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 삼매경에서 즐겁게 노닐기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음식인 초밥은 "오늘 뭐 먹을까?"라는 일상의 질문에 만장일치에 가까운 답을 끌어내는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몇 천원 짜리 회전초밥이든, 10만 원대 오마카세든, 심지어 결혼식 뷔페 코너에서 우연히 만난 한 조각 초밥이든, 초냄새가 식욕을 돋게 만드는 밥 위에 때로는 수줍게 때로는 강인하게 올라간 반짝이는 네타 한 점은 언제나 기분 좋은 설렘을 불러일으킨다.
동시에 항상 고민하게 된다.
"무엇부터 집어야 본전을 뽑을 수 있을까?"
초밥의 본고장 일본과 한국에서 사랑받는 네타의 순위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문화적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초밥 1위는 단연 연어로, 전체 선호도의 29.9%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인기를 보이고 있다. 어쩐지 대형마트 조리코너를 가도 눈에 가장 많이 띄는 종류가 연어. 부드러운 식감과 특유의 고소하고 기름진 감칠맛이 남녀노소 모든 연령층의 입맛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으며, 양파 슬라이스와 소스를 곁들인 형태로 자주 제공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위를 차지한 광어는 25.2%의 선호도로 '국민 횟감'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사랑을 받고 있다. 쫄깃하고 차진 식감과 함께 담백한 맛이 일품인 광어는 흰 살 생선 특유의 깔끔함으로 초밥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실패 없는 선택지가 되고 있다.
3위는 새우로 13.6%의 선호도를 기록했는데, 탱글탱글한 식감과 은은한 단맛이 매력적인 이 네타는 익힌 초새우, 단맛이 강한 단새우, 큼직한 생새우 등 다양한 종류로 골라 먹는 재미까지 선사한다.
참치는 8.1%로 4위를 기록했지만, 입에서 녹는 듯한 기름진 맛의 황제라는 명성은 여전히 건재하다. 특히 고소한 맛이 극대화된 뱃살 부위는 최고급 네타로 꼽히며, 붉은 살은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이어서 장어가 6.2%로 5위에 올랐는데, 달콤짭짤한 데리야키 소스를 발라 구워낸 장어는 스태미나 음식으로도 유명하며 부드러운 살점과 감칠맛 나는 소스의 조화가 입맛을 돋운다.
흥미롭게도 계란이 5.4%로 6위에 랭크되었는데, '초밥집의 실력을 알려면 계란 초밥을 먹어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단순해 보이지만 부드럽고 폭신하며 깊은 단맛을 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성이 들어가는 네타이다. 7위부터 10위까지는 생선알(2.4%), 문어(2.0%), 가리비(1.6%), 기타 다양한 네타들(5.7%)이 차지했으며, 각각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식감, 쫄깃하면서도 은은한 단맛, 부드러우면서도 달달한 맛 등의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반면 초밥의 원조인 일본에서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네타는 예상대로 참치! 기름진 대뱃살인 오토로, 중간 뱃살인 주토로, 담백한 붉은살인 아카미까지 부위별로 다른 맛을 즐기는 문화가 발달해 있다. 회전초밥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메뉴 중 하나이며, 명실상부한 일본 초밥의 왕이라고 할 수 있다.
연어는 일본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이는 흥미로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본래 연어는 전통적인 스시 재료가 아니었지만,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가 보급되면서 이제는 참치와 인기를 다투는 국민 네타가 되었다. 처음에는 연어는 생으로 먹는데 거부감을 가졌으나, 노르웨이 상인들의 끈질긴 도전으로 일본인들의 입맛을 사로 잡게 된다.
