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Day: 10일차
2. 가장 먹고 싶었던 술 : 소맥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소맥이 너무 마시고 싶다. 친한 형 K가 우리 집 근처 '서로해물'이라는 식당을 혹시 아냐면서 사진을 보내왔다. 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몰랐던 곳. 썸네일에 어렴풋이 보이는 여러 가지 해산물의 자태가 구미를 당긴다. 아직 안주가 채 나오기도 전 급하게 말아 마시는 시원한 소맥 한 잔이 너무 간절하다. 투명한 맥주잔 바닥에 뭉툭하게 닿았다가 걷히는 스테인레스 숟가락에 묻은 잔거품하며, 목구멍을 연달아 치는 청량한 맥주 탄산 뒤 혀끝에 맺히는 씁쓸한 소주의 잔향이 사무치게 그립다.
3. 가장 먹고 싶었던 안주: 문어 숙회
정확히 회가 먹고 싶다기보다는 그 주변의 이런저런 해산물들이 먹고 싶다. 초장에 듬뿍 찍어서.
4. 오늘 함께 마시고 싶었던 사람
동생 K
5. 오늘의 난이도: 6잔
사실 술을 참아내는 것보다 오늘이 아직 10일차라는 절망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근데 뭐 이러다 2주 되고 이러다 한 달 되는 거겠지 뭐. 날짜를 세는 종류의 도전은 대부분 이런 식이겠지. 금방 일 거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6. 10일차 총평
과자를 끊도록 노력하자. 오늘은 집 가서 7km 페이스로 아주 천천히 달려야지. 이제 퇴근할 때가 되면 쌀쌀하다. 정말 여름의 끝이 오나 보다. 스물일곱의 여름. 아마도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후회를 남긴 계절로 기억되지 않을까.
7. 11월 1일에 마실 술: 사당 대신수산
밝디 밝은 형광등 아래에서도 편하게 술 마실 수 있는 사람과 얼굴을 마주보고 마시다가 취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