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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국 Nov 21. 2024

11월

절망

11월의 어느 날이었다

그는 절망했다


인스타에는 되는 일과 성공한 사람들이 득실거렸다.

친절한 그들의

자상한 조언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그는 되는 일이 없었다

될 수 있었던 일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된 일은 없었고

넘쳐나는 구루들의 조언에 따르면

짐작컨대

작금의 그의 형태와 상태는

온전히 그의 탓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할 수 있는 게 좌절밖에 없었다.


그는 오늘 하루 여러 아니 긴 생각을 했다.

3층 정도의 높이에서 뛰어내리면 아프겠지

후회가 괴로울까 죽음이 괴로울까

아니면 죽음은 후회의 끝일까? 가장 강렬한 후회가 되려나?

죽을 각오를 하면 못할 일이 없을 텐데

하지만 난 죽을 각오를 하지 못했는데

사실 난 죽을 생각은 없으니깐 열심히 살아야 되지 않을까?

하지만 무엇을 열심히 하지?


이런 상념들.


그 끝에 그는 깨달았다.

여기가 내 인생의 바닥이구나

바닥에 이르면 올라갈 일만 남았다.

갑자기 희망이 생기려 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금 깨달았다.

올라갈 일이 남은 거지 올라간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을

그는 아마 이 바닥에 한참 머무르게 되지 않을까라고

오늘 가장 확신에 찬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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