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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Jun 18. 2019

이유 없이 꼬투리 잡는 상사 퇴치법

까탈스러운 시어머니 같은 상사가 있다. 일명 ‘시월드형’ 상사. 이런 유형의 상사는 무엇이든 꼬투리 잡는다. “보고서 내용이 이게 뭐냐”, “제목이 마음에 안 든다”, “줄 간격이 왜 이러냐”, “말투가 왜 그러냐”, “옷이 그게 뭐냐” 사사건건 정말 별걸 다 꼬투리 잡는다. 근거 없는 지적질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업무에 관한 부분만 꼬투리 잡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쉽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마음에 들게 일을 처리하거나 손바닥 살살 비벼서 상사 눈에 들면 상사의 무차별 타격에서 언젠가 해방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업무 외에 개인적인 부분까지 건들면 정말 화가 난다. ‘우리 부모님도 나한테 뭐라 안 하시데! 네가 뭔데?’라는 말이 목구멍으로 치솟아 오른다.

‘시월드형’ 상사가 무한 꼬투리를 잡는 이유는? 그런 건 없다. 애초에 이유 따위는 없다. 그냥 잡는 거다. 그게 그의 일과이고, 낙이다. 따지고 보면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일 수도 있다. 성격이 원래 삐뚤어진 사람일 수도 있다. 민감한 사람일 수도 있다. 아니면 완벽주의자일지도. 그것도 아니면 가정에 무슨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부하 직원은 알 수 없다. 이것은 최대한 좋게 생각한 것이고, 앞서 말했듯이 이유는 없다. 그 자신조차 왜 그러는지 모른다. 생각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냥 눈에 걸리적거리니까 마구 쏘아대는 거다. 

그래, 백번 양보해서 업무와 관련된 부분이든 개인적인 부분이든 쏘아대는 것까지는 좋다. 눈 딱 감고 마음을 비운 후에 “예, 예”하면 되니까. 하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있어야지.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정확히 알려줘야 할 거 아닌가. 그래야 수정이든 개선이든 하지.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다짜고짜 마음에 안 든다고 쏘아대면 답이 없다. 그렇다고 뭐가 마음에 안 드냐고 물을 수도 없다. 알아서 눈치껏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이런 상사는 대개 어느 부분이 눈에 밟히는 것인지 자신도 잘 모른다. 설령 이유를 설명하더라도 명확하지가 않다. “그거 있잖아. 이 느낌.” 애매모호하게 설명할 뿐이다. 이렇게 대답하면 그 자신도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정말 모르는 것이다. 그냥 마음이 삐뚤어져서 그런 것일 뿐이다. 이 경우야말로 답이 없다.

‘시월드형’ 상사는 시어머니보다 더 꼴 보기 싫다. 매일 봐야 하니까. 대개 시어머니는 집안 행사가 있을 때만 본다. (자주 보는 시어머니도 있고, 멀리 떨어져 있어도 수시로 전화해서 간섭하는 시어머니도 있지만) 시어머니의 간섭과 지적질은 그때만 잠깐 참으면 된다. 곧 해방을 누린다. 하지만 상사의 내정 간섭은 피할 수 없다. 그가 퇴사하거나 내가 퇴사하기 전까지는 매일 겪어야 한다.




사사건건 꼬투리 잡고 혼내는 상사, 그를 맞서는 방법이 있을까? 완벽 퇴치법은 없지만, 내상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 삼십육계 줄행랑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다. 뒤탈이 전혀 없는 방법이 있다. 바로 ‘퇴사’다. 이것보다 더 좋은 즉효 약은 없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써먹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좋은 방법은 아니다. 정말 견디기 힘들 때, 마지막에 써먹는 히든카드다.

