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서평] 100년 혈관을 만드는 법

바로 지금 혈관 관리 시작

by 까막새

[서평] 100년 혈관을 만드는 법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이케타니 도시로(池谷敏郎)의 『100년 혈관을 만드는 법』은 일본의 내과의사이자 혈관 건강 연구자인 저자가 수십 년의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건강수명 100세”를 가능하게 하는 구체적인 생활습관을 제시한 책이다. 일상 속 작은 선택 하나하나가 어떻게 혈관의 나이를 늙게 혹은 젊게 만드는지를, 실생활 예시와 과학적 근거를 곁들여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이라는 단어의 무게가 달라진다.


젊을 때는 단순히 “피곤하네, 좀 쉬면 낫겠지” 정도로 넘겼던 몸의 신호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하루하루 내 삶의 질을 좌우하는 진지한 경고로 다가온다. 나 또한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앓고 있어, 매일 약을 복용하며 지내는데, 돌이켜보면 이 문제의 씨앗은 이미 젊은 시절에 있었다. 불규칙한 식사, 짠 음식, 잦은 회식, 과로와 만성 스트레스. 이런 것들이 오랜 세월 내 혈관을 꾸준히 때리며 조금씩 손상시켜 온 것이다.

혈관은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다는 말이 있지만, 그래도 지금 상태에서 더 악화시키지 않고 유지하는 일은 여전히 가능하다는 것이 희망이다. 이케타니 도시로의 『100년 혈관을 만드는 법』은 바로 이 ‘지금부터라도 바꿀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과학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지침을 제시한다.



책의 중심 개념은 혈관의 나이를 젊게 유지하는 생활 습관의 총체라는 것이다.


그는 “혈관은 한 번에 망가지지 않는다”는 단언과 함께,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움직임, 수면의 질, 스트레스 반응이 모두 모여 혈관의 수명을 결정한다고 강조한다. 흥미로운 점은 ‘혈관의 노화’를 ‘개인 전체의 노화’로 본다는 시각이다. 즉, 혈관이 젊다는 것은 단순히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낮다는 뜻을 넘어, 뇌의 혈류, 피부의 탄력, 장기의 기능까지 젊게 유지된다는 뜻이 된다.


20251007_221046.jpg


식습관과 혈당 관리에 대한 구체적 실천법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혈당 스파이크’라는 개념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식사 후 혈당이 급상승할 때 혈관벽에 산화스트레스가 가해지고, 이 과정이 수년, 수십 년 반복되면 결국 염증과 경화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아침에 김밥 한 줄이나 라면으로 때우는 습관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이 책을 통해 절감했다. 허기를 달래기 위한 간단한 식사가 사실상 혈관을 공격하는 반복적 자극이었다는 점은, 읽는 내내 불편하면서도 강력한 경고로 다가왔다. 편의점에 잠깐 들린 아침식사가 오히려 독이라는 쓰라린 현실이 턱 밑으로 들어온 셈이다.


이케타니는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식전에는 반드시 식이섬유나 단백질을 먼저 섭취해야 하며, 이를 통해 혈당 상승을 완화할 수 있다. 일본식 표현으로 ‘베지 파스트(채소 먼저)’나 ‘소이 퍼스트(콩 먼저)’를 강조하는데, 이는 한국 식단에서도 충분히 응용 가능하다. 두부, 콩나물, 된장찌개 같은 메뉴가 대표적이다. 저자는 또한 ‘5일 선택법’이라 하여, 일주일 중 5일은 오메가3가 풍부한 생선류(고등어, 연어, 정어리 등)를 꾸준히 섭취하라고 권한다. 다만, 한국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식 반찬 구성이 많아 실천에 어려움이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식이 원칙 자체는 충분히 응용 가능하다.


20251010_191114.jpg


혈관의 젊음을 유지하는 생활습관 전반으로 확장되면서 실천 가능할 방법들이 제시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짜증을 내지 않는 것’도 혈관 보호의 첫걸음이라는 주장이다. 짜증이나 분노는 일시적으로 교감신경을 과도하게 자극하여 혈압과 심박수를 급격히 올리고, 이때 혈관 내벽에 손상을 준다. 저자는 실제로 병원에서 환자의 스트레스 반응을 관찰하면서, “성격이 온화한 사람일수록 혈관이 탄력 있고 깨끗하다”고 주장한다. 단순한 정신론이 아니라,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아드레날린)의 생리작용에 근거한 설명이다.


수면 또한 중요하게 다뤄진다. 그는 “수면은 하루 중 유일한 혈관의 회복 시간”이라고 표현하며, 최소 7시간의 숙면을 확보할 것을 권한다. 수면 부족이 지속되면 혈관 내 염증성 단백질이 증가하고, 교감신경 항진으로 인해 혈압이 떨어지지 않게 된다. 직장인들이 흔히 처하는 ‘수면 부채’가 결국 혈관 노화를 앞당긴다는 것이다. 이 점은 저자가 직접 측정한 수면 중 혈압 데이터를 통해 설득력 있게 제시된다. 사원시절 하루 5시간 정도 자는게 자랑이었던 나 자신이 미련 곰탱이였다는 뼈 아픈 실책을 상기시키는 부분이다., 밤새 뭐 대단한 활동을 한 것도 아닌데.

20251010_191126.jpg

실천 가능한 궁극 활동은 바로 운동이다.


이케타니는 “혈관이 젊다는 것은 근육이 살아 있다는 뜻”이라고 말하며, 가장 실천하기 쉬운 운동으로 ‘걷기’를 권장한다. 하루 8,000보를 기준으로 하되,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니라 리듬과 속도에 변화를 주어 심박수를 부드럽게 자극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그는 또한 짧은 시간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좀비 체조’(팔과 다리를 약간 무력하게 흔드는 릴랙스 스트레칭)를 소개해, 근육 긴장을 풀고 혈류를 원활히 하는 생활 속 움직임을 강조한다.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현대인에게 매우 실용적인 조언이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심박수 모니터링을 통한 자기 점검 같은 습관도 평상시 건강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20251010_191137.jpg


나 개인적으로도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얻은 통찰은 ‘혈관은 내 삶의 기억을 기록하는 일기장과 같다’는 점이었다. 무심코 먹은 짠 음식, 잠을 줄여가며 마무리한 보고서, 짜증 섞인 야근의 연속이 결국 내 혈관 안에 고스란히 새겨져 흉터가 된다는 사실은 섬뜩했다. 반면, 오늘의 소소한 산책, 한 끼의 콩 반찬, 한숨 돌리는 명상의 순간은 아무리 작아도 혈관을 회복시키는 선물이었다.


지금 내 혈관이 몇 살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하지만 이 책을 덮으며 드는 생각은, 나이를 탓하기보다 습관의 방향을 바꾸는 용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케타니 도시로의 조언처럼,오늘부터 나만의 100년 혈관을 만드는 루틴을 시작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건강한 삶의 첫걸음일 것이다.


이미 이 책을 선택하는 상황이라면 혈관에 염증이 고개를 쳐들고 있는 시기이다. 일단 책에서 배운 내용을 실천해보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신데렐라 유리 구두는 성적인 각성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