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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

by 창작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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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감정 베이스는 블루이다. 딥 블루.


영어로 쓰면 조금 어둡고 부정적인 느낌이 덜 보이고 멋져 보일까 하는 마음에 한번 써보았는데 실은 블루라고 쓰고 우울이라고 읽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우울함이라는 그 몽글하면서도 어두운 감정의 베이스가 세월이 지남과 함께 나 스스로가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점차적으로 단단해지기도 했고, 나 자신에 대해 들여다보는 시간도 많이 갖다 보니 그래도 예전에 비해서는 그 크기가 많이 줄어들었다.

알 수 없는 이 감정 때문에 시달린 적도 많긴 했지만 그 우울한 감정마저도 즐길 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이렇게 계속 살다가는 내가 안 괜찮아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것을 힘들게 고통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어차피 없앨 수 없는 나의 일부라면 그를 조금 즐기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우울함이 주는 장점도 어찌 보면 있다고 생각을 바꿔보기도 했다. 우울 덕분에(?) 뭔가 항상 나는 남들과 다른 것 같고, 나에게 일어나는 일은 너무 슬프고 크게 다가와서 힘이 들지만 우울하고 고독한 이 기분이 드는 것아 나를 조금 특별한 사람으로, 그런 분위기로 만들어 주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내 감정 베이스가 우울이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창작이라는 것도 조금 그런 시큼한 분위기에서 나오곤 한다.

우울함이 있어야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도, 집중도, 몰입도 가능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귀엽고 예쁜 쥬도는 나의 우울한 부분을 없애주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그래서 우울이 점점 치료? 되며 그런 감정을 조금 잊게 되었다.

아니 그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는 두려워진다.

지금 내가 쥬도와 보내는 이 시간, 영원하지 않겠지에서 나오는 불안감.



어느 날 외출 후 집에 들어왔는데 쥬도가 평소와는 다르게 마중 나오지 않았다.

곧바로 쥬도를 불렀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현관에서 신발도 벗지 않은 채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고 거실에서 경계태세를 보이고 있는 살아 숨 쉬는 생명체를 발견하고 어찌나 마음이 놓이던지.

알고 보니 다행히도 쥬도는 집안에 들어온 왕파리를 사 냥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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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쥬도가 마중 나오지 않으면 걱정이 앞선다. 그가 내게 중요한 일부분이 된 이후로는 덕분에 잠시 없어졌던 그 우울감이 다시 피어올랐다.


어쩔 때는 처음 보는 웃긴 자세로 누워있다가 발견되는 쥬도를 보면서 '너는 나의 감성파괴자야'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쥬도의 존재가 소중해질수록 언젠가 이 행복이 사라지는 날, 그가 사라지는 날이 언젠가 온다는 것에서 조금은 우울감이 생겨버렸다.


나는 항상 불안했다. 그래서 성과적으로 내가 잘 해내고 행복한 일이 생겨도 그 행복은 나의 몫이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그 순간을 잘 즐기지 못하고 이건 일시적인 가짜 행복이라는 심보가 있다. 그래서 항상 마음 한편에는 너무 좋으면서도 그 후 폭풍을 항상 걱정한다. 그래서 나는 쥬도와의 지금 행복한 하루하루가 내심 불안하다. 특히나 나이가 많은 11살의 이 고양이는 나의 행복과 불안 두 가지를 공존하게 만들며 나를 들었다 놨다 한다.

그래서 외출하고 들어올 때,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문을 열었을 때 변수가 생기는 것에 매우 불안함을 느낀다.


이 모든 것이 사라질까 봐. 쥬도가 나를 떠날까 봐.

이 모든 게 두려운 이유도 그를 사랑하게 되어서겠지?

나는 사실 사랑이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쥬도와 지내게 되고 나서 아 이런 게 정말 사랑인가 보다, 이런 경우를 사랑한다고 하는 건가? 등 사랑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말에는 짝꿍이 있는데 그게 바로 희생이다. 희생이 없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랑하지 않으면 희생을 할 수조차 없다는 것을 쥬도를 통해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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