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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린거북 Feb 13. 2016

윌리엄 블레이크

William Blake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 이름은 멋있는데 이상한 그림과 닭살돋는 시를 남긴 남자. 미술사에서도 영문학사에서도 언급되니까 의미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으나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다. 학술적 대상으로는 언급되는듯 싶지만 주변에서 블레이크가 좋아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별로 본 적이 없다. 당대에도 기인, 괴인 소리를 들었던 모냥.


그래도 자신만의 스타일은 확실해서 신화적인 소재를 주로 다루고 장면들마다 드라마가 확실하며 거친 일러스트의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블레이크의 그림을 좀 보면 금방 그의 다른 그림도 구분할 수 있게되는데, 사실 자기 스타일이 확실한 화가가 얼마나 되나 생각해보면 그는 꽤 훌륭한 화가임은 분명하다. 후대 예술가에게 계속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아티스트인 것도 맞고. 스티브 잡스도 블레이크를 좋아했다더라.


https://namu.wiki/w/%EC%9C%8C%EB%A6%AC%EC%97%84%20%EB%B8%94%EB%A0%88%EC%9D%B4%ED%81%AC




윌리엄 블레이크라는 이름을 음반에서 처음 본 것은 그의 애국시 예루살렘. 반젤리스의 영화음악 '불의 전차'에서 아주 장엄하게 흘러나온 적이 있다. 애국시가 다 그렇듯 너무 민족주의적인 냄새가 나서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3vxlX5wyEQs

vangelis - jerusalem (1981)




어쨌거나 이 예루살렘이라는 곡은 허버트 페리라는 작곡가가 블레이크의 시에 곡을 붙인건데 느낌은 뭐 거의 영국 국가다. God save the queen이라는 멀쩡한 국가가 있지만 예루살렘이 더 장엄해서 그런 느낌. 실제로 God save the queen 대신 예루살렘을 부른 경우도 많다고 한다. 반젤리스 버전 외에 유명한 것으로 ELP가 부른 것이 있다. 보컬 그렉 레이크가 워낙 출중한 양반이라 이 버전도 상당히 웅장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o4bzRI0BUv0

emerson lake and palmer - jerusalem(1973)


이 외에도 워낙 많은 뮤지션들이 예루살렘을 불렀기 때문에 더이상의 소개는 생략한다.




영국 좌파 포크의 자존심 중 하나인 빌리 브랙은 윌리엄 블로우크라는 자아를 마련해서 앨범을 하나 만든 적이 있다. 이 앨범에서 활용한 것은 아니지만 그는 블레이크의 시를 꽤 좋아했던 모양이다. 좌파 포크의 기수인 빌리 브랙조차 페리의 곡 예루살렘을 부른 적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2CFiXGwM4

billy bragg - brickbat(1996)




짐 자무시 감독의 영화 데드맨의 주연은 조니 뎁으로 극중 이름이 윌리엄 블레이크다. 배경도 미국 서부개척시기니까 블레이크와는 전혀 관계가 없지만 자무시도 이름이 멋저보였는지 방황하는 주인공에게 윌리엄 블레이크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 영화의 음악은 닐 영이 맡았는데 그는 노래를 전혀 하지 않고 기타로 산조를 녹음했다. 영화와 아주 잘 어울리는 이색적인 영화음악.


https://www.youtube.com/watch?v=JbOOEzp17Ec

neil young - dead man(1995)




블레이크 그림을 음반에서 처음 본 것이 길가메시의 음반 Another Fine Tune You've Got Me Into (1978)이었다. 한참 캔터베리 재즈록을 파고있을 때여서 길가메시까지 듣고 있었던 듯. 이 그림은 The Ghost of a Flea(1819–20)라는 작품이다. 벼룩에게 이렇게 실감나는 이미지를 심어준 그림도 흔친 않을듯. 당시의 평균적 청결도를 생각해보면 벼룩은 은근히 무서운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항상 침대에서 함께 살았던 존재. 캔터베리쪽이나 RIO계열 뮤지션들은 밴드명이나 자켓의 소재를 신화나 고전에서 찾는 경우가 많았다. 음악도 그렇고 감성도 그렇고 약간 먹물계통이 많았던 장르다.


https://www.youtube.com/watch?v=yN0z26qXKyI


william blake - the ghost of flea


아이언 메이든의 보컬 브루스 디킨슨의 솔로앨범 The Chemical Wedding (1998)에서도 같은 작품을 커버로 사용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Nv6nnN02XA


이 그림은 실제로 매우 작은 소품인데, 사람들에게 꽤 많은 영감을 주었고 뭔가 악몽에 등장할만한 이미지로 많이 읽혔던 것 같다. 한국의 인디밴드 포프X포프도 이런 곡을 만들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gSuk_TK_5g


유령 벼룩은 어쩌면 블레이크의 가장 유명한 그림인지도 모르겠다.




