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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전성시 Dec 01. 2019

외국계 회사로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면... (2부)

직장생활, 이직생활 이야기 (2화)


당신 팀은 매니저가 도대체 몇 명입니까?


미국 기업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반적으로 가장 작은 조직인 '팀(Team)' 있고, '매니저(Manager)'라는 팀 책임자가 있다.


1부에서 이야기했듯이,

한국 기업은 일본 기업과 비슷하게 가장 작은 조직인 ‘과’‘과장’이라는 책임자가 있다.

시간이 흘러 현재는 ‘과’ 보다는 ‘팀(Team)’이라는 명칭을 많이 쓰고,

'과장'이 아닌 ‘팀장(Team長)’이라는 퓨전 명칭을 가진 책임자가 있다.

그리고 ‘과장’이라는 명칭은 이제 하나의 직급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 기업에서 직급이 ‘과장’인 사람의 명함 영문정보를 보면 ‘Manager’라고 표기되어있다.

그렇다 보니 미국인에게 명함을 건네면 내가 책임자인지 그냥 직원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이야기 한 내용은 해외 모든 기업이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을 밝혀둔다.

그리고 많은 외국계 기업 중 미국 기업과 일본 기업을 대표적으로 설명하였는데

한국 기업이 회사마다 조직과 문화가 다르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점이 있듯이,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해외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그러했음을 설명하고 있다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이제 한국기업과 외국계 기업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지금까지 국가마다 다른 기업의 조직과 직급체계에 대한 설명한 것은,

한국기업과 외국계 기업 차이점을 이해하기 위해 기초가 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은 팀의 책임자인 '매니저(Manager)'가 팀원을 직접 선택하고 채용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한국 기업은 보통 '인사팀'에서 채용공고를 내고, 일괄적으로 사람을 뽑아 부서에 배치하는데,

미국 기업은 '매니저'가 자기 팀에 사람이 필요한 경우 '인사팀'에 사람이 몇 명 필요하다고 알린다.


그러면 '인사팀'은 정말 사람이 필요한 건지 확인을 한 후 채용 공고를 대신 내주고,

'매니저'는 자기 팀에서 일할 사람을 직접 면접하여 선택하고 '인사팀'에 통보하면 되는 시스템이다.


'매니저'는 사람을 뽑는 권한뿐만 아니라 '해고'의 권한도 갖는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어떤 사람이 'You're fired'를 외치면, 말없이 회사를 떠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 미국 기업에서는 해고 통보를 받으면 하던 일을 멈추고 바로 회사를 나가야 하며,

본인이 사용하던 짐은 일주일 후 택배로 받게 되는데, 해고 통보를 받은 후 회사에 원한을 품을 수 있을 가능성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한국 사람은 이런 미국 기업의 문화를 심적으로 이해하기 조금 어려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내가 본 미국 근로자들은 '보스(Boss)'에게 엄청난 충성을 했다.


업무시간이 아닌 때에는 그들 특유의 문화처럼 친구처럼 지내기도 했지만,

업무와 연결되었을 때는 보스가 조금이라도 불편할 만한 사항을 아예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일을 하다 그들의 보스에게 연락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입을 닫아버려 종종 난감하게 했는데,

이는 결국 본인의 퇴사와도 직결되는 사항이라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팀원에서 시작하여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게 되면 '매니저(관리자)'로 갈 것인지,

아니면 그냥 본인이 하던 업무를 계속할지 선택할 기로에 선다고 했다.


관리자의 길을 선택하면 연봉도 오르고 승진도 하겠지만 더욱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고,

하던 일을 계속하면 연봉이 급격히 오르지 않지만 본인 적성과 잘 맞는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다고 했다.


참고로 한국에 있는 미국 기업들은 위에 적은것처럼 운영되지는 않는 편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문화가 그렇다는 점을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일본 기업은 한국 기업과 전반적으로 비슷한 편이지만, 직책과 직급이 동일하게 움직이는 조직체계로 인해 한정된 관리자의 자리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동기들 간, 선후배 간 경쟁이 치열하여 밀려난 사람의 경우 '좌천'이나 '단신부임' 같은 상황을 만들어 멀리 보내버리는 기업 문화가 아직도 있기 때문에 한국인 정서 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다.


같이 일했던 관리자급 담당자가 어느 날 동남아 지사로 가 있기도 했는데, 어찌 된 상황인지 물어보면 대부분은 '좌천'되었다고 조용히 알려줘서 좀 안타깝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직접 겪었던 일본 기업들은 하루 일과가 너무 빡빡하게 정해져 있어서, 약간은 군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현장직의 경우 회사 유니폼이나 모자도 모두가 똑같이 착용해야 했고, 사무직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검정 양복에 흰 와이셔츠만 허용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과거 일본의 군국주의 같은 문화가 느껴지기도 했다.




