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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작가 Sep 02. 2024

하고싶은 말을 꺼내는 일

인스타그램과 연동된 어플인 쓰레드에 글을 올릴 때가 있다. 주로 무언가 화가 났을 때가 많다. 기분은 나쁜데 어디 하소연할 곳은 없고 적당히 사람들에게 보여질 수 있으며 옹호댓글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 나도 모르게 찾게 된다. 브런치에 올리기에는 너무 짧은 심상인데 어떻게든 표출해야한 할 때 쓰레드에 글을 올리곤 한다.


근데 적어놓고보면 후회하지는 않지만 썩 좋지는 않다. 일단 후련하긴 한데 이렇게 이곳에 화를 펼쳐놓아도 되는가 의구심이 들때가 있다. 속에 담아두었다가 속병이 나는 것보다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매번 마구잡이로 화를 쏟아내는 일이 나의 정신건강에 정말 괜찮은가 생각할 때가 많다. 그저 좋기만 했더라면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았을텐데 가끔 내가 쓴 글에 안 좋은 답글이라도 달리면 오냐 잘 걸렸다는 생각으로 무시와 비아냥 가득한 키보드 배틀을 시작한다. 마치 그걸 기다리며 글을 쓴 사람처럼.


그래서 한동안은 어플을 지우고 들어가보지 않기도 했다. 그런데 그러면 또 마음속에 있는 불평불만을 어디 쏟아놓을 곳이 없어 답답해진다. 인스타그램 속 나는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나마 쓰레드라는 공간을 통해 해소하는데 막상 또 하고나면 이래도 괜찮은가 하는 후회의 반복이다.


쓰레드에 들어가 있으면 시간 낭비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내가 모르는 세상살이를 엿볼 수 있어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SNS라는 것이 늘 가지는 그런 특성들로 인해 나는 또 그 사이에 혼란을 겪고 있다.


오늘도 이런 저런 글을 썼고 또 쓰고 싶은 글이 있는데 쓸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 글에는 나의 훈계와 세상 속 어리석은 사람들에 대한 우월감에 사로잡힌 꾸중이 들어 있고 또 은근히 논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겨있다.


써도 문제고 안 써도 문제다. 쓰면 쓰는대로 온라인 공간에 똥을 잔뜩 싸질러 놓은 찝찝한 기분이 들고 안 쓰면 그것대로 내 마음이 갑갑하고 스트레스로 터질 것 같다. 인터넷 공간의 익명성이 만들어 낸 참 오래된 고민이다.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긴 하지만 그 감정들이 전부 불평불만이라면 그건 괜찮을까. 남들이 보기에 어떻고 자시고를 떠나 나에게 괜찮은 일일까. 나를 위해 토해내지만 막상 신물이 목에 걸린 듯 개운하지는 않다. 도통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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