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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젠틀우먼 23화

23 데이트 강간 약물

“범인이 다시 나타난 것 같아.”

by 김은주

우리 각자 안에서 무언가 죽어 있다. 죽은 것은 바로 희망이다.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희주와 무원은 서둘러 국과수 건물 앞 주차장에 차를 댔다. 혹시 눈에 익은 차가 있는지 주변을 한 번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경은에게는 딱 10분만 빼 달라고 미리 말해 두었다.

시신을 부검하는 장소인 검시실을 좋아한 적은 없다. 포름알데히드 냄새가 어딜 가든 공기 중에 떠돌았다. 죽음을 지우기 위해 사용하는 냄새가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을 더욱 강력하게 연상시켰다. 늘 최대한 빨리 도망치고 싶은 곳이었다. 반면 무원은 별로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는 복도에서 걸음을 멈추고 시간을 확인했다.

“우리 정말 괜찮은 거예요?”

“뭐가?”

“여길 이렇게 돌아다니는 거요. 우릴 아는 검시관이 팀장한테 전화라도 하면요?”

“농담해? 이 안에 그렇게 한가한 사람 없어.”

희주는 무원을 무시하고 검시실의 스테인리스 스틸 문을 열고 들어갔다.

경은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채 해부대 앞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현격하게 낮아진 기온이 느껴졌다. 팔에 소름이 돋았다.

“벌써 1분 지났어.”

경은은 턱으로 벽에 걸린 전자시계를 가리켰다.

“9분이면 충분해.”

희주는 대꾸하며 해부대로 다가갔다. 지나치게 밝은 검시실 조명이 남성의 시신을 비추고 있었다. 남자의 얼굴부터 발목까지 흰 천이 덮여 있었다. 경은은 조정배의 얼굴을 가린 흰 천을 가슴까지 내렸다.

“두피를 절개하고 뇌부터 확인했어. 브레인 임플란트 칩 여덟 개가 발견됐어. 뇌는 총알 때문에 으깨진 상태라 그 칩들이 어디 붙어 있었는지는 확인 불가야.”

희주는 가까이 다가가 시신의 머리를 살펴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뭐 더 알아낸 건?”

“약물이 하나 검출됐어.”

“약물?”

“케타민이 나왔어.”

“케타민?”

희주는 바보처럼 경은의 말을 반복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단어였다.

“케타민이 뭔지는 내가 더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돌겠군.”

“왜?”

“파티에 미친 20대도 아니고 중증 우울증에 걸린 남자가 그걸 왜?”

“케타민이 우울증이나 양극성장애, 자살 징후가 있는 환자한테 종종 쓰이는 거 알잖아. 물론 효과는 미비하지만.”

무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일 대학교에서 케타민이 우울증에 의해 손상된 뇌세포의 연결을 복원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를 발표한 적도 있어요.”

경은은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요트에 갔을 때 이미 사망한 상태였어. 본인이 직접 케타민을 먹고 권총 자살을 한 게 아니라, 혹시 누군가 몰래 약을 먹이고 쏜 거라면?”

희주는 물었다. 케타민은 중추신경계에 진정 작용을 해 몽롱하거나 잠이 오게 만든다. 이 진정 작용 때문에 데이트 강간 약물의 일종으로 분류가 되어 있다.

“가능해. 무미 무취라 술에 섞으면 구분할 수 없었을 테니까. 주사로 주입하면 45분 정도고 코로 흡입하면 1시간 정도 효과가 지속돼. 직접 복용했을 경우도 1시간 정도야.”

희주가 방문하기까지 고작 1시간 사이에 일이 벌어졌다.

“드론은?”

무원은 희주의 말뜻을 알아채고 짧게 고개를 저었다.

“아직요. 요트에 들어가거나 나온 사람이 확인하면 바로 전화 달라고 했어요.”

“얼마나 급한 일인지 제대로 설명한 거야?”

경은이 손가락으로 전자시계를 가리켰다.

“일 얘기하는데 끼어들어서 미안한데, 둘 다 이제 나가 줘야겠어. 성질 나쁜 형사님들의 멱살잡이 직관은 사양이야.”

“성질 나쁜 형사에서 난 빼 줘.”

희주는 대꾸하며 무원이 드론 주인에게 전화 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지금 상황에 적절한 질문은 아니지만, 요즘 애인하고는 어때?”

경은이 슬쩍 희주에게 물었다.