(이전 브런치 참조)
https://brunch.co.kr/@gamaksae/156
새우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으며, 삶은 새우인 보일 에비, 생새우인 나마 에비, 달콤한 단새우인 아마에비 등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
일본 특유의 네타로는 전갱이를 들 수 있는데, 등 푸른 생선의 대표주자로 특유의 감칠맛과 기름진 맛이 매력적이며 신선도가 중요해서 실력 있는 초밥집에서 그 진가를 맛볼 수 있다. 연어알인 이쿠라는 영롱한 붉은빛을 자랑하며 간장에 절여 만든 군함말이로 제공되는데, 짭조름한 맛과 함께 입안에서 터지는 식감이 별미이다.
오징어와 한치는 쫀득한 식감과 담백한 맛이 특징이며, 칼집을 잘게 내어 부드러움을 더하고 시소 잎이나 생강을 곁들여 풍미를 살리기도 한다. 붕장어와 뱀장어는 부드럽게 쪄내거나 구워서 달콤한 소스를 발라 먹는 장어 초밥으로 일본에서도 인기 있는 스태미나 메뉴이다. 아나고는 부드러운 식감이, 우나기는 더 기름지고 탄력 있는 식감이 특징이다.
성게알인 우니는 '바다의 크림'이라 불리는 고급 식재료로, 녹진하고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경험을 선사하며 품질에 따라 맛과 가격 차이가 큰 네타 중 하나이다. 네기토로는 참치 뼈에 붙은 살을 긁어모아 파와 함께 다져 만든 군간말이로, 기름지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며 버려질 수 있는 부위를 활용한 지혜가 담긴 초밥이다. 마지막으로 계란인 타마고야끼는 일본에서 카스텔라처럼 폭신하고 달콤한 스타일로 만들어지며, 식사의 시작이나 마무리로 즐겨 먹고 가게마다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메뉴이기도 하다.
이제 모든 초밥 애호가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
결혼식 뷔페, 중저가 초밥 뷔페, 회전초밥집에서 어떤 순서로 접시를 집어야 후회가 없을까? 물론 네타의 원가는 생물의 종류, 크기, 등급, 산지, 계절, 그리고 식당의 구매력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일반적인 뷔페에서 제공되는 초밥들을 기준으로 상대적인 원가 순위를 정리해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집중 공략해야 할 1그룹은 보이면 무조건 먼저 집어야 하는 고가 네타들이다.
이들은 신선도 유지가 어렵거나 원물 자체가 비싸서 뷔페에서 많은 양을 내놓기 부담스러워하는 네타들이다.
활어인 광어, 도미, 우럭 등으로 만든 초밥을 뷔페에서 직접 잡아 만들어 내놓는 경우는 드물지만, 만약 신선한 흰 살 생선 초밥이 보인다면 최우선 공략 대상이다. 활어는 냉동이나 선어에 비해 유통 및 보관 비용이 훨씬 높기 때문이며, 광어는 특히 한국인이 선호하는 횟감이라 인기가 많다.
참치 뱃살인 주도로와 오도로는 중저가 뷔페에서는 거의 볼 수 없지만, 만약 연분홍빛에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는 참치 뱃살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참치의 가장 비싼 부위로 일반 붉은 살인 아카미와는 차원이 다른 가격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훈제 연어가 아닌 신선한 생연어는 원가가 더 높으며, 특히 뷔페에서 사용하는 냉동 연어가 아닌 냉장 유통되는 생연어라면 가치가 더 올라간다. 신선도 유지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장어인 아나고와 우나기는 손질이 까다롭고 원물 가격이 꾸준히 비싼 편에 속하는 네타이다. 달콤한 소스에 가려져 있지만 장어 자체는 결코 저렴한 식재료가 아니다. 생새우나 단새우도 껍질을 일일이 손으로 까야 하는 등 손이 많이 가고, 익힌 칵테일새우보다 원가가 훨씬 비싸다. 끈적하고 달콤한 맛의 단새우인 아마에비는 특히 고급 네타에 속한다.