스트롭스의 앨범 Grave New World (1972)는 앨범 타이틀도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 따왔고 앨범 커버는 블레이크의 Glad Day라는 작품에서 가져왔다. 스트롭스는 포크와 프로그레시브 록의 사이를 오갔던 밴드로 큰 인기를 얻진 못했지만 상당히 수준높은 작품들을 내놓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MwMwMawCu0E


william blake - glad day



파워 드러머 칼 파머가 있던 밴드로 유명한 어토믹 루스터의 2집은 블레이크의 느부갓네살을 커버로 삼았다. 느부갓네살은 구약성서에서 유대인을 박해했던 악당으로 묘사되며 그가 유대인을 바빌론으로 끌고갔었던 시기를 바빌론 유수라 부를 정도였다. 바빌론의 공중정원을 세운 토목왕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이 그림에서는 유대인의 입장에서 한없이 그의 이미지를 깎아먹은듯 겁먹은 늙은이로 그려져있다. 이렇게 그린게 블레이크가 처음은 아니고 그 이전에 이미 느부갓네살을 짐승처럼 묘사한 그림들이 꽤 있었다.

음악은 스트레이트한 하드록이다. 리더인 건반주자 빈센트 크레인의 오르간 연주가 앨범을 압도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8yO7l6TmIRI


william blake - nebuchadnezzar



영국의 싸이키 밴드중에 이싸카라고 있었는데 이들은 유사한 멤버들이 계속 뭔가 이름을 바꿔가며 어수선하게 앨범을 몇장 냈다. 그중 하나인 A Game For All Who Know (1973)은 쓸만한 음악에 조잡한 자켓으로 유명했는데 그게 블레이크의 그림을 엉망으로 디자인해놓은 바로 이것이다. 원 그림은 그래도 쪼끔 멋진 면도 있는데 옮겨그린 이미지는 뭐랄까 좀 한심하다. 수염과 머리카락이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인상적.


https://www.youtube.com/watch?v=l121lf1BKBU


william blake - prophecy



블레이크의 가사를 곡에 사용한 경우도 매우 많다. 먼저 Song of Innocence


Jon Anderson (with Alan White) Spring - Song of Innocence

https://www.youtube.com/watch?v=T-cZ1iAjgyE

항상 천상의 목소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예스의 닭살보컬 존 앤더슨이 친구였던 드러머 알란 화이트의 솔로앨범에 보컬로 참여해준 것.


Ibis - 1973 Canti d' innocenza, canti d' esperienza

https://www.youtube.com/watch?v=SpvQ9En_a4Q


이비스는 뉴 트롤스의 수많은 관련밴드 중 하나. 대충 뉴 트롤스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당연히 이태리어로 불렀다.




블레이크의 노랫말로 앨범을 채운 케이스.


Walti Huber - William Blake , Only One Smile Alone

https://www.youtube.com/watch?v=jZHzBhK_D3M



록계의 말론 브란도라는 별명을 가진 반 모리슨도 블레이크의 가사에 곡을 붙인게 좀 있다.


Van Morrison - Live You Don't Pull No Punches, But You Don't Push The River

https://www.youtube.com/watch?v=V5P60Ra6tqU




블레이크의 시화집 '천국과 지옥의 결혼'에서 제목과 소재만 따온 작품들이 꽤 있다. 그중 하나는 롤랑 쁘띠의 발레. 그 발레의 음악을 프랑스 챔버록 그룹인 아르 조이가 맡았다. 음산하기 짝이 없는 작품. 솔직히 이걸 듣고 발레가 나오나 싶을 정도다.


https://www.youtube.com/watch?v=Wv_vBiLw0RI


또 하나는 노르웨이 프로그/메탈의 자존심중 하나인 울버의 앨범. 울버도 한 음산 한다. 당신이 포큐파인 트리를 알고있다면 울버도 한번쯤 들어보시는 것이 좋을듯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PlrW9SUCINo




1 보다보니 블레이크의 영향을 모아둔 위키백과의 페이지도 찾았다. 블레이크에 더 관심있는 분은 여길 보셔도 좋겠다.

https://en.wikipedia.org/wiki/William_Blake_in_popular_culture


2 이건 블레이크 시/그림을 이용한 음반들 모음

http://rateyourmusic.com/list/mburgh/proverbs_of_hell__william_blake_and_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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