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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자씨 Jan 27. 2021

겨우, 서른

시간은 흐르고 또 흐른다.





넷플릭스를 결제하고 보던 것만 늘 반복해서 봤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부족하달까 드라마나 영화 몇 편 보는 것에 무엇이 이렇게 거창 하냐만은 새로운 스토리를 시작하기가 선뜻 내키지가 않았었다.


배부른 임산부는 코로나 때문에 어딜 나가기가 두렵고, 눈이 펑펑 오던 날 설상가상으로 차까지 시동이 안 걸리니 집에 박혀있기 딱 좋은 조건이었다.


남편이랑 새로 산 게임도 해보고 먹고 눕고 하길 반복하다 장편 드라마나 보자 해서 시작한 게 겨우, 서른. 중드였다. 드라마를 시작할 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43편이나 되는 장편을 다 볼 수는 있을까 싶기도 하면서, 중국 드라마나 영화는 볼 기회가 없었던 탓인지 무협처럼 현실과 동떨어지는 내용들이 많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보는 내내 이렇게 현실적이고 디테일한 드라마가 또 있을까-

몇 번이고 생각했다.


서른 살이 된 여자 셋의 이야기가 남편에게는 별 재미가 없을 것 같아 걱정했는데 남편도 현실적인 이야기와 디테일한 부분에 감탄을 하며 같이 봤다.


이틀 동안 둘이서 눈뜨고 잠들기 전까지 주말 내내 겨우, 서른이었다.


이 드라마가 좋았던 요소들은 많았지만 특히 좋았던 부분은 바로 높은 현실감이었다. 꼭 서른을 앞둔, 혹은 서른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기보다 서른이 훌쩍 지나도 마음에 와 닿는 삶들이었다.


누구나 주인공들인 만니, 구자, 샤오친이 겪는 삶이 내 삶의 어느 한 부분일 수 있었다.

우여곡절들이 많은 삶을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하나하나 산을 넘어간다.


그리고 보는 내내 저렇게 서로를 도와주고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친구들이 옆에 있는 것이 부러웠다. 사실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면서 온전히 내 감정을 의지할 수 있는 친구들이 옆에 있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저 온전히 내가 의지 할 수 있는 건 나뿐이었다.


친구들이 없어서는 안 될 것 같은 이 드라마는 결국엔 스스로의 결정과 판단으로 고난을 이겨내고 앞으로 헤쳐나가며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한국 드라마에 흔히 나오는 신파극도 아니고 막장드라마도 아니었다. 물론 중간에 현실감이 없는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교훈을 강조하지도 않았다. 그저 어떻게 앞으로 살아갈지, 앞으로도 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겠지만 더 강해진 모습으로 서른을 보내며 다가올 미래를 준비했다.


나는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 삼십대라 생각했다. 이십 대의 마지막을 인사하며 맞이한 삼십 대 시작에 나는 많은 것들을 느꼈었다. 행복한 날들도 있었지만 지옥 같은 날들도 많았던 철부지 이십 대 때와 비교하자면 삼십 대에 들어서서는 1년이 지나가는 게 너무 아까웠다.


드라마 속 대사 중 서른 살을 허둥지둥하며 보냈다고 했다. 하지만 과거를 돌아보고, 앞날을 바라보면 어느 해나 그렇게 보낼 것이라고, 갈피를 못 잡는 나날들이 우리를 눈부시게 성장시킬 거라고 말했다.


삼십 대를 맞이 했을 때 이십 대 때와 같이 허둥지둥했지만 그때와는 또 다르게 많은 것을 느끼고 성장했다.

나의 지난 과거와, 앞으로의 미래엔 주인공들처럼 삶에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생기겠지만 분명 그것들이 쌓여 단단한 나를 만들어 가겠지.


오랜만에 너무 괜찮은 드라마를 봤다.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해외로 나갈 수 있다면

제일 먼저 끊을 티켓은 상하이지 않을까.


나도 겨우, 서른이다.




모든 일은 과거가 되었고, 나도 마음을 내려놓았다. 모든 일은 과거가 되었고, 나도 마음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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