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어느 날이었다
그는 절망했다
인스타에는 되는 일과 성공한 사람들이 득실거렸다.
친절한 그들의
자상한 조언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그는 되는 일이 없었다
될 수 있었던 일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된 일은 없었고
넘쳐나는 구루들의 조언에 따르면
짐작컨대
작금의 그의 형태와 상태는
온전히 그의 탓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할 수 있는 게 좌절밖에 없었다.
그는 오늘 하루 여러 아니 긴 생각을 했다.
3층 정도의 높이에서 뛰어내리면 아프겠지
후회가 괴로울까 죽음이 괴로울까
아니면 죽음은 후회의 끝일까? 가장 강렬한 후회가 되려나?
죽을 각오를 하면 못할 일이 없을 텐데
하지만 난 죽을 각오를 하지 못했는데
사실 난 죽을 생각은 없으니깐 열심히 살아야 되지 않을까?
하지만 무엇을 열심히 하지?
이런 상념들.
그 끝에 그는 깨달았다.
여기가 내 인생의 바닥이구나
바닥에 이르면 올라갈 일만 남았다.
갑자기 희망이 생기려 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금 깨달았다.
올라갈 일이 남은 거지 올라간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을
그는 아마 이 바닥에 한참 머무르게 되지 않을까라고
오늘 가장 확신에 찬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