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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알레르기, 극복?

by 창작몽상가

맞다.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

쥬도를 데려오고 나서 이참에 알레르기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실 알레르기가 치료가 가능한 문제인 줄 몰랐다. 그런데 내가 사는 프랑스에서는 나처럼 알레르기가 심한 사람들이 정말 많고, 면역치료가 가능하며 그렇게 해서 좋아지는 경우들이 은근히 많이 있다고 주변 친구들이 알려줬다.


그래서 쥬도 입양 건도 있지만,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그 시기만 되면 심각한 병에 걸린 사람처럼 힘든 나날을 보내는 게 지치긴 했다. 그래서 이때다 싶어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며, 겸사겸사 알레르기전문의를 찾아갔다.



한 십 년 전에 받았던 그 검사. 팔 전체에 주삿바늘이 들어가 피가 고이는 듯한 그 보기 흉하던 테스트를 확인사살하듯이 다시 받게 된다.

십 년 전엔 내가 가진 증상을 새롭게 발견하는 상황이라서 많이 황당했지만, 이번에는 이미 아는 부분을 치료하려는 각오를 가지고 와서 받는 재검사라서 그때처럼 긴장되지는 않았다. 굉장히 씩씩하게 팔을 야무지게 걷고 주삿바늘이 지나간 자리를 무덤덤하게 바라봤다.


잠시의 대기 시간을 거치고 상담실로 다시 갔는데 역시나 선생님은 고양이 알레르기 수치가 정말 높은데, 고양이 입양이 정말 맞는 건지 살짝 우려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또 새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강아지와 곰팡이 알레르기 추가.


그리하여 또 여러 가지로 그간 겪은 강아지 있는 집에 갔을 때 상황들을 떠올려보니 무언가 백 퍼센트 편하지는 않았던 것 같긴 하다. 그런데 고양이만큼은 아니었을 거라고 하시는 의사 선생님 말씀을 듣고 납득이 갔다. 고양이들을 만났을 때만큼 심하게 안 좋은 적은 없었다. 또한 전에 파리 3구에서 프랑스식 0층,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1층에 산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모든 가구들을 들췄더니 1층이라 너무 습했던 곳이다 보니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그 집에 살 때는 역시나 내 코가 거의 작동하지 않은 마비상태였다는 것을 그때서야 또 이해하게 되었다. 당시에도 마찬가지로 알레르기라는 생각은 전혀 못하고 어리석게도 그냥 내 체력,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습한 곰팡이 집에서 내 건강을 해치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일 년 정도를 살았다. 어차피 선택권은 없었지만.


어쨌든 의사 선생님과 결과지를 보며 본격적인 상담을 시작했다.


내가 고양이 알레르기인 줄 알고서도 고양이 한 마리를입양해서 5개월 정도 이미 같이 살고 있다고 하니, 선생님은 내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고 지내는 건지.


그래서 나는 되물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쥬도와 내가 특별한 사이라고 자부하고, 자랑하고 싶은 부분이 바로 고양이 침 알레르기가 심해서 정상 생활이 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비정상적으로 반응이 심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니 심하게도 아니고 사실상 거의 없다고 해도 될 정도라는 게 정말 신기하고 드라마틱하다는 생각을 한다.


<품>


물론 가끔 너무 오랫동안 안고 있는다거나, 코를 비비고 미간에 뽀뽀를 너무 많이 하는 날에는 콧물과 재채기가 나면서 간지러울 때가 있고, 쥬도를 오랫동안 만지고 눈을 비비면 힘들어질 때도 있긴 하다. 그렇지만 그런 행동들은 내가 못 참고(?) 하는 과잉 행동들이고 사실은 나처럼 그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내가 너무 과하게 스킨십을 하는 경우가 많기에) 충분히 고양이를 돌볼 수 있다. 문제는 내가 이 귀여운 고양이를 가만히 놔두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나름대로 환기도 신경 쓰고, 손도 자주 씻으며, 털도 잘 빗어주고, 생활공간에서 털청소를 자주 해서 그런지 사실 90퍼센트는 불편함 없이 정상 생활을 하는 중이다. 그리고 나도 그게 이상해서 이미 인터넷에서 검색을 많이 해봤었다. 그럴 수도 있는 건지, 이런 케이스가 또 있는지.



내가 찾아본 정보 중 유력한 후보 하나는, 고양이들 중에서는 알레르기 유발 성분을 조금 덜 가진 침을 가진 종들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브리티시숏트헤어인 쥬도는 대표 종에 속하지는 않았다.


두 번째 가능성은, 나이가 많은 고양이들은 그루밍을 덜하기 때문에 침이 털에 덜 묻어서 그럴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쥬도는 관절이나 체중 문제도 없고(그런 문제들이 있으면 자세를 잡기 힘들어서 그루밍이 힘들다고 한다.) 그루밍을 수시로 아주 잘하는 편이다.


세 번째 가능성은

사실 가능성이라기보다 내가 그렇게 믿고 싶은 소망인데, 혹시 서로가 너무 애정하다 보니 그 사랑의 힘이 쥬도의 침 알레르기 성분을 낮춰버렸고, 동시에 내 몸은 그를 받아들이려고 면역 시스템을 강화한 게 아닐까. (라고 믿고 싶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쥬도의 종이 무엇인지 물었고, 이미 찾아봐서 예상한 대로 아마도 알레르기 성분을 덜 가진 고양이가 아닌가 싶다고 조심스레 추측하셨다. 우리가 정밀검사를 해보지 않았고 하지 않을 것이기에, 이렇게 추측만 할 뿐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어차피 알고 싶지가 않다. 왜냐면 나는 그냥 나의 추측이자 소망을 믿기로 했기 때문이다.




서로가 너무 사랑하다 보니 알레르기를 물리쳤으며,

우리는 운명이자 인연이라는 쪽을 믿으려고 결정했다.




최종적으로 알레르기 면역 치료는 하지 않게 되었다.

일단 쥬도와 사는데 불편함이 거의 없고, 매년 봄과 여름에 꽃가루가 힘들긴 하지만 이미 오랜 세월을 나름대로 견디며 잘 살아왔고 무엇보다도 이 면역 치료가 몇 번의 주사가 아닌 약으로 진행되는 것이었는데 문제는 최소 3년에서 5년 정도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약을 통해 점차적으로 면역체계를 바꿔주는 과정이며, 완치라고 정해진 것도 없었다.


특히 이 치료는 필수가 아닌, 필요에 의한 전문의 처방이기 때문에 의료보험이 안되고, 약 처방도 한 번에 많이 해주지 않는 관계로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하는데, 전문의 진료이다 보니 금전적으로 부담이 굉장히 컸다. 단기로 해결되는 일이면 망설이지 않았을 텐데 최소 3년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자신이 없어 단념했다. 또한 경제적인 면을 고려했을 때, 과연 이렇게까지 필요성이 있을까 싶어 결국엔 그만두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이 알레르기 치료를 약 복용이 아닌,

사랑의 힘으로 극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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