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야의 할머니는 병세가 나아지지 않아 결국 요양원에 입소하셨다.
동물을 사랑하고, 그에 대해 경험이 많은 손녀딸 소니야는 할머니가 키우던 고양이를 데려왔다. 다만 소니야의 집에는 이미 강아지 한 마리와 페럿이라는 족제비과 동물 두 마리가 함께 하고 있었다.
나는 페럿이라는 동물을 처음 봤다. 족제비과에서는 유일하게 가축화가 된 동물이라고 한다.
두 마리의 페럿은 팔뚝 크기밖에 되지 않지만, 그들이 지내는 소니야의 작은방에 들어가면 놀랍게도 옷장크기의 거대한 철조망 케이지가 있고, 그 안에 있는 쿠션 속에 몸이 쏙 말려 들어가 있는데 원체 몸통이 너무 작기도 한 데다 숨고 파묻혀 있는 것을 좋아해서 이불속에 꽁꽁 숨겨져 있기도 했다. 철조망 앞에는 그들이 가끔 돌아다니는 쉬는 공간이 가림막으로 쳐져있고 방 전체는 페럿들의 주거지이자 놀이터가 되어있었다.
한 번은 소니야가 먹이를 줘야 한다고 냉동고를 열자 그 안에 죽은 병이리들이 산채로 냉동되어 차곡차곡 있는 것을 보면서 그들의 작고 사랑스러운 외모와 상반되는 식성에 신기하고 놀랐었다.
그들은 소니야의 집안에서 이미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쥬도를 돌봐주게 되었을 때는 이미 그 동물들의 합사 이후 한참이 지난 후였기 때문에 사실 소니야가 그 세 종류의 다른 동물들의 사이에서, 어떤 방식으로 질서를 찾아 평화에 이르렀는지는 모르겠으나 결론적으로 어느 한쪽이 잡아먹히진 않은 것을 보니 무사히는 지나간 모양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쥬도는 턱 밑에 구멍이 패인 듯한 두 개의 빨간 자국이 있다. 우리 집에 온 지 며칠 후에 알아차리게 되었는데
원인은 그 페럿들.
당시에 이미 물린 뒤로 몇 주가 지난 후였지만 이빨 자국으로 피가 고여 상처가 아물지 못하는 상태였다.
나는 소니야에게 페럿들이 너무 과격한 것 아니냐며, 그들에게 물려 저렇게 피가 고여서 나아지지 않는 상태가 너무 불쌍하고 걱정이라며 약을 바르거나 뭔가를 하지 않느냐고 하니 소니야는 동물 병원 진료도 다녀왔지만 점점 괜찮아질 것이라며 심각하지는 않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알게 된 그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은 가만히 잘 놀고 있는 페럿들을 쥬도가 계속 따라다니면서 공격하는 바람에 결국엔 퍼렛 중 한 마리가 참지 못해 물어버려 핏빛 엔딩이 되었다.
나는 평소에 있는 듯 없는 듯 얌전하고 순하기만 한 쥬도가 당연히 페럿들로부터 피해를 봤다고 확신했으나 그 현실은 쥬도가 그들에게 가서 시비를 걸어서 생긴 상처임에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그런 이유들로 사실상 소니야와 쟝 커플은 그들의 합사가 꽤나 골치가 아픈 일이 되어버렸으며 마침 쟝은 고양이 알레르기가 심해지고 자주 안아주길 바라는 애교 많은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힘들어했다. 그리고 누군가 믿을 만한 사람이 쥬도를 데려가 돌봐주길 바라고 있었다.
그렇게 캣시터 3일로 시작된 인연은 일주일이 더 연장되었고 일주일이 지난 후에도 양쪽 집안(?)의 바람으로, 그리고 더 이상은 시간제한을 두지 않고 돌보고 싶을 만큼 데리고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말과 또 내 쪽에서는 언제까지 데리고 있을 것이라는 정확한 날짜를 주지 않아 아주 자연스러운 서로의 은근한 동의하에 비공식입양이 이루어졌다.
나와 10살 고양이 쥬도의 합사는 우려를 뒤로하고 비교적 순탄하였으며, 나아가 우리는 새로운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쥬도와 함께하면서 어쩌면 나는 누군가를 이토록 애틋한 마음을 쏟은 적이 있는가를 생각해보았고 순수하게 무조건적으로는 그 누구도 애정해 본 적이 없었던 쓸쓸한 사람으로서 살아왔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