“우리 일에 적절한 때가 있긴 해? 안 좋아. 알고 물어본 거 아냐?”

“물론 너 때문이겠지?”

“알면서 왜 물어.”

“잘 좀 해.”

“난 틀렸어. 너라도 남편이랑 행복하게 살아.”

“난 행복해. 하루가 끝나고 침대에 누울 때 남편의 두툼한 엉덩이가 몸에 닿을 때 얼마나 편안한지 몰라. 오늘 하루가 정말 끝났다는 걸 남편 체온으로 확인해.”

“무슨 느낌인지 난 잘 모르겠네.”

“애인을 잘 써먹어 봐. 인간을 버티게 하는 건 결국 그런 거니까. 나랑 비슷한 온도의 체온 같은 거.”

무원이 전화 통화를 마치고 희주에게 말했다.

“선배 예상이 맞았어요. 조정배가 요트에 도착하기 15분 전쯤 전에 먼저 요트 갑판 위에 올라간 사람이 있었어요.”

“누군지 알 것 같네.”

무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희주는 오치상의 얼굴을 떠올렸다. 케타민과 총. 어디까지가 그의 생각일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두 가지 다 오치상이 손에 넣기에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전직 판사와 전직 검사 출신 변호사를 단번에 원하는 장소로 불러낼 수도 있었을까. 이 판에서 가장 강력한 카드인 강희건을 쥐고 흔든 것도 팀장이 아닐까. 희주는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최준석의 병실에 설치한 감시 카메라 영상을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희주는 차 보닛에 걸터앉아 굳게 닫힌 별장 철제문을 바라보았다.

“좋은 작전일까요?”

“선택지가 별로 없잖아.”

무원은 운전석 문을 열고 다리를 밖으로 빼 놓은 채 앉아 있었다. 그는 손을 들어 뜨거운 정오의 햇빛을 가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달라진 건 없었다. 외지인이 거의 찾지 않는 쇠락한 동네. 빈 공장 터와 무엇을 키우는지 알 수 없는 비닐하우스가 늘어선 곳. 그곳에 세워진 왕국과도 같은 별장. 마을 주민들에게는 귀신이 나온다는 저수지를 품고 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도 밖에서 절대 알 수 없는 철옹성 같은 곳.

희주는 철제문 우측에 붙은 낡은 인터폰을 들었다. 그와 동시에 별장 안에서 빛바랜 검은 야구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나와 철제문 밖으로 나왔다.

“안녕하세요?”

희주는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부드러운 말투로 인사를 건넸다. 어쨌거나 별장과 관계된 사람을 만난 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이 기회를 놓치긴 싫었다. 남자는 희주를 조용히 한 번 훑어보았다.

“강남서 강력팀 소속 정희주 경위입니다. 이곳 관리인이신가요?”

남자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언뜻 봐도 180센티미터는 넘을 법한 큰 키에 다부진 체격의 중년 남자는 먼지가 묻은 긴 장화와 작업용 바지, 땀에 전 등산용 검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손에는 잡초를 정리하다가 왔는지 낫을 들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긴 개인 사유지입니다. 경찰이든 뭐든 남의 집 앞에서 얼쩡거리면 곤란합니다.”

희주는 처음으로 열린 별장 문 너머 안쪽에 뭐가 있는지 재빠르게 스캔했다. 안으로 향하는 잘 닦인 아스팔트 도로와 양옆에 잘 손질된 정원수, 그리고 멀리 나무 사이로 보이는 오두막 같은 단독 건물 한 채. 아마도 눈앞에 서 있는 남자의 공간일 터.

“혹시 별장 주인이 안에 계신가요?”

“못 알아들었군요.”

남자는 별장 안에 시선을 고정한 희주 앞을 막아섰다. 육체적으로 월등한 상대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에 희주는 한발 물러섰다.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게 제 일이라.”

“당신들을 쫓아내는 건 내 일이고.”

희주는 남자가 혹시 전직 경찰 출신인지 궁금했다. 어딘지 모르게 경찰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사내였다. 정‧재계 쪽 인사들이 경찰 출신을 자택 경비원이나 개인 보디 가드로 고용하는 경우는 별로 드물지 않았다. 단순히 별장의 잡다한 일을 처리하는 관리인이라고 하기에 남자는 좀 별다른 구석이 있었다.

