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필수연구소 Jul 15. 2024

공연# 홍대 락클럽 AOR : 메탈유산 답사기

죽지 않고 버티는 예술가들에게 경배를

작년 겨울 클럽의 라이브 공연을 꼭 봐야겠다는 묘한 다짐이 생겨, 시간이 맞는 라이브 공연을 무작정 찾아갔다. 클럽 AOR. 펑크나 쓰래쉬 메탈도 아니고, 메탈코어 밴드들의 합동 공연이었다. 예전엔 몰랐는데 으르렁 거리며 목을 긁어내는 소리가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정말 오래된 이야기지만 90년대 후반 장발의 머리로 홍대 앞을 전전하던 시절이 있었다. 30년 전이라니 이제는 거의 역사 속 이야기 같은 수준의 시간이다. 홍대 놀이터에서 밤새 술을 마시고, 라이브 클럽 당구대에서 잠을 자고, 다른 사람들이 출근하는 2호선을 타고 집으로 가다가 잠이 들어 빙글빙글 몇 바퀴인지 모르고 돌던 시기이다.


그 뒤로 21세기에 종종 유명한 밴드나 록페스티벌을 가긴 했지만, 홍대 라이브 클럽을 가보진 못 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메탈을 동경하는 지인과 함께 그냥 한번 가보기로 했다. '우리 같은 아저씨들이 가도 될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새로운 경험치를 얻으려면 그런 것들을 이겨내야 하다.


아, 이런 좁고 더운 느낌의 쾌쾌한 공기.

기억을 찾아온다.

구석에 가방과 두꺼운 옷을 던져둔다. 다들 놀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당연히 모두 처음 보는 밴드들이다.

몇몇 사이트에서 미리 예습을 좀 했지만, 정보 자체를 찾기도 쉽지 않다. 인스타계정을 찾아서 follow를 누르면 바로 맞팔이 들어온다. 신생 아이돌에 입덕하여 키워주고 싶은 마음이 이런 기분이려나.


그리고 시작되는 공연.

아.... 잘한다.

어설픈 스쿨밴드들이 아니구나. 연륜이 많은 연주자들이구나.

합을 오래 맞춘 친구들이구나.

잘한다.

 


공연 자체가 귀하다 보니 한 밴드당 30분도 넘는 시간을 공연을 한다. 팀이 4~5팀이면 몇 시간이 훌쩍 간다. 터지는 스피커와 헤드뱅잉을 넘어서 모싱을 시전하는 젊은이들에 저 구석으로 숨었지만, 체력이 달린다.


천연기념물 같은 관중이다


한 밴드의 보컬이 멘트를 치는데


"한우물을 파면 물이 나올 줄 알았는데, 10년을 파도 아직 물이 안 나오네요. 그래도 10년 전에도 여기 밴드분들과 같이 공연했는데, 여전히 같이 공연할 수 있어서 좋네요"


그렇게 거의 30년 만에 홍대라이브 클럽에서, 오랜 문화유산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무형문화재 같은 분들을 만나고, 조금이라도 자주 보러 가고 주변에도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TIP#1 공연정보

공연정보는 인스타그램에 각 공연장 계정을 따라가면 찾을 수 있어요.

하나를 찾아내면 줄줄이 비엔나처럼 줄줄이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TIP#2 티켓

티켓은 3~4만 원 정도 합니다. 미리 계좌로 입금하면 예매가 되는 시스템이 많아요. '이거 사기 아니야?' 그럴 수 있는데, 시스템이 없는 것이니 떼먹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보통 입구에서 티켓팅하면 5천 원 정도 더 비싸니 시간 날 때 그냥 가셔도 됩니다. 매진되는 경우는 거의 못 본 듯한데, 가끔 기타리스트들만 모아서 하는 이벤트나, 팬이 좀 형성된 밴드가 몇 개 합쳐 나오는 경우는 매진도 됩니다.


TIP#3 노래를 찾아봅시다

비슷해 보여도 장르가 조금씩 달라서 취향을 탈 수 있으니, 몇 개 들어보시고 '오 이런 것을 라이브로 한번 들어봐야겠다' 하고 가시면 됩니다.


TIP#4 눈치 보지 않고 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감상하러 가는 것은 아니니, 그냥 방방 뛰면 됩니다. 아무도 신경 안 씁니다. 눈치 볼 필요 없이 부르르르 피부를 때리는 스피커 소리를 맞으며 머리를 흔들던 점프를 하던 하시면 됩니다. (단, 한 번도 헤드벵잉을 해보지 않은 분이라면 부디 목은 안 다치게 조심을.. 고생할 수도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