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미래의 가능성을 여는 도구로 활용하라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멋진 노래 제목이면서 문구를 곰곰히 들여다보면 꽤 무서운 명제이다.
불안은 반복이다. 하나에서 시작된 작은 균열은 지속 불협화음을 이끌어내고 진동은 점점 커져 전체 벽이 무너지는 끔찍한 결과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다.
더우기 불안은 습관의 결과물이다.
하나의 씨앗을 티운 후, 같은 방식의 새로운 씨앗에도 적용을 하고, 그리고 모든 생각의 씨앗에는 단조의 음계를 담아 인생의 우울한 랩소디를 완성해간다.
업무상 상대방과 협상을 통해 결과를 이끌어내는 책임자의 위치이다 보니, 일의 전개 방향에 있어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할 수 밖에 없던 시절이 있다.
a.협상 성공시 : 00억 수익
b.협상 결렬시 : 대안으로 B, C사에 추가 제안 필요
c.협상 조건 협의 시 : 0억 수익, 다른 조건 추가하여 러닝 개런티 제안
뭐 이런 식이다.
항상 b 경우인 협상 결렬시에 대한 준비가 아무리 낙관적인 대화 속에서도 머리에서 전략을 짜내야하니, 회의 며칠 전부터 대략적인 전개 방식을 시뮬레이션 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이 불안이라는 씨앗이 되어 생활 전반을 지배한다.
개인 일의 결정을 할 때, 여러 시나리오를 설정하여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기에는 선택할 문제들이 너무 많다. 그러다보니 일일이 업무에서 습관이 된 결정의 프로세스를 자동으로 적용되는 절차는 자연스레 불안의 고리 안으로 걸어들어가게 되고.
결국 불안 레벨을 꽤 높은 수치를 갖고 살아가게 된다.
인생 피곤해지는거다.
여러 사안에 대해 심플한 결정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가는 전법들을 사용하지만, 습관 부스러기는 스웨터에 붙은 감자칩처럼 이따금 영혼을 갉아먹다 걸려서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불안에 대한 심리를 이해하고, 때로는 좋은 방법들을 적용시키며 몰래 숨어사는 녀석들을 박멸하기 위한 작은 공부들은 이렇게 건강한 삶을 지키는데 훌륭한 선생님이 되고 있다.
한때 불안은 개인의 기질이거나, 운 나쁜 환경이 만든 병리로 간주되기도 했다.
그러나 마사 벡의 『불안을 멈추는 기술』은 불안을 적으로 삼는 대신, 삶을 재구성하는 에너지로 전환하자는 제안을 한다.
불안과 창의성이 신경학적 수준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통찰이며, 이 상호작용을 실천적 도구로 번역해 일상에서 작동하게 만들자는 의견이고 지금까지 읽던 저자들의 주장에 비해 다소 파격적이다.
공포는 눈앞의 위험에 대한 생리적 반응이며 상황이 끝나면 꺼지는 회로지만, 불안은 현실에 없는 위협을 생각으로 되살리는 인지적 루프다.
이 루프는 좌뇌 중심의 해석 시스템, 즉 분석·통제·시간적 예측에 과도하게 매달리는 “불안 소용돌이”로 이해할 수 있다.
반대로 우뇌적 기능—감각, 공간, 전체성—이 활성화되면 호기심과 탐색이 켜지고, 그 상태가 “창의성 소용돌이”를 촉발해 불안 회로를 끌 수 있다.
신경과학적 ‘좌·우반구 은유’를 과잉 단순화 없이 실용적 메타포로 쓰자는 제안이니 획기적이다.
저자는 현대 시스템이 생산성·산출·평가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고, 그 자체가 만성적 경계 상태를 조장한다고 말한다. 이를 철창(iron cage)에 비유하며, 사람을 기계의 부품처럼 기능하게 만드는 질서가 불안을 도구처럼 성과를 강제하는 문화로 이어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관점은 불안을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가진 구조의 병폐로 재위치시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게 느끼게 되는 죄책감과 자기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어깨 토닥거림을 해주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크리에이티브”의 정의를 넓힌 것이다.
글쓰기·드로잉·정원 가꾸기·요리·공예 같은 3차원 작업은 감각과 공간, 손의 미세 운동을 통해 우반구 회로를 켠다.
저자는 재능·성과·결과가 아닌, 호기심 기반의 작은 제작이 불안 회로를 끄는 가장 저비용·고효율 전략이라고 말한다.
불안을 대체해야 한다는 점은 억압이나 회피가 아닌, 관심울 전환시키는 대체 메커니즘을 뜻한다. 막연한 불안의 장벽을 벗어나 오히려 자신의 머리 속에 창의적인 촉발을 유도하는 불쏘시개로 전환시킨다는 이해하면 된다.
불안을 줄이는 장기 전략으로 진실성과 목적의 정렬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목적을 거대 서사로 규정하지 않는 마음가짐이다. 목적은 한 번의 계시가 아니라, 관심 - 제작 - 연결의 사이클을 따라 매주 조율되는 동적인 벡터라고 표현한다. 불안은 그 벡터가 어긋났음을 알리는 신호이며, 창의적 실천은 벡터를 미세 조정하는 행위적 인터페이스라고 설명한다. 목적이 커질 때 불안감도 커지게 되지만 결국 해야할 일을 벗어났을 때 정상화시키는 자연스러운 리액션으로 받아들여도 좋겠다는 공감을 하게 된다.
정리하지면, 불안의 반대는 평온이 아니다.
불안의 반대는 “창의적 현재”이다.
불안이 올라올 때, 생각으로 싸우지 말고, 감각으로 기울고 손으로 만들어보자.
그 순간, 우리는 이미 다른 회로에 서 있다.
불안은 멈추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음악이 시작되면 그 소리는 멀어진다.
그 음악을 켜는 손가락은, 지금 우리의 손끝에서 우리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불안을 새로운 생각의 전주곡으로, 촉발제로 정의를 내린 순간 우리에게 불안은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