이 되어야한다. 수많은 리더들이 실수하는 점은 본인에게 명확한 메시지는 조직원들에게도 명확할 것이라 착각하는 것이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완전 명확해! 앞으로 내가 제시하는 방향과 방법대로 우리 조직이 만들어갈 업무와 성과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리더는 이렇게 긍정적인 마음을 먹지만, 사람들은 리더의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리더가 원하는 방향이 아닌 곳을 향해서 달려나가기 십상이다. 리더는 메시지를 준비할 때, 반드시 “내 메시지가 그들에게 명확한가?”를 계속해서 물어야 한다 (물론 자신에게 먼저 명확한 건 기본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리더는 먼저 청중이 누구인가에 대해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듣는 사람이 임원이냐 부장이냐 과장이냐 대리이냐 사원이냐에 따라서, 그리고 한 명이냐 열 명이냐 백 명이냐에 따라서, 당신의 전달하려는 것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필요한 경우 청중의 성격과 취향에 따라서), 당신은 다르게 메시지를 준비해야한다. 내 경험 상, 청중 파악이 제대로 안된채로 메시지를 전달했을 때 난 이런 피드백을 들었다. “그것 이미 했던 것 아닌가요? 다른 게 뭐죠? 차별화 포인트 말입니다.” “그런 일을 해본 경험도 없고 도통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이미 다 알고 있는 건데요, 가능한 진부한 말들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듣고 싶었던 방향과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청중 파악이 끝난 뒤 당신이 해야할 일은 바로 그 청중이 되어 계속해서 “명확한가?” 물어보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명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면, 실제는 더욱 더 그들에게 명확하지 않을 것이기에 바로 메시지를 다듬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당신은 문맥 또는 사전 지식을 제공할 준비를 해야할 수 있고, 이해가 안되거나 정신을 산만하게 만드는 말들은 모조리 삭제해야 할 수 있다. 또한 당신은 비유적으로 또는 우회적으로 말을 해야할 수 있고, 단도직입적으로 핵심만을 이야기 해야할 수 있다. “명확한가?” → “아니오!” → 메시지 수정으로 이어지는 연속된 메시지 준비를 통해서 당신은 당신이 정말로 말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 동시에 사람들이 정말로 듣고 싶은 핵심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비해낼 수 있다. 


간결하게 전달하라 (Concise)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철학 용어가 있다. 이 용어는 14세기 영국의 논리학자이자 프란치스코회의 수도자였던 오컴 출신의 귀족 윌리엄이 남긴 말에 기원했다. 오컴의 윌리엄은 논리를 전개하는데 있어 “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까지 많은 것을 가정하면 안 된다. 보다 적은 수의 논리로 설명이 가능한 경우, 많은 수의 논리를 세우지 말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천체는 왜 끊임 없이 회전을 하는가에 대해서 오컴은 ‘신의 천사들이 천체를 회전시킨다는 기존의 가정’을 불필요한 가정이라고 여겼다. 성서에 천체의 운동을 주관하는 지적 존재에 관한 기록이 없는데 천사라는 존재를 가정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오컴에 따르면, 천체가 끊임 없이 회전하는 것은 신이 천지를 창조할 때 천체가 얻었던 추동력이 손실되지 않고 유지되기 때문이었다. 이후 14세기 장 뷔리당은 천체의 추동력이 시간이 손실되지 않는 이유는 우주에 공기저항이 없기 때문이라는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또 다른 예로, 만약 C라는 결론을 증명하는데 있어 다음 두 가지 올바른 논증이 있다고 하자. (1) A-B-C (2) K-I-H-F-E-Z-C . 비록 두 가지 논증이 모두 참인 결론을 이끌어냈지만, 오컴의 면도날 위에 올려놓으면, 첫번째 논증이 더욱 더 직관적이고 실용적인 것으로 채택된다. 오컴의 면도날은 수학 및 근대/현대 과학의 이론 구성의 기본 지침이 되었고 심지어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에 있어서도 같은 동작을 수행하는 두 개의 코드가 있을 때, 더 간결하고 것이 더 좋은 코딩으로 여겨진다. 


오컴의 면도날을 메시지에도 적용할 수 있다. 더 복잡하고 어렵게 말할 수록 메시지를 잘 전달한다고 생각하는 리더들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완전한 착각이다. 짧게 할 수 있는 말을 길게 늘일 수록 듣는 사람들은 더 피곤해지고 집중하기 어렵다. 또한 당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논점은 더 흐려진다. 리더는 메시지를 전달할 때 오컴의 면도날 위에 서야 하며 이를 통해서 최대한 간결한 메시지, 사람들이 즉시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앞서 당신이 청중의 편에 서서 “분명한가?”를 물었다면, 이제 당신은 “꼭 필요한가?”를 묻고 꼭 필요하지 않는 것들을 가지치기하듯 쳐내보자.


일관성있게 전달하라 (Consistent)

메시지의 일관성은 메시지 전달의 반복과 일치율에 비례한다. 당신의 메시지를 반복하는 것에 대해서 부담 갖지말고 걱정하지 마라. 메시지가 중요할 수록 당신은 그 메시지를 사람들이 명확하게 이해할 때까지 반복을 해야한다. 단 한 번 메시지를 전달하기만 하면 사람들이 당신의 뜻을 온전하게 이해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이자 자만이다. 이 경우, 대부분의 리더들이 “내가 말한 것 듣긴 했어요?” “내가 말한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그것이 안되고 있나요?” “우리 팀이 실력이 없군요!”라며 후회와 비판을 하는 것을 나는 많이 경험했다. 메시지를 반복하는 것은 양치기가 양을 치는 것과 비슷하다. 양은 다른 포유류와 대비해 시력이 매우 약한 동물로 방향 감각 없이 눈 앞에 보이는대로 졸졸 따라가는 특징을 가진다. 양의 생존을 위해서는 목자가 반드시 필요하며, 목자는 양 무리들이 목표에서 벗어날 때마다 양무리를 치며 옳은 길로 인도해야한다. 때때로 한 두 마리의 양들이 무리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생긴다, 목자는 잠시 양무리를 멈추게 한 뒤, 큰 소리로 이탈한 양들에게 돌아오라는 소리를 외치거나 양치기 개에게 양들을 데려오라고 지시를 해서 이탈한 양들을 무리로 데려온다. 이와 같이 리더는 조직이 올바른 방향과 방법을 따르지 않을 때마다 반복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하며, 소수의 사람이 뒤쳐지는 것 같으면 그들을 따로 만나 도와줘야 한다. 또한 메시지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치된 메시지를 반복해야한다. 한 주는 “이 방향으로 갑시다”라고 했다가 그 다음 주에는 “저 방향으로 갑시다!”라며 일치되지 않은 메시지를 보내면, 조직의 사람들은 방향감각을 잃고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리더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방향성과 방법론을 검토해야하며, 그 결과 방향성과 방법론이 결정되면, 일관성 있게 그 방향성과 방법론을 지지해주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인성

글보다 삶을 쓰려는 작가


아이작의 신간이 나왔습니다! (23년 10월 31일 출간) 

아이작의 Q 매거진 구독 신청하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