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일본 최고 요리사가 건네는 인생 레시피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는 기분.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나는 왜 이리 부족할까' 자책하며 번아웃을 느끼는 자신감 없는 모습.
'흙수저'라는 꼬리표에 지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기도 하다.
당신과 나의 모습인지?
일본의 유명 요리연구가 도이 요시하루(土井善晴).
그의 아버지는 일본 가정 요리의 신으로 불리는 도이 마사루이다. 사람들은 그를 보며 '아버지 덕분에 쉽게 성공한 2세'라고 수군거렸다. 전형적인 '금수저'이다.
하지만 그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요리 철학을 넘어, 결과가 아닌 과정의 가치, 그리고 스스로를 증명해내는 삶의 태도에 대한 깊은 울림을 준다.
"혹독한 곳에 몸을 두는 것으로만, 스스로가 알고 있던 나약함을 단련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도이 요시하루는 아버지의 후광 아래 편안한 길을 걸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대학 시절, '건달 아들'이라 불리던 나약한 자신을 바꾸기 위해 돌연 스위스로 떠나게 된다. 그가 선택한 곳은 5성급 호텔의 화려한 주방이 아닌, 무급으로 일하며 화장실 청소부터 시작해야 하는 가장 낮은 곳이었다.
나중에 들어온 신입들은 모두 1~2주 만에 도망쳤지만, 그는 1년을 묵묵히 버텨낸다. 그는 '편안함' 속에서는 결코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이다. 일부러 힘든 환경에 자신을 던져 한계와 부딪히는 경험, 한국인들이 흔히 말하는 '사서 고생'을 통해 스스로를 단련하고자 한 셈이다.
우리 주변에는 '어쩔 수 없이' 힘든 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도이의 이야기는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어려운 길을 갔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혹시 우리는 지금 너무 안락한 '안전지대'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은가? 실패가 두려워, 혹은 '굳이 이 고생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도전을 피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의 삶은 말합니다. 진정한 성장은 안전지대 밖에서 시작된다고. 당신의 출발선이 어디든, 당신을 성장시키는 것은 결국 어려움을 회피하지 않으려는 의지적인 선택 그 자체이다.
"신입이 일을 배우는 유일한 방법은, 그저 미친 듯이 열심히 하는 것입니다. 젊을 때만 몸에 익힐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유럽에서의 수련을 마친 그는 일본으로 돌아와 당대 최고의 일본 요리 명가 '아지킷쵸(味吉兆)'의 문을 두드린다. 그곳에서 그는 화려한 요리 기술이 아닌, '깨끗한 자세로 서는 법', '집중해서 빠르게 움직이는 법'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몸의 태도'부터 다시 배웠다
그는 "기본기는 젊을 때만 제대로 몸에 익힐 수 있으며, 이 단단한 기본기 위에서만 비로소 지식과 기술이 진짜'내 것이 된다"고 굳게 믿었다. 요즘처럼 '가성비'와 '효율'을 따지며 최단 경로만 찾으려는 시대에, 그의 이러한 우직함은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우리는 모두 빠른 결과를 원한다. 아무래도 한국인이다보니 일본인보다 2배는 더 급할 듯하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 화려한 스킬에 열광할 수 밖에. 하지만 모든 대가의 길은 한결같이 지루하고 반복적인 기본기 훈련에서 시작된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너무 하찮고, 너무 기초적인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보잘것없는 시간들이 바로 우리의 10년, 20년 뒤를 지탱해 줄 단단한 뿌리가 된다. AI가 순식간에 그럴듯한 답을 내놓는 시대일수록, 오랜 시간 인간의 땀과 노력으로 다져진 기본기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화려한 결과물에 조급해지지 말자. 우리의 청춘을, 우리의 에너지를 지금은 보이지 않는 뿌리를 내리는 데 집중하자. 요리사가 깨끗한 자세로 정자세로 서는 법 부터 배웠을 때 오랜 시간이 가도 흐뜨러지지 않는 정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교훈을 떠올려보자.
"누군가가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면, 나는 아직 온전히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수련 시절, 도이는 때로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시간 안에 작업을 끝내라는 요구를 받곤 했다. 그때마다 그는 "무리입니다"라고 말하는 대신, 어떻게든 해낼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든 해내는 것이 프로다."
