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하지만 해돋이 관람에는 유리하다. 건강한 혈관을 가진 사람도 겨울에는 얼마든지 해돋이를 즐길 수 있다. 겨울철은아시다시피해가 늦게 뜬다
굳이 새벽부터 나서지 않아도 해돋이를 맞이할 수 있다.
게다가 겨울철 해돋이는 훨씬 깨끗하고 선명하다.
차가운 공기가 대기 중에 지저분한 것들을 가라앉히기 때문일까?겨울철 미명은 삼라만상을 분명하게 한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도
겨울의 해돋이는 중독성이 강하다.
하얀 입김과 차가운 바람 속에서
하늘 가득 자신만의 색을 물들이며
시뻘건 감자 같은 게 불쑥 떠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면
삶의 사소한 문제들은 잊히고 좀 더
큰 생각들을 하게 된다.
아니다. 아무 생각 안 하게 된다.
(아무 생각이 안 드는 순간은 의외로 큰 축복이다.)
실로 오묘하지 아니한가?!
해는
어떤 날엔 지면을 가득 채운 빛으로
장엄하게 떠오르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강렬한 광선으로 구름 사이를 뚫고
헤집으면서 강렬하게 등장하기도 한다.
구름이 가득한 날에도 하늘을 보랏빛,
연분홍빛의 기이한 색들로물들이며 존재감을 과시해버린다.
그러나 그 어떤 순간에도 해는 요란하게 떠오른 적이 없다.
해의 등장에는 고전적인 뿔피리 소리도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드럼 소리도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배경 음악도 필요 없다.
천사의 호들갑도 비둘기 떼의 마중 없이도
해는 그저 뜨자마자 장엄하다.
그렇게
해는 조용히 뜬다.
묵묵하게 떠오르지만 해의 영향력과 힘은 압도적이다.
태양계의 행성과 소행성 심지어 먼지까지 중력으로 묶어두고 자신을 떠나지 못하게 할뿐더러,
그 강렬한 에너지는 1억 5천만 km 떨어진
지구의 온갖 생물들과 더불어 섬세하고 지속적으로 탐욕스러운 인류의 생존까지도 보장하고 있다.
태양풍의 바람(정확히 바람은 아니고...)은 지금은 행성이 아닌 명왕성에까지영향을 미친다.
태양의 질량은 태양계의 전체 질량의 99퍼센트 지분을 독차지하고 있다.
(비만인건가...)
태양은 그렇게 보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본래의 됨됨이조차 위대하고 압도적이다.
동네에서도 해돋이는 볼 수 있다.
태양 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묵묵하고 무겁게 자리를 지키지만
그의 영향력의 범위는 너무나 넓고
그의 의지는 압도적으로 존중받는다.
그런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는 듯하다.
유명인 중에서는
실적만 따지면 아인슈타인, 일론 머스크 같은
인물을 꼽을 수 있으려나?
(성품은 고려하지 않고... 물론 아인슈타인도)
진정성으로 따지면 체 게바라나 도산 안창호 같은 인물들이려나....
어쨌든 그런 존재를 닮고 싶어 하고 동경심이 생기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옛적부터
태양을 섬기는종교가 많은 것도 당연하다.
태양신 종류만도 국가나문화별로 다양하다.
일본 신화 속 태양의 여신 야마테라스
그리스 신화의 아폴론,아즈텍 신화의 케찰코아틀
그 이외에도 세계 각지에 존재하는신의 이름과
기원의 대상이 태양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해만큼 기도 대상으로 합당한 실체가 또 있을까?
해는 구체적으로 존재하지만 추상적으로 느껴지고
구성 성분도알고 외형도 인식할
있지만 가까이 가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다.
당연하면서도 신비하고 친근하면서도 놀랍다
해는 여전히 알 수 없고 닿기도 닮기도 힘든 존재다.
해는 바닷가 해가 최고다...회 말고
얼마 전
바닷가의 어느 시시한 밤에, 아들은 해돋이를 보고 싶다고 했다. 난 북극성을 가리키며 저기가 북쪽이니 저길 기준으로 오른쪽인 바닷가에서 해가 뜰 거라고... 내일 아침에 같이 해가 뜨는 걸 보자라고 했다. 다음날 아침 새벽같이 아들을 깨워 해변에 앉아 해를 기다렸다. 해는 정확히 반대방향에서 떴고 아들은 신경질을 냈다.
내가 가리킨 게 북극성이 아닌 건지, 거기가 북쪽이 아닌 건지, 동쪽은 오른쪽이 아닌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