한국 기업은 외국 기업의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한국식 문화를 입혀 지금에 이르렀다.


겉으로 보면 팍팍하지만 어느 정도 오래 일한 사람에 대한 배려가 있고, 같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끼리 동고동락하며 생긴 끈끈한 정 같은 게 있다.


누군가는 이런 게 불편할 수도 있지만 이런 점이 익숙해지면 외국 기업의 문화에 고개를 절레절레할 수도 있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해보고 싶다하더니
원 풀었네?

내가 다니던 회사는 어느 날 한국 기업이 보유한 51%의 주식을 미국 기업에 모두 넘기면서 하루아침에 미국 기업이 되어버렸다.


처음 겪어보는 회사의 큰 변화에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걱정하며 외국계 기업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차분하게 맞이하였다.


참고로 한국 기업 일 때 '과장' 직급이던 내 명함에 쓰여진  'Manager'라는 표기는 미국 기업이 되면서 'Senior Engineer'로 금세 바뀌었다.


사실 나는 외국계 기업에 대한 약간의 환상이 있었다.

다니던 회사가 절반은 미국 기업이기도 했고, 언젠가 이직을 하게 된다면 아예 외국계 기업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공공연히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미국 기업으로 회사가 바뀐다고 하니, 와이프는 운도 좋다며 축하한다고 했다.

원했던 원치 않았던 외국계 회사에서 한동안 일하게 되었고, 막상 다녀보니 좋은 점도, 좋지 않은 점도 있기 마련이었다.




일단 좋은 점은 한국 기업에 있던 불필요한 기업문화가 점점 사라졌다.

한국 기업은 보통 연간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필요한 전체 예산을 할당하고,

직원 전체의 인건비와 이런저런 고정비를 반영해서 1년 간 어떻게 회사를 운영할지를 결정한다.


미국 기업은 철저하게 프로젝트 단위로 돈에 맞춰서 움직인다.


프로젝트 별로 필요한 비용을 계산할 때 몇 명, 누구, 얼마나 필요할지 세분화시켜 월 단위로 구분하는데,


예를 들면 ‘문전’이라는 사람을 A 프로젝트에 9개월(1~9월),  B 프로젝트에 3개월(10~12월)을 할당하면,

‘문전’의 월급은 해당 월에 해당 프로젝트 예산에서 빠져나가는 구조가 된다.


그러다 보니 한국 기업일 때 6개월마다 관리자에게 내가 한 일을 평가받던 기존 관리시스템이 무의미해졌다.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다 보니 '프로젝트 매니저'가 따로 있었고, 그쪽을 통해 평가를 받기 때문에 기존의 형식적이고 불필요했던 제도들이 점차 사라져 갔다.


안 좋은 점은 '회사는 월급을 위해 일하는 직장'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게 느껴졌다.


기본적인 것 이외에 한국식 복지 같은 건 사라졌는데,

대표적으로 창립 기념일에 하루를 쉰다던지, 회사 안에 있는 헬스장 같은 복지시설도 돈을 내고 쓰는 구조로 바뀌었다. 좋게 말하면 합리적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인정머리 없는(?) 모습으로 점점 바뀌어갔다.




지금은 금융권으로 이직을 해서 또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이런저런 경험을 하고 이직했다고 생각했지만,

한국기업에서만 근무하다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한 것처럼 모든 것을 새로 익혀나가는 과정이 마음처럼 쉽지가 않았다.


이직 후 1년 간은 도통 적응되지 않는 회사 문화와 업무로 괜한 선택을 한 게 아닌가 하는 고민을 출퇴근 시간마다 하였고,


2년째에는 이걸 그만해야 할지 좀 더 버텨야 할지 저울질하며 하루하루 지냈던 것 같다.


만 3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 마음속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제야 좀 적응이 되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사회생활을 어디에서 시작했는가도  중요했던 것 같다.


전형적인 한국 기업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면,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해서 적응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울 것이다. 미국 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일본 회사로 이직한다면 금방 적응이 안될 것이다.


하지만 어디에서 시작했든, 어디로 옮겼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그 세계가 조금씩 보이고 익숙해지는 이건 그냥 보통의 인간이 적응해가는 과정이 아닌가도 싶다.


끝으로,

새로운 삶을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직이라는 건 용기 있는 도전이지만,

막상 해보고 '이건 아니다' 싶으면 빨리 나오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수 있다.

즉, 회사생활은 정답이 없고, 노력이나 실력보다는 운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이번 연재가 외국계 회사나 국내 회사나 이직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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