이 말의 핵심은 책임감이다. 다른 사람이 내 실수를 수습해주거나, 나의 부족한 점을 메워주고 있다면, 나는 아직 그 일의 온전한 주인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건 내 능력 밖이야"라고 쉽게 선을 긋는 순간, 성장은 멈추게 된다.
직장에서든, 개인적인 프로젝트에서든 한번 생각해자. 당신은 일의 결과에 대해 100% 책임을 지고 있는가? 아니면 "이건 내 파트가 아니라서", "상황이 어쩔 수 없어서"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지는 않은지? '프로'란 직업이나 연차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일이 주어졌을 때,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바꾸고, 결국 자신의 힘으로 결과를 만들어내는 '태도'의 문제이다. 당신의 일에 대해 "이건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책임진 '내 일'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때, 당신은 이미 진정한 프로이다.
이 모든 치열한 과정 끝에 그가 도달한 철학이 바로 '일즙일채(一汁一菜)'이다 이는 사자성어 뜻 그대로, 단순히 '밥 한 그릇, 국 한 그릇, 반찬 하나'라는 소박한 밥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가장 화려하고 복잡한 요리를 모두 마스터한 대가가 마침내 깨달은 삶의 본질에 대한 상징이다.
수많은 반찬이 없어도, 따뜻한 밥과 국, 그리고 정성이 담긴 김치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한 끼가 될 수 있다는 믿음. 넘쳐나는 정보와 과시적인 소비, 끊임없이 무언가를 더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도이 요시하루는 덜어냄으로써 채워지는 충만함을 이야기한다.
우리의 삶은 어떻습니까? 더 많은 스펙, 더 넓은 인맥, 더 비싼 차와 아파트트.
우리는 행복을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더하려고만 합니다. 하지만 혹시, 너무 많은 것을 쫓아가느라 정작 가장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당신의 커리어에서, 인간관계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본질적인 '밥과 국'은 무엇인가? 그것만 있어도 당신을 충분히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만들어 줄 핵심적인 가치는 무엇인가? 도이의 삶은 우리에게 최고의 경지는 '복잡함'이 아니라 '단순함'에 있으며, 진정한 지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를 통해 얻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일즙일채는 검소함과 절약의 상징이었으며, 수고를 들이지 않을수록 맛있어지는 식사법으로 여겨졌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천하를 통일한 후에도 보리밥에 현미를 섞어 지은 밥과 함께 일즙삼채의 간소한 식사를 했다는 일화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소박한 식사를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가 있다.
하지만 도이 요시하루가 제시하는 '일즙일채'는 단순한 절약이나 검소함을 넘어선, 깊은 삶의 철학을 담고 있다.
일본 요리를 모두 마스터한 대가인 그가 모든 화려하고 복잡한 요리 기법을 익힌 후 최종적으로 도달한 경지가 바로 '일즙일채'였고, 이는 가장 복잡한 것을 알아야 가장 단순한 것의 가치를 안다는 의미이다. 무지에서 나온 단순함이 아니라, 모든 것을 경험한 후 도달한 지혜로운 단순함을 의미한다.
현대 사회는 '더 많이, 더 화려하게'를 추구한다. 더 많은 반찬, 더 복잡한 조리법, 더 화려한 플레이팅을 좋은 식사의 기준으로 여기지만,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정말 본질적인 것만 남겼을 때, 오히려 더 깊은 만족감과 평안함을 얻을 수 있다는 깨달음응을 던져준다.
일즙일채가 단조롭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도이는 "사계절의 변화와 함께 국과 반찬의 내용물이 달라지므로 자연스럽게 다채로워진다"고 말한다. 인위적으로 메뉴를 개발하거나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리듬과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설명해주는 의미이다.
도이 요시하루의 이야기는 '금수저'로 태어났지만 스스로 '흙수저'의 길을 걸어 자신을 증명해낸다. 그는 우리에게 성공의 화려한 결과가 아닌, 그 뒤에 숨겨진 땀과 눈물의 '과정'을 보라고 말한다..
지금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기본기를 다지고 있는 우리의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다. 편한 길 대신 어려운 길을 선택하며 스스로를 단련하는 용기는 무엇보다 값지다.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보이지 않는 과정을 묵묵히 쌓아가고 있는 우리는 일본의 요리사가 응원해주고 있다. 우리의 '일즙일채'는 치열한 과정 속에서 서서히, 하지만 분명히 만들어지고 있다.
참고서적 : 「一汁一菜」で食卓を変える 土井善晴の言葉(桑原晃弥 著、リベラル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