“따로 전달받은 사항이 없는 이상 경찰이라고 해도 확인해 드릴 수 없습니다. 계속 여기서 버틴다면 당신들을 치울 경찰을 따로 부르겠습니다.”

남자는 차분했다. 지금은 물러나야 할 때였다.

“금방 가겠습니다.”

“당장 차를 빼는 게 좋을 겁니다.”

“물론입니다.”

희주는 남자를 두고 돌아섰다. 무원은 희주가 아닌 남자를 응시했다. 정확히는 낫을 든 남자의 손을 응시했다. 희주는 차로 돌아와 보조석에 앉았다.

남자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아마도 차가 사라질 때까지 계속 지켜볼 생각인 것 같았다.

“믿음직한 관리인이네. 주인의 비밀을 많이 알 텐데.”

“하지만 절대 아무한테나 입을 열진 않겠죠.”

남자의 예상과 달리, 희주와 무원은 마을 회관 정도까지만 후퇴했다. 이쪽에서는 별장에서 나오는 차량 정도는 확인할 수 있지만 별장 철제문에 달린 감시 카메라에는 찍히질 않을 각도였다. 그리고 마을 진입로에서 차가 들어온다면 정체를 들키지 않고 관찰이 가능했다.

“확실해. 강희건은 지금 저 안에 있어.”

“팀장 차라도 저 안으로 들어가길 바라는 거예요?”

“그럼 완벽하지. 만약에 팀장 차가 저 진입로에 나타나서 별장 안으로 들어가면 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 안으로 들어갈 거야.”

무원은 대답 없이 어깨를 으쓱했다. 희주는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었다.

“저길 봐.”

빨간색 경차 한 대가 천천히 진입로를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무원은 운전석을 주의 깊게 봤다.

“여자예요. 나이는 30대 후반, 40대 초반?”

차는 진입로를 따라 별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철제문이 열리자 안으로 들어갔다.

“택배도 여배우도 아냐.”

“가사도우미일까요?”

“모르지. 정수기, 비데 코디네이터, 뭐든 가능하지.”

“다시 나올 때까지 기다릴 거죠?”

“물론.”

빨간 경차는 4시간 뒤 별장 철제문 밖으로 나왔다. 그 사이 희주는 드론 주인과 통화를 했고 그가 휴대폰으로 보내 준 캡처 사진을 보고 조정배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본 인간이 오치상임을 확인했다. 남자는 경찰서 출석 같은 건 절대 못 한다고 못 박았다. 아마 드론으로 찍은 이런저런 뒤가 구린 영상을 꽤 모아 둔 모양이었다. 바다 한가운데에 요트를 세워 놓고 갑판 위에서 사랑을 나누는 커플을 몰래 찍다 걸린 드론 주인도 제법 많다는 풍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따라갈게요.”

무원은 경차가 지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시동을 걸었다.

희주는 비상약으로 챙긴 공황장애 약을 물도 없이 한 알 삼켰다. 일종의 예방주사였다. 미행을 하면서 운전석, 보조석, 뒷좌석 창문을 전부 내리고 도심으로 들어갈 순 없으니까.

여자의 차가 멈춘 곳은 어린이집 앞이었다. 여자는 주차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 잠시 후 남자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여자는 아이를 뒷좌석에 설치한 아동 카시트에 앉히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대형 마트로 향했다. 마트 주차장에 차를 세운 여자는 아이와 함께 마트 2층에 위치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가게로 들어갔다. 희주는 무원에게 마실 걸 사서 적당한 곳에 앉아서 지켜보라고 지시한 다음 여자와 아이가 나란히 앉은 테이블로 다가갔다. 아이는 감자튀김을 케첩에 찍으며 놀고 있었다.

“실례합니다. 강남서 강력팀 정희주 경위입니다.”

이럴 때는 신분을 최대한 빨리 밝히는 게 낫다. 안 그러면 잡상인 취급을 당한다. 희주는 여자 앞에 앉으며 자신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는 아이에게 살짝 미소를 지었다. 여자는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희주는 신분증을 꺼내 여자에게 내밀었다.

“놀라셨을 텐데 죄송합니다. 잠시 협조를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자세하게 말할 순 없다. 적당히 애매하게 말하면 된다. 애매하게 말한다고 거짓말이 되는 건 아니니까. 희주는 입을 열었다.

“강 대표 별장에서 일하던 가사도우미분이 오래전 사고로 돌아가셨는데 그 일 관련해서 현재 조사 중입니다.”

