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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대학원 왜 이렇게 준비할 게 많아

준비는 되지 않았다!

by 공존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것이 2017년의 9월 10일. 나는, 그제서야 대학원 입학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원래 10월쯤에 모집하는 교육청 연계 대학원 과정에 응모하려고 계획을 하고 있던 상황에서 교수님의 연락으로 서울대 입학의 길이 열린 것이라 나는 아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노트북도 없고 해외 유심칩 대여도 데이터 제한을 걸어둔 상황이라 신혼여행 중에 대학원 입학을 알아보는 따위의 일을 할 수는 없는 것이 당연했으니, 일요일 오전에 집에 와서 짐을 푸는둥 마는둥 하고는 우선 자리에 앉았다. 컴퓨터를 켜고 홈페이지에서 입시요강을 확인했다.


"필기...면접...어우...토플 봐야겠네."

"영어교사가 뭐가 걱정이야. 커트라인이 몇점인데?"

"토익은 그냥 봐도 900점은 넘길 테지만...토플은 한번도 안봤지. 야 토플 어렵다?"

"오빠 친구들한테 연락해봐."

"응...제 2외국어 시험도 봐야한다는데. 에고고..."


우선 친구 M에게 전화를 걸었다. M은 영어교육학 전공으로 그 해애 서울대 대학원 과정을 시작한 참이었다. 대학 입학해서 처음 사귄 친구인데 프로레슬링, 음악, 루저 감성 등 나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어서 대학 생활 내내 많이 서로 많이 돕고 의지도 하고 있었다. M과는 대학 생활 첫 크리스마스를 과방에서 만나 남자 둘이서 탕수육에 코로나 맥주를 깐 우울한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나는 졸업 후 기간제를 거쳐 사립학교에 임용되었고 M은 1년 재수 끝에 서울 지역 임용고사에 합격했다.


"야 잘 다녀왔냐?"

"어어 그래 고맙다. 야 나 대학원 서울대로 시험칠 것 같은데."

"낄낄낄낄 드디어 니도 X뺑이 시작이냐 웰컴이다 마. N도 좋아하겠네. 근데 전공은? 영어교육으로?"

"아니...영어교육 말고 교육사회학."

"뭐? 아니 교육학은 갑자기 왜?"

"아니 그...(상황 설명)"

"크헐...야 잘 됐네 근데 얼른 공문 찾아봐라. 서울대는 야간 대학원이 없어서 다닐려면은 파견을 해야하거든."

"어?"


응? 파견?


"뭔 소리여 야간이...없어!?"

"파하하하 야간 없다 임마. 넌 X된 거야~."


뭐? 없다고?


...그러니까 그때는 9월 10일이고, 서울대의 대학원 입학 시험은 대략 6주 가량 남아있었다.


우선 나는 토플 성적, 없다.

그리고 야간 수업을 개설하지 않는 서울대의 대학원 운영방침, 모르고 있었다.

대학원 입시 준비, 전혀 되어 있지 않았고. 그저 먼저 석사과정을 시작한 친구들에게 얼른 너도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라는 종용을 이따금 받았는데 그 놈들이 서울대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을 따름.


정말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페이스북으로 교수님께서 연락을 주신 2013년 이후로도 오랜 시간 칠렐레 팔렐레 놀고먹으면서 게임 이야기 자전거 타는 이야기나 신나게 떠들어대다가 차츰 학교 업무로 인해 교육적 관심이 확장되어가면서 올린 이야기들이 나를 차츰 교수님과의 진지한 대화로 이끌었다. 그리고 그저 배움이 좋아서, 나눔이 좋아서 하루 하루의 교육적 고민을 페이스북에 이따금 올리고 그를 통해 자연스럽게 지도교수님과 세부전공까지 결정된 상황인데 그것이 모두 계획 하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보니 신혼여행을 다녀온 날에 날벼락 같은 소리를 맞은 것이다.


파견? 공문? 무슨 말인지 제대로 더 케묻지는 못하고 어어어 하고 통화를 마쳤다. 월요일에 출근해서 공문을 찾아보고서 다시 질문을 해볼 노릇이다. 우선은 토플. 우선 토플 시험부터 등록해야했다. 180달러. 신혼여행에서 신나게 달러를 쓰고 와서 또 적지 않은 돈을 지출하게 되니 뜨끔하지만, 시간이 없다. 토플 등록을 마치고 책장을 뒤졌다. 학부생 시절 쓰던 토플 책이 하나 있었다. 나는 책을 들고 터덜터덜 안방으로 가 방문을 열었다. 침대 위에 아내는 세상 편하게 누워서 폰을 하고 있었다.


"친구랑 통화했어?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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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하는 모든 문제를 관찰하고 검토하고 증명하는 것이 가장 좋은 공부라고 생각하는, 아이들 가르치는 사람. 고등학교 영어교사. 교육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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