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_황보름
사실 읽은 지 꽤 된 책이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놓은 책리뷰를 작성해 볼까나... 싶어서
정말 오래간만에 브런치에 북리뷰를 올려본다.
그 이유인즉슨,
오랜만에 ktx를 타고 여수-용산을 오갔더니
이동시간에 생각도 정리하고 핸드폰도 만질
'여유'란게 생겨서랄까.
누군가가 운전해 준다는 건
이런 장점이 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서점입니다>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소설책이다.
글의 색채나 온도는 <불편한 편의점>과 비슷하지만
서점운영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다르다.
미래 언젠가 나만의 서점(혹은 북카페)을 만들고 싶은 내게는, 정말이지 낭만과 꿈, 그 자체인 책이었달까.
아름)
책 속에는
내 좁은 경험으론 결코 보지 못하던
세상의 고통이 가득해요.
예전엔 못 보던 고통이 이제는 보이는 거죠.
누군가의 고통이 너무 크게 느껴지는데
내 성공, 내 행복만을 추구하기가
쉽지 않아 지는 거예요.
그래서 책을 읽으면
오히려 흔히 말하는 성공에서는
멀어지게 된다고 생각해요.
책이 우리를
다른 사람들 앞이나 위에 서게 해주지 않는 거죠.
대신 곁에 서게 도와주는 것 같아요.
대신 곁에 서게 도와주는 것 같아요.
영주) 곁에 서게 도와준다는 말이 좋네요.
아름) 네,
그래서 결국 우리는 다른 면에서 성공하게 되는 거예요.
영주) 어떤 면에서요?
아름) 조금 더 인간다워지는 거요?
책을 읽다 보면 자꾸 타인에게 공감하게 되잖아요.
가만히 있으면
절로 성공을 향해 무한질주 하게끔 설계된 이 세상에서
달리기를 멈추고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게 되는 거죠.
그러니 책 읽는 사람이 늘어나면
이 세상이 조금이나마 더 좋아질 거라고 전 생각해요.
책을 읽는 사람이 많아져야,
그러니까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세상이 더 빨리 좋아질 테니까요.
민준은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알려면
우선 마음을 탐구할 시간 여유가
있어야 하는 거였다고
성철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중략)
민준은 지금 자기가
굉장히 사치스러운 행동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시간을 펑펑 쓰는 사치.
시간을 펑펑 쓰며
민준은 조금씩
자기 자신만의 기호, 취향을 알아갔다.
민준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어떤 대상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결국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는 것을.
p.84
책을 입고할 땐
다음의 세 가지를 주요 기준으로 따졌다.
1. 그 책은 좋은 책인가.
2. 그 책은 팔고 싶은가.
3. 그 책은 휴남동 서점과 잘 어울리는가.
'저희는 없어요"하고
수십 번, 수백 번 말해도 끝까지 지치지 않기로.
대신 손님들이 휴남동 서점에서
생각지도 못한 책을 '발견'해낼 수 있도록
좋은 책을 열심히 들여놓자고.
이제는 아무리 잘 나가는 책이라 해도
영주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 책을 들여놓지 않는다.
들여놓았다고 해도
그 책에 더 좋은 자리를 내주지도 않는다.
어느 책이든
자기에게 잘 어울리는 자리가 있다고 믿고,
그 자리를 잘 찾아주는 게
영주의 몫이라고 생각해서다.
책을 들여놓을 땐 어쩔 수 없이 공평하지 않지만,
들여놓은 책은 공평하게 팔고 싶다.
실제 한동안 팔리지 않던 책이
자리를 바꾸면 놀라운 속도로 팔리기도 한다.
p.12
"그러니 '우선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그럼 무조건 행복해질 것이다',라는 말은
누구에겐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어.
어쩌면 너무 순진한 말이기도 하고"p.273
" '우선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그럼 무조건 행복해질 것이다',라는 말은
누구에겐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어.
어쩌면 너무 순진한 말이기도 하고"
삶은 일 하나만을 두고 평가하기엔
복잡하고 총체적인 무엇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불행할 수 있고,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도
그 일이 아닌 다른 무엇 때문에
불행하지 않을 수 있다.
삶은 미묘하며 복합적이다.
삶의 중심에서 일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렇다고 삶의 행불행을 책임지지는 않는다.
p. 274
그러니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미리부터 고민하기보다
이렇게 먼저 생각해 봐.
그게 무슨 일이든 시작했으면
우선 정성을 다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작은 경험들을 계속 정성스럽게 쌓아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p.274
그게 무슨 일이든 시작했으면
우선 정성을 다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작은 경험들을 계속 정성스럽게 쌓아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도 이런 삶을 살자 했어요.
실망해도 춤을 추자,
실패해도 춤을 추자.
심각해지지 말자.
웃자. 웃고 또 웃자.
p. 311
"단춧구멍은 어떻게 됐냐?"
"단춧구멍?"
"응, 너 예전에 단추만 만들어놨다가 낭패 봤다고 했잖아. 지금은 어떠냐고."
민준이 잠을 털어내느라 머리를 흔들면서
성철을 쳐다봤다.
잠시 생각하는 표정이 되었다가 답했다.
"간단해. 옷을 바꿔 입었지.
그런데 그 옷에는 구멍이 먼저 뚫려 있더라.
구멍에 맞게 단추를 만들었더니 잘 꿰졌어."
"뭐야. 그게 다야?"
"이 세상 어딘가엔 먼저 널찍한 구멍을 뚫어놓고 누군가가 찾아오길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더라는 거야. 찾아온 사람이 단추를 잘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기까지 하면서. "
p.327~328
"이 세상 어딘가엔
먼저 널찍한 구멍을 뚫어놓고
누군가가 찾아오길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더라는 거야.
찾아온 사람이 단추를 잘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기까지 하면서. "
언젠가,
휴남동서점 같은 작은 서점을 운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