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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멍 Oct 17. 2021

07_73일 만에 에어비앤비 슈퍼호스트 된 ssul

죄송합니다. 사실 풀만한 썰 같은 건 없습니다..

이름 붙이는 건 쉬워도 이름 값하는 건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브랜드를 만드는 것 vs 브랜드를 유지하는 것


사실 슈퍼 호스트가 될 수 있었던 까닭은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이곳을 다녀가 주신 많은 게스트분들과 실질적인 게스트 대면 응대와 청소 및 관리를 성심성의껏 해주신 부모님의 공이 크다. 내가 한 거라곤 랜선으로 게스트분들의 질문에 답하고 종종 집에 내려갔을 때 청소를 도와드린 것 밖엔 없으니까.


내가  권장사양이란 이름을 만들어 붙이긴 했지만 이름값을 할 수 있도록 돌봐주신 것도, 제가 형형색색 소품이며 가구를 주문하고 사들였지만 결국 그것들을 매일 쓸고 닦아주시는 것도 부모님이기 때문에 어쩌면 이건 두 분이 이뤄내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 혼자 했으면 어찌어찌할 수는 있었을 텐데 부모님이 같이 노력해 주시는 덕분에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프로필 사진을 제 얼굴로 바꾸고 나니 별안간 예약률이 급등했습니다.’라는 말로 지난 두 달 반 동안 권장사양을 운영한 소감을 밝히면 저로서도 참 좋았겠으나 그건 아니고요. 그보다 더 기쁜 소식은 권장사양이 개업 73일 만에 슈퍼 호스트가 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사실 프로필 앞에 코딱지만 하게 표기된다는 점을 제외하고 별다른 이점은 없는데 어쩐지 약간 기분이 흐뭇해집니다. 더불어서 2호 점도 슬슬 준비를 시작하려고 합니다.라고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좋아요를 눌러줘서 놀랐다는 후문.



10월 여행 수요가 이렇게 많았던가?

10월 14일 기준 예약률 58%


어쨌든 운영에 대한 이유를 덧붙여 자면, 10월 예약률은 솔직히 조금 놀라운 수치다. 7월에 권장사양을 시작한 이후로 가장 매출이 높았던 8월 다음으로 10월 매출이 높다. 심지어 추석 연휴가 있고 아직 여름철 더위가 가시지 않았던 9월보다도 매출이 높다. 게다가 아직 10월 14일인데? 왜지?! 

물론 가을 하늘은 매력적이긴 하다.


가설 1) 10월에 사람들이 유독 여행을 많이 한다? 

근데 사실 이 부분은 개인적인 차원으로는 증명이 어렵다. 단양에 유입한 관광객의 객관적인 수치를 파악하기도 어렵거니와 그 수치가 모두 권장사양으로 그대로 유입된다는 증거도 없잖아.


가설 2) 10월에 유독 가족 단위의 여행이 많다?

1박당 객단가를 기준으로 따지면 단연 1~2인 팀보다는 3~4인 팀이 40% 정도 객단가가 높다. 그래서 같은 기간 동안 숙박이 차있어도 1~2인보다는 3~4인의 비중이 높을수록 매출이 더 높게 기록된다. 아니나 다를까 10월의 경우 통계를 내봤는데, 1~2인 팀 비율이 23%이고 3~4인 비율이 77%에 달한다. 앞선 3개월간의 평균 1박당 객단가를 기준으로 10월과 비교해 보면 똑같이 예약률이라고 치더라도 3~4인 비율이 높은 10월이 약 8% 더 우수한 매출을 기록했다. 10월 동안 우리 숙소를 방문해 주신 3~4인 게스트분들이 과연 가족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영향이 컸던 것은 맞다.



둘보단 친구 또는 가족과 함께 오기 좋은 숙소로 포지셔닝?

