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표는 은행 직원이 말하는 대출 금리에 놀랐다. 8%였다. 다음 주에 직원 월급을 줘야 하는데, 1억 원을 빌리면 이자만 연 800만 원이다.
"정부 자금은 금리가 싸던데 왜 은행은 이렇게 비싼 건가요?" 은행 직원의 말은 간단했다. "회사 상태를 보고 정하는 겁니다." 박 대표는 어떻게 금리를 매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동차 보험료를 생각해 보자. 사고를 여러 번 낸 운전자는 보험료가 비싸다. 무사고 운전자는 싸다. 보험사가 사고 위험을 계산해서 가격을 매기는 것이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가 돈을 제때 갚을까?" 그 답이 금리다. 위험하면 높고, 안전하면 낮다.
금리는 세 가지로 구성된다. 기본금리(현재 약 3.25%)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뺀다. 가산금리는 위험도에 따라 2~5%가 붙는다. 우대금리는 좋은 조건이 있으면 0.5~2%를 깎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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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회사가 돈을 버는가? 매출은 있는데 이익이 거의 없다면 문제다. 빚이 너무 많아도 마찬가지다.
둘째, 대표 개인 신용이다. 중소기업은 대표와 회사가 거의 같다. 대표가 신용카드 값을 늦게 내거나 통신비를 연체하면 회사 대출 금리도 오른다. 신용점수 50점이 금리 1~2%를 바꿀 수 있다.
셋째, 어떤 업종인가? 경기에 민감한 음식점, 여행사는 불리하다. 대기업이나 제조업처럼 안정적인 업종은 유리하다.
넷째, 장부를 믿을 수 있는가? 재무제표가 엉망이거나 세금 신고와 실제 매출이 다르면 은행은 "이 숫자를 믿을 수 없다"라고 본다.
안양의 부품업체 C사는 금리 6.5%였다. 적자는 아니었지만 장부가 복잡해서 은행이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없었다.
C사는 회계사를 고용해 재무제표를 정리했다. 그리고 기술보증기금에서 보증서를 받아 은행의 위험을 줄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금리가 3.2%로 떨어졌다. 매출이 늘어난 것도, 빚을 갚은 것도 아니었다. 장부를 정리하고 보증서를 받았는데 연 330만 원을 아낀 셈이다.
첫째, 대표 신용을 관리하라. 신용카드 대금, 통신비 같은 작은 것부터 제때 내야 한다. 신용점수는 카카오 등 금융 앱에서 무료로 확인할 수 있다.
둘째, 장부를 투명하게 만들어라. 재무제표를 정확하게 작성하고 세금 신고와 실제 매출을 일치시켜야 한다(특히 가지급금을 없애라).
셋째, 보증서를 확보하라.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의 보증서가 있으면 금리가 1~3%까지 낮아진다.
박 대표가 몰랐던 건 복잡한 금융 이론이 아니었다. 금리가 위험의 대가라는 사실이었다. 그걸 알면 금리는 관리할 수 있는 숫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