- 정공법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말대꾸’ 하면 된다. 외모를 지적하면 당당하게 말하라. 가령 “머리가 그게 뭐야”라고 물으면 “내 머리가 어때서요. 멋있기만(예쁘기만) 한데요” 과감하게 맞받아치면 된다. “제목이 이게 뭐냐”고 지적하면 “내가 카피라이터예요? 이 정도면 됐죠”라고 응수하자. 허를 찔린 상사는 움찔할 것이다. 맞받아칠 때는 절대 주눅 든 채 우물쭈물하면 안 된다. 기세 등등한 자세로 말하자. 시크하게 말하면 좋다. 하지만 뒷일은 아무도 책임 못 진다. 그 후에 벌어질 일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 해탈법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처세술의 달인들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수많은 선배 직장인이 택한 방법이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된다. 상사가 뭐라고 하든 그저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면 된다. 생각은 필요 없다. 반사적으로 내뱉자. 아무 생각하지 말고 자동응답기처럼 영혼 없이 말하면 된다. 그렇다고 건성으로 말하면 안 된다. 바로 알아차린다. 불쌍해 보이는 척 연기해 주면 좋다. 회사에 계속 다니려면, 정공법을 택할 자신이 없다면 이 방법이 가장 좋다.

- 허허실실법
손바닥이 닳도록 두 손을 비비자. 상사가 보기에 온갖 실수를 다 저질러 놓고 끊임없이 잘못을 구하라는 말이 아니다. 좋게 말하면 그의 마음을 사로잡으라는 말이다. 나쁘게 말하면 간신이 되라는 말이다. 좋게 표현하는 게 좋으니, 그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꼬투리 잡히지 않을 것이다. 편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단, 동료와의 관계는 안 좋아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좋은 상사도 많지만, 안 좋은 상사도 많다. 안 좋은 상사 중에 ‘시월드형’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2015년 구직자 1486명을 대상으로 ‘얄미운 상사 유형’을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무려 42.%가 이유 없이 꼬투리 잡는 '시월드형' 상사를 꼽았다.  이 결과는 직장인들이 ‘시월드형’ 상사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확실히 알려준다.

나는 지금까지 몇 군데 회사를 거쳐오며 딱 한 번 ‘시월드형’ 상사를 만났다. 첫 직장의 사장이 그런 유형이었는데 다행히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 그래도 힘들긴 했다. 사회생활을 처음 하는데, 아무리 정도가 덜 심하더라도 가장 피하고 싶은 유형의 상사를 만났으니 견디는 게 쉽지 않았다. 입사 초에는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이유가 있겠거니, 내가 일을 못 해서 그런 건지 일을 더 열심히 했다. 하지만 그의 성향은 변하지 않았다. 다행히 꼬투리 잡는 빈도수가 줄어들었지만, 그는 여전히 ‘시월드형’ 상사였다. 물론 그도 내가 답답했을지 모른다. 그 입장에서 이것도 마음에 안 들고, 저것도 마음에 안 들었으니 오죽 답답했을까. 내가 그를 견뎌야 했던 만큼 그도 나를 견뎌야 했을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이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그에게 적응해갔고, 맞춰갔다. 감사하게도 상사도 어느 정도 나에게 적응해 주었고,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익숙해졌다.




사람의 인식 혹은 인간관계는 참 재미있다. 나에게는 최악의 상사라도 저 사람에게는 최고의 상사가 되기도 한다. 아무리 ‘시월드형’ 상사라 해도 자기 마음에 드는 직원에게는 꼬투리 잡지 않고 잘해주기 마련이다. 아니면 아무리 꼬투리 잡는 상사라도 그에게 찰싹 붙어 있는 직원이 있기 마련이다. 결국 ‘시월드형’ 상사라도 그 사람이 잘못된 게 아니라 직원 입장에서 얼마나 맞춰 주고 받아들이냐의 문제인 걸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잘못된 건 잘못된 거니까.

직장은 말하자면 인간 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온갖 유형의 사람을 만난다. 회사를 다니면 생각도 못 했고, 본 적도 없는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는 사실을 몸소 경험하게 된다. 뽑기 운이 좋으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운이 나쁘면 최악의 상사, 최악의 동료, 최악의 부하를 만난다. 어떤 사람을 만날지 아무도 모른다. 나는 다행히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는 좋은 사람들만 만났다. 아니 나에게는 다 좋은 사람들인데, 가만 보니 어떤 직원은 상사가, 대표가 안 좋게 느껴지나 보다. 직원과 대표님 모두 내게는 아직까지 좋은 사람들이다. 그건 내 입장이고, 구조상 직원이 을일 수밖에 없으니 마음속으로 그 직원을 응원한다. 힘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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