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부. 사회생활
인간은 경험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가치관과 사고가 형성된다.
예를 들어 제주도의 경우 필자에게 특별한 곳이다. 원하는 직장에 합격할 때마다 찾던 곳이기 때문이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해외에 온 것 같은 야자수 나무들과 자연 경관은 감탄을 자아낼 만하다.
하지만 경험만을 전부라고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사고는 쉽게 편협해진다. 모든 경험에는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사람, 날씨, 장소 등이 그 변수다. 예컨대 그날의 날씨가 흐렸다거나,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던 상황이 경험의 질을 바꿀 수 있다.
이렇듯 인간은 좋은 경험과 나쁜 경험을 번갈아 겪으며 살아간다.
그중 ‘장소’라는 변수를 이야기해 보자. 사람은 나쁜 경험이 있었던 장소를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그곳이 과거의 부정적 기억이나 이상적 경험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기억을 오랫동안 저장하며, 이는 자연스럽게 회피 행동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어떤 장소에서 불쾌한 일을 겪은 사람은 그와 유사한 환경에서도 불안이나 거부감을 느낀다. 이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PTSD)에서 나타나는 반응과 유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쁜 기억이 깃든 장소는 피하는 것만이 최선일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장소에서 경험을 새롭게 써 내려가야 한다고 믿는다. 처음엔 나쁜 기억으로 남았더라도, 반복된 좋은 경험을 통해 그 기억을 덧씌울 수 있다.
필자에게 그런 장소는 집 앞 공원이다. 도서관과 집이 가까워 공부를 마친 뒤면 자주 그곳을 찾았다. 그러나 한때는 공원이 싫었다. 답답한 마음에 달리거나 산책할 때면 주변 사람들은 다 행복해 보였고, 혼자만 불행하다고 느꼈다. ‘왜 내가 원하는 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며 하늘을 원망하던 순간도 있었다.
시간이 흘러 합격 후 다시 그 공원을 찾았다. 과거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때는 힘들고 불안했던 장소였지만, 이제는 한결 여유롭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같은 장소라도 마음이 변하면 풍경도 달라 보였다.
이 외에도 나쁜 기억의 장소에 대한 트라우마에 대한 대처법이 있다.
1. 그 장소에서 느끼는 불안이나 긴장감이 있는 그대로 자각한다.
2. 그 장소의 다른 점을 의도적으로 찾아보거나 주변 환경의 다른 자극에 집중하는 ‘다른 그림 찾기’ 식의 인지적 재조명을 시도해 본다.
3. 안정화 기법을 사용한다. 천천히 호흡을 깊게 하며 몸의 긴장감을 풀고, 자신을 안전한 곳
에 있다고 상상하는 등의 방법이다.
4. 억압된 감정이나 몸의 움직임을 허용해서 긴장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 예를 들면 스트레칭,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다.
5. 규칙적인 생활과 믿을 수 있는 사람이나 전문가에게 트라우마를 털어놓는 것이다.
처음의 기억이 나빴더라도, 마지막의 기억을 좋게 만들면 된다. 그러면 그 장소가 다시 ‘가고 싶은 곳’이 된다.
빛나는 기억으로 가득한 장소를 늘려가자. 그리고 빛나는 인생을 살아가자.
빛나라, 인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