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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들의 우울감

과거의 집착과 현실 괴리에 의한

by 진원재 Willie Chin

저번 주에는 꼰대들을 만났다.


한 명은 선배이고, 한 명은 후배였다.

은퇴한 지 꽤 되는 선배는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옛날이야기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한껏 쏟아냈다.

이번에 퇴직 통보를 받게 된 후배는 서운하지 않다고 말은 하고 있었지만, 자신을 좋아하는 줄만 알았던 회사와 동료들에 대한 배신감으로 목소리는 분노에 차 있었다.


꼰대들은 집착한다.

기억, 지식, 관계와 같은 자신의 옛날 것들에 집착한다.

본인들은 그걸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인간이 정신적으로 건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장을 해야만 하고,

그러기 위해 낡은 자아를 포기하는 과정은 필수다.

그런데 그들은 이 낡은 자아를 놓지 못한다.


우리는 계속 성장해야 하기 때문에 이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간 속에 살고 있어서 모든 것들이 낡고 닳아 없어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 성장 속에서 자신이 중요하게 여겼던, 좋아하는 것들을 포기해야 하므로 슬퍼지게 된다.


우울감은 성장을 위해 자연스럽게 겪는 현상이다.

그리고 우리가 건강하다면 이 우울감은 빠르게 지나간다.

우리는 우리에게 닥친 새로운 미래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강하지 않다면 계속 집착하게 된다.

성장하지 못하고 과거의 것, 즉 낡은 자아에 머무르게 된다.

낡은 자아는 세상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도태하게 되어 있다.

그렇게 꼰대들은 우울감을 느끼고 계속해서 집착은 더 심해지고, 끝내는 우울증(병)이 된다.


이쯤까지 왔으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들은 비정상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인식을 했다고 해도 정상적임을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더욱 우울해질 것이다.


이 사람들에게 성장의 과정, 흐름과 변화가 자연스럽다는 것을 알려주어도

꼰대들은 그냥 우울한 상태만 벗어나고 싶지, 집착을 버리진 못한다.

그렇게 마음(무의식)과 현실(의식)의 계속되는 차이 때문에 계속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


꼰대들은 성장의 기쁨, 재생의 희열을 알지 못한다.

과거에 얽매여 계속 숨고 싶어 한다.

새로운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

변화를 받아들일 용기가 없다.


이것은...


자신의 현재 상태에 대한 무지,
일시적으로 갖게 되는 권위들,
불멸에 대한 환상(자신의 상태가 계속될 거라는 믿음(집착)),
청년기 때 책임 없는 자유, 오해,
청소년기 방황의 지속,
부모에 대한 왜곡,
유년 시절에 느낀 외로움,
부모에 대한 애정 결핍,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유아기적 본능의 잔존


... 꼰대들의 슬픈 역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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