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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Apr 22. 2019

회사는 성실한 직원보다 일 잘하는 직원을 원한다.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함께 일하기 편한 직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성실한 직원이 함께 일하기 편한지, 일 잘하는 직원이 함께하기 편한지. 물론 베스트는 성실하고 일 잘하는 직원이다. 그런 직원과 함께 일하면 일이 정말 편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태도가 다르다. 업무 능력도 다르다. 성실한 직원도 있고, 불성실한 직원도 있다. 일 잘하는 직원도 있고, 일 못 하는 직원도 있다. 성실한 데다 일 잘하는 직원도 있고, 불성실한 데다가 일까지 못 하는 직원도 있다. 새 직원을 뽑을 때 그 사람이 어디에 해당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결국 함께 일해봐야 안다.

이런 말 하긴 뭣하지만 나는 성실한 직원이다. 뭐로 성실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몇 가지 객관적인 지표가 있다. 지금까지 다녔던 회사들의 출퇴근 시간은 평균 3시간이었다. 어느 회사는 왕복 4시간 넘게 걸리기도 했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지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출근 시간은 모두 9시임에도 한결같이 최소 20~30분 전에 출근했다. 어떤 회사에서는 지옥철을 피하기 위해 매일 1시간 전에 출근하기도 했다. 나 편하자고 그런 거지만, 어쨌든 지각이라곤 해본 적이 없다. 퇴근도 마찬가지.

외근 업무를 했을 때, 동종 업계 다른 영업자들은 업무를 빨리 처리하고 조기 퇴근하는 게 관행이었다. 영업자의 특권이라면 특권이라고 할 수도 있었는데, 나는 항상 정시에 퇴근했다. 생각지 않게 간혹 일이 빨리 끝날 때면 절대 6시 전에는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다른 영업자들은 애초에 집에 들어가는 데도 말이다. 일과 관련해서 나름의 기준이 있었고, 그 선을 한 번도 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는 일 잘하는 직원일까? 글쎄, 나름 잘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회사에서든 최선을 다해 일했다. 과연 회사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모든 회사에서 내가 노력한 만큼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다. 어느 회사에서는 일을 잘한다고 칭찬받았다. 반면 다른 회사에서는 사장님과 업무처리 방식이 맞지 않아 서로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그곳에서 초기에는 일 못 하는 직원으로 평가받았지만, 결국 능력을 인정받았다. 다른 회사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인정받지 못하고, 결국 다른 회사를 찾아 퇴사했다.




회사는 당연히 성실하고 일 잘하는 직원을 원한다. 그런 직원을 좋아한다. 여기서 말하는 성실의 기준은 ‘근태’가 좋고 나쁨을 말한다. 근태는 ‘근무태도’를 말하는 게 아니다. 부지런함과 게으름, 출근과 결근을 아우르는 말이다. 근태는 직원이 성실하게 근무에 임하는지를 가리키는 말로, 출근, 결근, 지각, 조퇴, 근무시간, 휴게시간 등을 잘 지키는지를 가리킨다. 이러한 근태는 인사자료의 바탕이 되는데, 회사는 근태가 좋은 직원을 성실하다고 판단한다. 일을 잘하는 기준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회사가 성실하고 일 잘하는 직원을 좋아하는 이유는 함께 일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일을 잘하니 일을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성실하니 딴짓 안 하고 일에 집중하는지 안 하는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 직원에게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일을 잘하니 마음이 편하다. 성실하고 일 잘하는 직원은 신경 쓸 게 전혀 없으니 선호할 수밖에 없다.

반면 일을 못 하는 직원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신경 써야 한다. 맡긴 일을 제대로 처리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것만으로도 귀찮고 번거로운데, 이뿐이면 그나마 다행이다. 업무 지시를 이해하지 못해서 학생 가르치듯 일일이 알려주고, 중간중간 확인까지 해줘야 하면 최악이다. 신입이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경력자가 그러면 곤란하다. 신입만도 못한 경력자면 할 말이 없다. 기가 막히다.

일은 못 하는데 성실하지도 않은 직원은 냉정하게 말해서, 자르면 그만이다. 해고 통보가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지만, 그런 직원과는 함께할 수 없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괴로워진다. 일은 못 하는데 성실하기만 하면 아주 난감하다. 자르자니 뭔가 아쉽고, 계속 함께 일하자니 괴롭다. 처음에는 일을 못 했지만, 일을 점점 잘하면 괜찮다. 얼마간 괴롭긴 하겠지만, 일을 점점 잘하는 모습을 보면 괴로움을 조금만 더 참으면 된다는 희망이 있으니까. 하지만 성장하지 않는다면 정말 계륵 같은 존재가 된다.




회사가 성실하고 일 잘하는 직원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다. 굳이 회사라고 표현할 필요도 없다. 동료 직원이 성실하고 일을 잘하면 금상첨화다. 손발이 잘 맞으니 내 일에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성실하지도 않고 일도 못 하거나 성실하기만 하고 일은 못 하면 함께 일하기 괴롭다. 손발이 맞지 않아 나도 고생하게 된다.

당신은 성실하고 일도 잘하는 직원인가? 성실하기만 하고 일 못 하는 직원인가? 아니면 성실하지도 않고 일도 못 하는 직원인가? 성실하지 않은데 일은 잘하는 직원인가? 질문을 단순하게 하긴 했지만, 실제로 사람의 능력과 태도가 이 질문처럼 이분법적으로 딱 떨어지지는 않는다. 겉보기에는 성실한 듯한데 사실 그리 성실하지 않거나 일을 잘하는 듯한데 아주 잘하는 건 아니거나처럼 능력과 태도의 경계가 뚜렷할 때도 있고, 뚜렷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우리가 동료를 평가하거나 자신을 가늠할 때 주관적인 인식이 어느 정도 더해진다.

아무튼 가능하다면 성실하고 일도 잘하는 직원이 되는 게 가장 좋다. 동료나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다. 그 이유도 있긴 하지만, 나 자신을 위해서 그런 직원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일할 맛이 나니까. 일 못 한다고 싫은 소리 들으면 일할 맛이 나지 않으니까. 일 잘하는 직원이 돼서 인정받고 연봉도 오를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건 없으니까. 그런 직원이 되기 힘들다면 최소한 성실은 기본 바탕으로 갖추고, 일을 제대로 하고 열심히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한다. 씁쓸한 말이지만, 덜 혼나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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