2그룹은 1그룹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몸값을 하는 네타들로, 가성비가 훌륭하여 꾸준히 먹어줘야 할 대상들이다. 참치 붉은살인 아카미는 참치 뱃살보다는 저렴하지만 다른 생선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는 편이다. 담백하고 신선한 참치 속살을 맛볼 수 있어 가치가 있다. 훈제 연어는 생연어보다는 원가가 낮을 수 있는데, 대량으로 훈제 가공된 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인기 메뉴이며, 생연어와는 다른 쫀득한 식감과 훈연 향의 매력이 있다. 생연어보다 훈제를 더 좋아하는 매니아들도 많은 만큼 주저할 이유가 없다.
불에 직접 구워 올린 소고기 초밥은 의외의 복병이라고 할 수 있다. 육류 단가 자체가 생선보다 저렴하지 않으며, 즉석에서 조리하는 인건비까지 고려하면 원가가 꽤 높은 편이다. 문어와 오징어는 식감 때문에 저렴할 것이라 오해하기 쉽지만, 특히 부드러운 문어 숙회는 생각보다 단가가 있다.
마지막 3그룹은 원가가 비교적 저렴하고 밥의 양이 많거나 포만감을 빨리 느끼게 해서 뷔페의 '효자 상품' 역할을 하는 네타들이다. 계란인 타마고는 예상대로 가장 대표적인 저원가 네타이다. 대량으로 생산된 냉동 계란 구이를 잘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500g 한 팩에 5천 원 내외로 구매가 가능할 정도이다. 물론 맛이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전략적으로는 후순위에 놓인다. 그런데 맛있어서 꼭 집어먹게 된다. 좀 자제하자.
크래미나 맛살은 게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육을 가공해 만든 것으로 원가가 매우 저렴한 대표적인 네타이다. 유부는 달콤한 국물에 조린 것으로 그 자체로 맛있지만, 밥을 많이 품고 있어 금방 배가 부르게 되며 원가도 저렴한 편이다. 각종 롤 메뉴들, 특히 캘리포니아 롤처럼 화려해 보이는 롤들은 사실 밥의 양이 엄청나고 안에는 오이, 단무지, 맛살 등 저렴한 재료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뷔페 입장에서는 최고의 가성비 메뉴인 셈이다. 즉, 피하라는 이야기.
한 초밥 뷔페에서 광어초밥을 많이 먹는 손님에게 직원이 "조금씩만 드셔달라"고 요청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는 광어가 다른 네타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가가 높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사건이다. 뷔페 측에서는 손님이 좋아하는 고가의 네타만 집중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소량씩 조리해 내놓는 전략을 사용해 짜증을 유발 시키기도 한다.
자, 구체적인 뷔페 공략 전략을 살펴보자.
첫 번째 단계는 레일 주시와 회전 주기 파악이다. 고가 네타가 등장하는 간격을 눈으로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단계는 초기 러시로, 2접시 정도에 1그룹 네타를 각각 다른 종류로 확보하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인 미들 게임에서는 2그룹에서 좋아하는 네타만 선별적으로 선택한다.
네 번째 단계는 샤리 타임컨트롤로, 밥이 큰 롤류나 유부를 의도적으로 뒤로 미뤄서 포만감을 지연시키는 것이다.
다섯 번째 단계는 클렌즈 타임으로, 락교나 가리, 미소장국으로 입가심을 하고 리셋한 후 재출발하는 것이다.
마지막 여섯 번째 단계인 피날레에서는 계란 초밥으로 달콤한 마무리를 하고 디저트 코너로 이동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전략이 무슨 소용있겠는가?
계란초밥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식감은 첫번째 접시에 필수로 올라가게 만드니, 원가보다 내가 먹고 싶은 것 부터 첫번째 접시를 채워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단, 캘리포니아 롤은 정말 참아야 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타코와사비”는 사실 재료도 저렴하고 짠 편이라 금방 배 부르게 만드는 메뉴이니 뒤로 미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다음에는 초밥에 대한 여러가지 잡다한 지식들을 다루는 포스트를 연재할까 하니,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