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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간의 캣시터

by 창작몽상가

삼일동안 캣시터가 되었지만 사실상 고양이에 대한 배경지식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내가 예상했던 것 과는 달리, 막상 ‘딱히’ 뭔가를 해 줘야 하는 일도 없었다.


내가 어느 날 동물을 입양하게 된다면, (당연히) 강아지 일 것이라는 생각은 했었고, 실제로 진지하게 고민한 적도 있었다. 강아지는 산책도 시켜줘야 하고, 밥도 때를 맞춰 내가 직접 줘야 하고, 목욕 등 여러 가지 관리가 동반하는데, 물론 고양이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강아지들 보다는 덜 했다. 어쨌든 모든 고양이의 일은 집 안에서 이뤄지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를 데려온 일이 무언가 딱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여겨지지는 않았다.


일단 산책을 나가지 않으니 집에 있는 데다가 사료와 물은 그냥 그릇에 조금 부어주면 알아서 먹고 싶을 때 먹고, 다만 사냥 놀이를 조금 해주는 정도인데 첫날은 감히 사냥놀이도 하지 못했다.

사냥놀이가 쥬도에게는 낯선 환경, 사람에 대해 스트레스를 조금 완화시켜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 테지만, 낯선 동물이 우리 집에 걸어 다니는 것 자체가 너무 조심스러운 나머지 오히려 나에게 적지 않은 긴장감을 주었다. 그래서 사냥놀이는 하지 않았다.




캣시터의 첫날은 ‘관찰’ 및 ‘경계’, 나아가 서로가 함께 있게 되었다는 존재에 대한 ‘인식’ 정도로 지나갔다.


둘째 날 아침에 일어났더니 하얗고 동그란 아이가 에메랄드빛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데 순간 ‘내가 뭔가를 해줘야 하나?’ 싶어서 당황스러웠다. 동시에 살아있는 무언가가 우리 집을 제 발로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해서 계속되는 감탄으로 보냈던 것 같다.


그리고 조금 지나 '관찰'에서 더 나아가 만져보기를 ‘시도’ 하기로 했다.

정말인지 나는 아무런 방법도 몰라서 그냥 무작정 손을 뻗은 후, 쥬도가 조금만 움직이면 무서워서 빼버렸다. 만지고 쓰다듬기도 전에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손을 뺐고. 결국엔 오늘은 만지는 시도 자체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단념했다.


그런데 오후가 되자 이 고양이가 괜히 내 앞을 지나가면서 나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다리를 몸으로 스치고, 멈춰 서기도 하고 나를 빤히 쳐다보며 점점 거리를 좁혀 주변에 맴돌았다.

나는 이미 이틀 동안 하루 종일 온 관심과 시선은 쥬도에게 가 있었다.


'우리가 서로에게 조금 익숙해진 걸까?'


생각해 보면 이 순간에 그동안 내가 고양이들을 향해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렸던 것 같다.


먹이를 주는 것도 아닌데 고양이가 사람에게 먼저 다가온다는 상상은 해본 적이 없었고 사료와 물은 한쪽 공간에 잘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 바짝 다가와있는 이 고양이가 조금 재미있었다.

고양이가 내게 먼저 손을 내밀고 관심을 끄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고 고마웠다.


그래서 무서움을 뒤로하고 정말 슬쩍 머리를 쓰다듬어 봤는데, 고개를 쳐들고 눈을 지그시 감는 모습이 너무 귀엽더라. 그렇지만 나는 가까이서 고양이를 이렇게 만져보는 것이 처음이라 잠깐 뒤에 또다시 곧바로 손을 훅 뺐다. 역시나 고양이는 나를 물고 할퀼 수 있는 동물이라는 인식 때문에.


그런데 잠시 스쳐간 털의 부드러운 느낌과 특히나 그의 표정이 정말 포근했다.

나는 속으로 외쳤다.


‘조금 더 가까이..’



계속해서 쓰다듬기를 시도하고 또 손을 금세 빼고를 반복하는 둘째 날을 보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날이 되는데 너무나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제 조금 친해지려고 아니, 고양이에 대한 경계심이 이제 조금 사라지려고 하는데 다시 돌려보내야 하다니..


무엇보다도 쥬도가 와있던 시간 동안 가장 행복했던 건 또 다른 생명체가 나의 공간에서 스스로 독립적으로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인상 깊었고, 포근한 안정감이 마음을 덮었다.

지켜보면 볼수록 그에 대한 호기심도 생기고 정이 드는 것 같고 너무 예뻐서 조금 더 보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소니야가 쥬도를 맡기면서 혹시라도 내가 원하면 더 맡아줘도 된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웃으면서 덧붙였다.

혹시라도 내가 원하면 아주 더 오래오래 동안 데리고 있는 것도 괜찮을것 같다고 했다.


결국 나는 이 신기한 아이를 일주일만 더 데리고 있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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