여자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럼 제 개인정보를 해바라기 센터에서 알려 준 건가요? 저한테 동의도 안 구하고요? 그래도 되는 건가요? 아무리 형사님이라지만.”

사실은 미행을 했지만 그걸 알릴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여자 입에서 해바라기 센터라는 말이 나오자 자동으로 주용훈과 최준석이 떠올랐다.

“정말 죄송합니다. 사건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사건이요?”

“네. 별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셨는데 혹시라도 그 일에 대해 들으신 적이 있거나, 별장 내에서 석연찮은 일이나 이야기를 들은 경험이 있으신지 편하게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자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고용주와 형사 둘 중 어느 쪽을 따르는 것이 이득일지 계산하는 눈치였다.

“별장 주인을 직접 만난 적이 있으신가요?”

“아뇨. 일 시작한 지 겨우 삼 일째에요. 유명인이라는 말은 들었는데 실제로 본 적은 없어요.”

“그럼 별장에서 주로 하시는 일이.”

“집안일이죠. 청소하고 빨래하고.”

“어떤 경로로 그 일을 시작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소개받았어요.”

여자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올 초에 이혼하고 돈 나올 구멍이 없었거든요. 갚을 대출금도 있는데 애 아빠가 양육비를 입금 안 해 줘서요.”

여자는 말을 뱉어 놓고 옆에 앉은 아들을 힐끔 보았다.

“해바라기 센터에 있을 때 거기 변호사님 소개로 이 일을 하게 됐어요. 가정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을 돕는 경찰들이 있어서 일자리를 주선해 준다 들었어요. 이혼하고 아들 성도 제 것으로 바꾸고 이름도 바꿨어요. 주민번호도 바꾸고요. 혹시라도 그 인간이 애비랍시고 아들 찾아오는 일을 막고 싶었죠. TV에 보니까 성인이 된 자식 앞에 나타나서 돈 달라고 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일도 벌어지더라고요.”

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번거로운 과정일 테지만, 여자는 그 방법이 아이를 지킬 최후의 보루라고 믿을 것이었다.

“별장 일을 소개해 준 형사가 누군지 여쭤봐도 될까요?”

“기억이 안 나네요. 그냥 전화 통화만 몇 번 해서. 연락처도 따로 저장 안 했어요.”

“별장에서 일하시면서 이상한 일은 없었나요? 수상한 사람들이 들락거린다거나.”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집은 조용했어요. 집주인이 없으니 당연한 거지만.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고 전 그냥 제 할 일만 정해진 시간 동안 했어요. 문단속도 할 필요 없었죠. 일 마칠 시간이면 관리인이 와서 확인을 했으니까요. 이제 가도 될까요? 애 씻기고 재울 시간이 다 돼서요.”

여자는 희주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들의 손을 잡아끌었다.

“갑작스러우셨을 텐데 협조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근데 무슨 일이죠?”

“네?”

“예전 그 가사도우미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익사 사고였습니다. 별장 안 저수지에서 일어난.”

희주는 최대한 말을 아끼며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여자는 더 묻지 않았다. 아마 여자도 저수지를 봤을 것이다.

“혹시 더 생각나는 게 있으면 연락 주시겠습니까?”

여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휴대폰을 내밀었다. 희주는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돌려주었다.

여자가 아이를 데리고 사라지자 여자의 뒤에 앉아 있던 무원이 일어나 희주 맞은편에 앉았다.

“진짜일까요?”

“뭐가?”

“소개해 준 형사 기억 안 난다는 거요.”

“거짓말할 이유가 있을까?”

“모르겠어요. 근데 저 같으면 가정폭력 때문에 이혼을 하고 센터 입소까지 했을 정도면, 형사 연락처 하나 정도는 저장해 둘 것 같아요. 혹시 모르잖아요. 전남편이 찾아와 난동을 부릴 수도 있고 게다가 일자리 주선까지 해 준 형사라면, 연락처를 꼭 가지고 있고 싶을 것 같은데.”

“다 너 같고 우리 같지 않잖아. 아이 키우느라 정신없어서 깜박했을 수도 있으니까.”

희주는 진동이 울리는 휴대폰을 꺼냈다. 전화를 건 사람은 너스 스테이션의 간호사였다. 희주는 간단히 통화를 마치고 끊었다.

“병원에 당장 가야겠어.”

“네?”

“범인이 다시 나타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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