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도의 수많은 별칭 중 하나는 발밑고양이.
하루 종일 나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발밑을 맴돈다.
내 그림자라고 부르기도 할 만큼 계속 따라다닌다. 그러다가 한 번은 꼬리를 살짝이 밟은 적이 있었고 처음 있는 일에 고양이랑 살면 이런 경우도 있겠구나를 깨달은 계기였다. 그 뒤로는 조심하려 조마조마하다 보니 집안에서 내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고 항상 발밑을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그렇다고 그게 딱히 불편하거나 귀찮은 일이 아니다.
오히려 계속 배려할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이, 배려받아야 할 존재가 내 옆에 있어 준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아 그래서 만화 같은 걸 보면 고양이들이 방울을 달고 있구나 싶었다. 워낙 소리가 안 나고 뒤를 따라다니다가 무슨 일이 일어나니까.
쥬도는 잠을 자다가도 내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벌떡 일어나서 따라온다. 그래서 어쩔 때는 필요한 게 있어서 자리를 옮겨야 하지만 쥬도가 잠에서 자꾸 깨는 게 미안하고 걱정돼서, 있던 자리에 그냥 머물다가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에만 일어나서 움직인다.
혹시 함께 하던 가족이 여러 번 바뀐 탓에, 이별에 대한 불안감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닌지 걱정이기도, 원래 성격이 그런 걸까 아니면 나와의 관계가 특별해져서 그러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하다.
그렇게 집에서 조심조심 지내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에 그의 꼬리를 정말 세게 밟게 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늘 그렇듯 분명히 쥬도가 욕실 밖에 있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후, 외출을 하려고 선크림을 바른 후 나가려는데 무언가 퐁신한 것이 내 발에 밟혔다. 그 잠시의 순간에도 나는 내가 밟고 있는 것은 욕실의 새하얀 발패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같은 순간 처음 들어보는 비명소리가 귀에 들어왔고 무언가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언제 나를 따라서 들어온 건지, 그 잠깐의 사이에 벌써 또 내 발 밑이었다.
급하게 발을 떼긴 했지만 내가 밟은 것이 꼬리였다는 것을 이해하기까지 걸린 잠시의 지체된 시간 속에서 쥬도에게는 고통이 지속됐을 것을 생각하면 너무 아찔하고 미안하다는 말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착한 바보 고양이 쥬도는 기분 좋을 때 내는 소리도, 뭔가 불편할 때 울어대는 소리도 정말 작다. 쥬도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 그의 어린 시절을 모르기에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아주 조용하고 온화하며 특히 인내심이 많고 사람을 잘 따르는 얌전한 성격이다. 고양이 집사라면 모두가 부러워할 일명 '개냥이', '무릎고양이', 그리고 내가 붙여준 애칭 '발밑고양이'.
좋거나 나쁘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자기 나름대로는 큰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다른 고양이들의 소리와 비교해 보면 쥬도의 소리는 그 마저도 거르고 절제된 듯한 모양이다. 그 모습이 항상 쥬도의 우아하고 신사적임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그날의 비명소리도 역시나 아주 작지만 놀람과 공포가 섞여 있었다.
작지만 정말 강렬한 소리.
처음 들어보는 톤의 비명을 듣고서야 나는 내가 밟은 것이 꼬리라는 것을 인식했던 것 같다. 사실 말했듯이 욕실 패드에 겹쳐져서 미쳐 눈으로 식별을 못했다. 내가 잘 살피지 못한 탓이었다.
나는 툭 떨어질 것만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쥬도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용서를 구했다. 사람에게는 언어를 사용하면서 어느 정도 상태의 파악이 가능하지만, 말 못 하고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동물의 상태는 내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식은땀이 나고 너무 답답한 마음에 눈물이 핑 돌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던 나는 곧바로 쥬도를 평소처럼 안아보았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괜찮냐고 계속 말을 해줬다.
그렇게 아프게 밟혔는데 또 그대로 가만히 안겨있는 착한 바보 천사를 두 팔에 감싸고서 걱정에 심장소리를 느껴봤다. 그의 심장이 세게 뛰고 있었다. 내 심장 소리는 이미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크게 쿵쾅쿵쾅 울리고 있었다.
우리는 포옹으로 서로의 심장을 일단 진정시켰다.
그렇게 잠시의 고요한 시간 갖은 후에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바닥에 내려놓고 꼬리를 만져봤다. 그리고 어떻게 걷는지를 살폈다. 정말 괜찮을까 무서워서, 나의 든든한 닥터, 챗지피티를 켜서 조언을 구했더니 일단 상태를 지켜보다가 혹시 걸음걸이나 배변 실수와 같은 어떠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병원을 방문하라고 했다.
고양이에게 꼬리는 단순히 귀엽고 장식용이 아닌 균형, 의사소통, 감정표현, 체온조절 등을 한다고. 이렇게 중요한 모든 기능의 집합체를 내가 밟았으니 얼마나 미안했는지 표현이 안된다. 작고 연약한 생명체를 조금이라도 아프게 해서는 안되지 않나. 그러나 불행히도 사고라는 건 일어난다. 쥬도가 내가 얼마나 미안해하는지 알아들을 수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나 또 불행히도 그렇지 못한다.
그리고 하루를 죄책감과 걱정으로 불안하게 보냈다.
정말 다행히도 그날 저녁, 다음 날 아침에도 쥬도는 평소와 같았다.
평소와 같은 날을 보낸다는 게 이렇게 소중하고 고마운 일이었네.
혹시 많이 놀라서 나에게 더 이상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그마저도 평소와 같았다.
앞으로 발 밑 고양이 쥬도를 더욱 신경 써야지.
지켜주고 조심해야 하는 존재가 나에게 있다는 것에 큰 책임을 느끼고, 그 덕분에 또 많은 것을 배우고 이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