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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서영 Sep 22. 2018

하늘에서 내려온 6남매 아기 천사들

만삭의 몸으로 구조된 또복이와 아가들

원래 이 글의 제목은 ‘6남매 아가들의 가족이 되어 주실 분을 찾습니다’ 였다. 그렇게 떠나 보내려던 아가들을 내가 품게 된 이야기를 지금 하고자 한다.


또복이는 지난 겨울에 처음 나의 눈에 들어왔다. 휴양림의 주차장에 버려진 또복이는 주인을 기다리는지 계속 주차장 주변을 맴돌며 사람들에게 곁을 주지 않은 채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그런 또복이가 안타까워 매일 밥을 챙겨주었다. 또복이는 내가 주는 밥은 잘 먹었지만 여전히 나에게 다가오지는 않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두었다. 그런 또복이에게 떠돌이 개 몇몇이 친구가 되었지만 그 친구들은 개장수에게 잡혀갔는지 몇 달 뒤면 자취를 감추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러면서 또복이는 더욱더 사람을 멀리하게 되었다. 그렇게 9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또복이를 산책시키기 위해 마당으로 데리고 나왔다. 지금은 목줄없이 마당을 활보하고 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못 보던 하얀색 백구 한 마리가 또복이의 주변에 나타났다. 그렇게 둘이 어울려 다닌지 몇 개월이 지나자 또복이의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였다. 나는 너무 걱정이 되어서 가까이 다가가려 시도하였지만 번번히 실패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또복이는 만삭의 몸이 되었고 전전긍긍하던 나는 결국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포획을 시도하였다. 차로 또복이가 도망갈 수 있는 퇴로를 차단하고 한쪽으로 몰아서 그물로 또복이를 잡는데 성공하였다. 또복이는 겁에 질려 도망가려고 발버둥쳤지만 이동장에 옮겨져 무사히 우리 집에 도착하게 되었다.


워낙 만삭의 몸이라 출산이 얼마 남지 않아 보였다. 나는 몸을 풀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최대한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그리고 며칠 뒤 7월 중순에 또복이는 6마리를 순산하였다. 남아 2마리, 여아 4마리였다. 몹시 더운 여름날에 출산을 해서 또복이의 집에 아이스팩을 넣어주고 선풍기도 틀어주며 아이들은 저체온증에 빠지지 않게 신경 쓰는 바쁜 하루가 계속되었다. 다행히 또복이는 좋은 엄마였고 아이들을 정성껏 돌봐 모두 꼬물꼬물 잘 자라주었다.


1개월 되었을때 아가들. 하루에 한번씩 분유를 먹여서 엄마 몸이 상하지 않게 도와주고자 하였다.


우리 집에는 이미 다른 개들이 많이 있는 다견가정이라 더 좋은 환경에서 키워줄 곳을 찾아 아가들은 모두 입양을 보내려고 하였다. 하지만 이곳 시골에서는 잡종견 (혼종견)인 아이들을 실내에서 가족같이 키워주실 분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목줄에 묶여서 평생을 살거나 마당개로 살도록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육남매 꼬물이들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꼬물이들도 나를 제2의 엄마쯤으로 생각하는지 연신 나를 따라다녔다. 결국은 가족과 상의 끝에 모두 내가 품고 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일복이와 사복이. 일복이는 애들 중에 가장 큰 아이이다. 크기에 안 맞게 제일 겁이 많고 얌전하다.


아가들에게 이름을 붙여주려고 며칠을 고민했지만 ‘복’자 돌림으로 20마리가 넘는 아이들의 이름을 지어주다 보니 이제는 작명실력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결국에는 일복이, 이복이, 삼복이, 사복이, 오복이, 육복이로 이름을 지어 주기로 하였다. 무지개 색깔을 따서 주야, 노이, 초이, 파이, 나미, 보야로 짖고 싶었지만, 촌스럽지 않은 이름은 오래 살지 못한다는 미신이 머리 속에 맴돌아서 결국 ‘복’자 돌림을 선택하였다.


이복이. 아빠를 닮았는지 크기가 제법 크다. 머리도 크고. 보면 그냥 웃음이 난다.


육남매는 그야말로 쑥쑥 커갔다. 엄마는 요크셔 믹스같이 작은 개에 속하는데 아빠가 큰 백구여서 그런지 남자 아이 둘은 벌써 엄마만하게 자라버렸다. 머리는 또 왜 그리 큰지 벌써 애기 티를 벗으려고 하지만 나는 그 모습이 더 사랑스럽게 보인다. 귀여운 아이는 귀여워서 좋고, 예쁜 아이는 예뻐서 좋고 못난이 아이는 애잔해서 좋고 그냥 나는 우리 애들이 다 좋았다. 


육남매 꼬물이들은 형제들이 많아서 서로 장난치고 서로에게 기대서 자고 같이 밥도 나눠먹으며 우애 있게 지내고 있다. 아직 아기들이어서 내가 챙겨줘야 할 부분이 많지만 워낙 수가 많고 다른 개들도 많이 있어 하나하나 신경 써주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불평 한마디 없이 구순 하게 잘 커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게 그렇게 귀엽고 대견할 수가 없다.


삼복이. 처음에는 올블렉이었는데 커가면서 금빛 무늬가 생겼다. 다 크면 털 색이 특이하고 이쁠 것 같다.


어미는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워낙 강해서 아직도 나에게 곁을 주지 않지만 점점 나에게 다가와 내 손 냄새도 맡고 내 앞에서 물도 마시고 밥도 먹고 하는 걸 보면 이제는 마음의 문을 열기로 한 듯하다. 하루 하루 나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는 것도 나의 행복 중에 큰 부분을 차치한다. 요즘은 그야말로 엄마와 육남매 보는 재미에 쏙 빠져있다. 


사복이. 털이 인절미 색이여서 더욱 귀엽다. 처음에는 사람을 제일 따르지 않더니 요즘에는 나만 보면 메달린다. 사랑스러운 아이이다.


그래도 만약에 나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워주실 분이 있다면 연락을 주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실내와 실외를 오갈 수 있는 환경과 하루에 두 번 산책을 시켜주시고, 양질의 먹이와 깨끗한 물을 제공해 주시고, 무엇보다도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 평생 사랑을 주실 수 있는 분이었으면 좋겠다. 천사 같은 분이 있으시다면 나도 천사 같은 나의 아이들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은 것은 나의 욕심이고 더 좋은 환경에서 더 행복할 수 있다면 아가들을 보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오복이. 햐얀털이 매력적이다. 사람을 유독 더 잘 따르는 귀염둥이이다.


오늘도 나의 꼬물이들과 엄마개는 하루 종일 장난치며 낮잠 자며 그렇게 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 나는 그 모습을 미소 지으며 함께 할 것이다. 이들로 인해 나의 개들은 17마리로 늘어났지만 나는 이들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니라 행복이 배가 되었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육복이. 가장 작게 태어나서 지금도 가장 작다. 몸도 약해 신경이 가장 많이 쓰이는 아이이다. 사람에게 안겨있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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