매출을 생각한다면 그게 맞겠지만


권장사양 운영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공간을 다녀가신 게스트분들의 인원별 투숙 비율에 대한 통계를 분석해 봤다. 1~2인이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나머지 3인과 4인의 비율을 합하면 절반을 차지한다. 근데 현재 권장사양의 매출 데이터를 기준으로 분석해 보면 1~2인 인원의 1박당 객단가는 평균 20만 원, 4인 인원의 1박당 객단가는 평균 28만 원을 기록하고 있다. 4인 인원의 객단가가 1~2인에 비해 평균 140% 정도 높은 점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치로만 놓고 본다면 매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3~4인에 대한 숙박 비율을 점진적으로 높여나가는 방향성이 전략적으로는 맞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 무드 자체를 개인 또는 커플 여행에 맞추기보다는 여러 명의 친구 또는 가족 단위의 타깃으로 수정하고, 기본 2인 숙박료를 인상하여 허들을 높이고 반대로 게스트 1인 추가 당 비용은 낮춰서 둘보다는 셋 또는 넷이 올 때 가격적으로 더욱 이점을 느낄 수 있는 가격대를 세팅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단기적인 측면에서의 관점이지 권장사양의 아이덴티티와 브랜딩의 방향성 측면에서 고려하면 좋은 방식은 아닌 것 같다.



아마도 모든 브랜드가 그렇겠지만 

'누구나 필요할 때 마음 편히 찾아갈 수 있는 자연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면


사실 권장사양을 준비하면서 했던 모든 의사결정의 80%는 나를 기준으로 설정했다. 아마 모든 브랜드의 시작이 그렇지 않을까? (물론 어떤 특정 사회적 불편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거대담론을 쥐고 나오는 브랜드도 있겠지만)  내가 혼자 쉬고 싶을 때 읽고 싶은 책들을 채워 넣었고 내가 혼자 쉬고 싶을 때 보고 싶은 풍경 앞에 의자를 두었다. 나는 지금까지도 '권장사양은 혼자 왔을 때야말로 비로소 공간을 100%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나름 아끼는 것들을 권장사양에 많이 가져다 두었다.
이번에 침실에 새로 설치한 타피스트리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는 객단가가 높은 3~4인 게스트분들만 두 팔 벌려 환영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권장사양의 dna 자체를 셀프로 부정해버리는 일이 아닐까 싶다. 웰컴 카드에 적힌 '누구나 필요할 때 마음 편히 찾아갈 수 있는 자연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배경이 되어'라는 문장은 절대로 거짓말이 아니다.



그래서 이런 방법을 생각 중입니다만

어머니, 2호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던 제 말을 기억하시나요?


목적은 목적이고 수단은 수단이지. 목적은 1~2인에게도, 3~4인에게도 모두 자연에서의 사적 경험을 주는 것인데 건물 하나로는 양쪽 모두에게 동일한 경험을 주는 데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니까. 건물을 분리하는 방법을 생각 중이다. 권장사양 2호점을 만들고 거긴 최대 인원 2인으로만 운영하고, 현재 운영 중인 1호점은 인원별로 차등 가격을 설정하는 것이 아니고 게스트 수와 무관하게 1박 가격을 고정시키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8월쯤인가 어머니께 2호점을 하게 되면 무조건 2인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갑자기 '이다음은 70평이야~!'라고 말씀하셔서 한참을 같이 웃었다. (개업 초반 오픈 스코어에 기분이 좋으셔서 호기롭게 던지신 조크 셨음). 아무튼 3개월가량같이 운영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지금은 어머니도 2호점은 1~2인을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부분에 동의하신다. 2호점을 짓는 방식에 대해서는 또 약간 의견 충돌이 있긴 하지만.. 이 부분은 다음 단계로의 레벨 업을 위한 새로운 퀘스트쯤으로 생각해야지! 



그리고 게스트분이 보내주신 권장사양의 풍경. 아마도 2021년의 마지막 여름 사진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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